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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의 태도를 보며 '싸가지 없는 진보'가 떠오른다

기사승인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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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롱 문제 민감 사안 / 누구도 예외일 수 없어 / 사건처리 신중 기해야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일찍이 강준만 교수는 진보 진영에 대해 뼈아픈 충언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싸가지 없는 진보’란 저술이다. 많은 공감과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게 한 글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철학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거나 과하여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업신여기며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 진보진영의 배타성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로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태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기회였다. 아무리 목적이 옳다 하더라도 과정인 수단과 방법이 그르다면 목적이 훼손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이치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치를 왜 진보진영에게 제시했던 것일까?

‘부안 성희롱 의혹 교사 자살 사건’을 비롯하여 최근 전북교육청의 일처리 방식이나 사안에 대한 답변 태도를 보면 전북교육당국의 모습이 강준만 교수가 말했던 완장 찬 ‘싸가지 없는 진보’ 의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어떠한 사안에 대한 잘못된 결과보다 사안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를 보며 더욱 분개하는 경우가 많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했다. 하지만 ‘부안 자살 교사 사건’을 대하는 교육청의 태도는 사과는 없이 언론에 흘린 내용들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상황이 바뀐다. 감사과정에서 당사자도 인정했다. 학생 진술도 바뀔 수 있다.” 등 본질 흐리기, 물타기와 색깔 덧씌우기를 일삼는다. 이미 여러 진술과 조사는 정당성을 상실했는데도 여전히 버티며 강변하려 든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이러한 태도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유족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보태며 공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어두웠던 시절, 뉴스에서 이미 고인이 되신 ‘김근태 의장’에 대해 사정당국의 의도대로 무시무시한 간첩이나 빨갱이로 몰아가는 조직표와 소위 ‘피의 사실’을 발표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고사하고 피의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권과 인권은 말살되었다. 각본과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를 마치 사실인양 읊어 원하는 인물로 낙인 되고 매도되었다.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결국은 저들의 여론 조작과 공포 조장에 의해 순치되어 갔다. 밀실에서 반인간적인 고문과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피의 사실에 의해 한 인간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순간이었다. 대부분의 공안 사건에서 대동소이했다. 공권력에 의한 고문살인과 폭력, 법의 심판을 받기 이전의 피의 사실 공표 및 사건 조작에 정면으로 맞서며 당당히 소신과 철학을 밝히고 스스로 영어의 몸이 된 숱한 청년과 시민들이 있었다. 모든 죄는 법원의 판결이 나기까지 무죄이며 예단은 금물이다. 재판 이전의 피의 사실 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최소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숭고한 가치이며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해낸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사전에 피의 사실 공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속보 경쟁과 특종 의식, 시청률 등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사정과 행정 당국이 자신들의 목적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 이를 교묘하게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법과 원칙은 구호가 아니라 일상에서 단 한 사람의 피해자가 없도록 노력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는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는 가치이다.

최근 성희롱 문제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가부장적 남성이 아직도 사회변화에 발 빠르게 맞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성희롱과 같은 민감하며 다툼이 있는 사안은 사건 처리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일단 질러 놓고 아니면 말고 식의 전북 교육당국이 법과 원칙에 입각한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착각하면 과거 공권력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잘못된 공권력에 의한 무서운 결과를 몸으로 체득하며 불의에 싸워 얻어낸 기본권을 더 이상 욕보여서는 안 된다. 감동이 없는 행정은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전북교육청의 자세와 태도를 보며 강준만 교수의 글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기고 desk@jjan.kr

<저작권자 © 전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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