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속절 없이 뚫린 전주시 (중) 문제] 방재시설 편중·관리주체 공방 등으로 피해 늘어나
이번 8월 장마에서 전주시의 일부 관리부실과 방재시설 구역별 편중 등 더딘 보완책이 피해를 늘렸다.
전주시에서 도심형 수해를 일으키는 주원인 중 하나로 농업용 소규모 저수지들이 꼽히는데, 이중 용도 폐지된 저수지들은 관리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방치되다 피해가 커졌다.
전주시에 따르면 지역 농업용 소류지 43개소이고, 25개소는 용도폐지됐다. 더 이상 일대 부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아파트 단지, 학교, 생태공원 조성 등 도시개발이 돼서다.
그러면서 용도 폐지된 저수지의 관리주체가 모호해졌다.
농업용 저수지는 시 농업기술센터가 관리해왔지만, 폐지된 25개소는 생태공원, 매립장, 학교시설, 첨단복합시설, 대형주거단지 내 생태저수지, 잡종지 등 용도에 따라 관리부서가 쪼개졌다. 그간은 비의 양 탓에 배수로 등을 관리하지 않아도 큰 피해가 없었지만, 이번 폭우로 피해가 발생하자 뒤늦게 부서간 혼선과 관리주체 공방이 일었다.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갔다.
현재 생태습지로 활용되는 오송제는 지난 8일과 지난 달 30일 집중호우로 배수로가 범람해 인근 아파트 일대가 물에 잠겼다. 저수지의 농업용수로가 우수처리장까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물이 도로와 인도로 넘쳐 흘렀고, 주차장은 완전히 물에 잠겨 버렸다. 쌓여있던 배수로 적치물까지 역류해 포크레인으로 퍼냈다.
덕진구청이 맨홀을 열어 긴급배수, 모래주머니를 배치하는 등 임시조치를 했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피해가 발생했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민원 담당부서를 찾지 못해 불만이 커졌다. 오송제 등 생태습지 8곳은 환경위생과가 관리하지만, 해당과는 습지만 관리할뿐 농업용수로는 옛 관리부서인 농업기술센터가 맡아야 한다며 책임이 오갔다.
완산동 일대 토사 유실도 산속 내부에 방공호를 새로 지을 때 물길을 내지 않고 콘크리트로 모든 산길을 포장하면서, 물이 콘크리트 길을 타고 마을로 흘러 내려왔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신도시구도심간 빗물을 저장하는 저류시설 편중이 명암을 갈랐다.
시는 상습침수구역에 15개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면서 빗물을 빠르게 하천으로 빼내는 효과를 봤지만, 도심은 저류시설 설치의 필요성이 크다. 자연녹지 개발, 도시화가 된 전주시는 빗물 유속이 빠르고 투수면적이 적기 때문에 직접유출량을 줄이는 게 중요한데, 빗물을 저장했다 서서히 흘려보내는 저류시설이 효과적이어서다.
그러나 유수저류지나 저류조 등 저류시설이 대부분 신도시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개중 11개소가 조성 완료됐고, 이중 상습침수구역인 팔복동 1곳을 제외한 10개소가 신도심에 몰려있다. 서부신시가지 1곳, 혁신도시 1곳, 만성지구 일대 3곳, 효전지구 2곳, 에코시티 일대 2곳, 월드컵경기장 일대 1곳이 있다.
반면, 구도심에는 현재 저류시설이 없다. 전미동 진기들마을 일대에 유수지 1곳, 송천1지구전주초매화지구 등 3곳에 저류조 조성공사중인데 업체선정 논란, 주민 갈등 등으로 일부 지연됐다.
시 관계자는 구도심에서도 침수가 잦은 구역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인공 저류시설인 저류조 3곳을 추가로 조성하는 등 의욕적으로 방재대책과 침수 보완책을 세우고 있다며, 공사는 큰 차질 없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고 완성되면 해당 지역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