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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앞둔 전주기상대 사람들

전주시 남노송동 전주기상대 직원들이 기상분석시스템 모니터에서 각종 정보를 훑어보며 기상흐름을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desk@jjan.kr)

 

지난 24일부터 어김없이 '장마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아직은 장마전선이 주춤한 탓에 본격적인 장맛비가 뿌리지않고 있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수 있다. 장마전선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찬 성질의 오호츠크해고기압의 확장으로 인해 세력을 넓히지 못하면서 장마전선의 북상을 더디게하고 있는 것.

 

장마철이 다가오면 저지대 주민들이나 관계당국도 바짝 긴장하게 마련이지만, 이 가운데서도 기상대사람들은 '바늘귀'를 세울 만큼 예민해진다. 기상대의 예보에 따라 재해대책이 결정되는 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정보를 놓칠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기상대를 찾아 '날마다 천기(天氣)를 누설하는 사람들'인 예보사들을 만나봤다.

 

 

전주시 남노송동에 위치한 전주기상대 1층 예보실. 설동기예보사(44)가 FAS(Forecast Analysis System·기상분석시스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기상청으로부터 시시각각 전달되는 각종 정보를 훑어보며 기상흐름을 꼼꼼히 분석하기 위해서다.

 

기상대 17년차인 설예보사외에도 전주기상대에는 마재준(33), 김은미(29), 봉진아예보사(26) 등 4명의 예보사가 기상분석을 맡는다.

 

이들은 24시간4교대근무를 통해 도민들의 '기상알리미'를 자임하고 있다. 아직 장마전선이 요동을 치지않아 장마가 시작됐음을 체감하기가 어렵지만 갑작스런 기상변화가 도사리고 있는 탓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러다 며칠뒤, 아니 몇시간뒤 장대비가 쏟아지기라도 하면 전화통에 불이 날 만큼 민원인들의 문의가 잇따른다.

 

민원인들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상정보를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설예보사는 계절관측 등 기후자료관리와 131기상전화, 기상상담 등이 주업무.

 

꼼꼼한 성격의 마재준예보사는 7년차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김은미예보사와 봉진아예보사도 대표적인 '3D'업종으로 불리는 기상대업무를 억척스럽게 수행하고 있다. 여성특유의 세심함으로 민원인들에 대한 기상대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첨단장비에 둘러싸여 지역민들의 생활기상에 대한 궁금증을 충족시키고 있다. '기상대 장비는 풍향계와 우량계가 고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가는 무안당하기 십상이다.

 

현재 도내에는 전주와 군산에 기상대가 위치해있고, 군산기상대는 부안·고창·김제 등 해안지역의 기상을, 나머지 4개시·6개군은 전주기상대가 관할하고 있다. 또 전주기상대 산하에 정읍·남원·임실·장수 등 4곳의 관측소가, 군산기상대는 부안관측소를 두고 있다. 전주기상대와 군산기상대에는 각 8명의 직원 있으며, 관측소에도 2명씩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만큼 도내에는 모두 26명의 기상관련 인력이 근무중이다.

 

기상대와 관측소의 관측장비외에도, 내장산과 덕유산·뱀사골·섬진댐·선유도·말도 등 28곳에 설치된 AWS(Automatic Weather System·자동기상관측장비)가 풍향, 풍속, 기온, 강수유무를 매분마다 관측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생성된 자료는 기상청에 올려지고, 기상청은 위성관측자료·해양기상관측자료 등을 슈퍼컴퓨터에 입력해 정밀한 기상현황을 분석한 뒤 실시간으로 기상대에 자료를 내려보낸다. 최근에는 보다 지능화된 기상시스템인 FAS가 시험가동중이다.

 

그날그날 예보의 적중에 따라 '신뢰'와 '불신'의 외줄타기를 해야하는 만큼 이들의 업무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매일 정오까지 기상청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기상정보를 판독하고 AWS자료를 정리하는데 주력하던 예보사들은 오후 3시가 되면 초긴장 상태가 된다. 다음날 날씨 예보를 내보내야 하는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렵사리 발표된 예보는 불과 몇 시간후면 그 적중여부가 판가름난다.

 

예보가 어긋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항의성'전화가 멈추지 않는다. '날마다 재판받는 기분'이라는 표현이 우스개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날이 맑으면 나막신장수에게 원망을 듣고, 비가 오면 짚신장수가 전화해서 욕을 해대는 게' 이들의 직업인 셈이다.

 

연중 기상대사람들이 가장 예민해지는 시기는 아무래도 여름과 겨울철 방재기간.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한달가량 빨라진 지난 5월15일부터 시작된 하계방재기간은 오는 10월15일까지 계속된다. 이 가운데서도 장맛비나 태풍이 몰려오기라도 하면 기상대는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돌발적인 국지성 호우도 주요 경계대상이다.

 

그렇다고 보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야외나들이를 준비했던 가족으로부터 아침 일찍 걸려오는 문의전화에 '오늘은 화창합니다'라는 말을 해 줄때면 환하게 미소를 지을 가장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쁘듯해진다.

 

대부분의 기상대 직원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기상대 직원이 모처럼 세차라도 하는 날이면 주변의 이웃들도 저마다 세차에 나선단다. '기상대직원이 세차를 하니 날씨가 맑을 것'이라는 믿음때문이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지나친 노동강도'라고 말했다. 전주기상대의 경우 4명의 예보사가 하루 4교대로 근무하는데다 업무특성상 휴무일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야간에 국지성호우가 쏟아지기라도 하면 야간근무자 한명은 기상현황분석하랴, 쇄도하는 전화받으랴 뜬눈으로 지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직원들은 몇년동안의 휴가일수를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 예보사는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와 무작정 욕설을 퍼붓는 단골취객들이 있다”면서 "기상이 좋지 않아 정신은 없는데 '심심풀이성 내기'로 날씨문의를 할 때도 속이 많이 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예보사들은 보다 치밀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직접 전화문의보다는 131기상안내전화를 이용해달라고 말한다. 민원전화에 시간을 허비하다보면 정작 기상분석에 나설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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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epicur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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