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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객령(逐客令)

기사승인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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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매개로 한 공동체는 자신과 다른 집단에 대해 배타적 성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가장 극단적인 것이 히틀러 집권이후 독일 전역에서 시작된 유대인 추방령이며, 이보다 약 400 여년전 스페인은 알함브라 칙령으로 일컬어지는 유대인 추방령을 내린 바 있다.

1492년 3월 31일 스페인이 내린 알함브라 칙령은 결국 스페인의 몰락을 재촉하게 된다. 편협한 이데올로기가 대중의 광적인 열광을 이끌어내고 종교·정치 지도자들은 포퓰리즘에 근거한 권력을 다질 수 있어도 결국 실패한 사례다.

동양에서는 더 일찌감치 추방령이 있었다.

흔히 축객령(逐客令)이라고 하는데 이는 손님이 미워서 추방하는 명령을 말하며, 좀 더 넓게는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정책을 의미한다. 중국 진나라에는 여러 나라 출신이 모여들어 일자리를 얻고 있었는데 초나라 출신 이사(李斯)도 그중 하나였다. 어느날 한나라 출신 정국(鄭國)이라는 사람의 간첩사건이 터지면서 진나라 임금 정(政·진시황제)은 나라 안에 있는 모든 외국인을 해고한다고 선언했다. 소위 ‘축객령(逐客令)’이다. 이사는 묵숨을 걸고 축객령의 불합리성을 지적한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리게 되는데 그 골자는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다. 이사는 “태산은 조그만 흙 알맹이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높을 수가 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깊을 수가 있다”고 강조한다. 훗날 진시황제가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루는 기초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핵심은 편협한 순혈주의를 경계하면서 이종교배의 우수성을 설파한 것이다.

오늘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이다. 20년전인 1997년 11월 21일, 치욕의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도내 향토기업의 몰락은 무서웠다. 쌍방울 부도를 시작으로 거성건설, 기아특수강, 서호건설 등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전북경제의 주도 세력이 재편됐다. 서민 금융기관인 전일상호신용금고와 고려저축은행은 외지 업체에 넘어가거나 영업정지로 사라졌다.

20년이 지났지만 전북엔 또다시 매서운 한파가 몰려오고 있다. BYC전주공장, 넥솔론, 군산조선소에서 끝나지 않고, 하이트 전주공장과 GM대우 철수설까지 나돌고 있다.

오늘날 의도적으로 축객령을 내리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역의 특성이 산업자본에 대해 우호적이지 못하고, 외지에서 온 근로자에게 배타적일때 이는 또다른 형태의 축객령이 될 수 있다.

전북에 있는 우수한 고교나 대학을 찾아온 외지인이나 외국인은 물론, 혁신도시 입주기관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해 도민으로 깊이 인식하는 포용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축객령이 사라졌지만 도민 스스로 “신념과 종교, 나라와 피부, 학교와 고향이 다르다고 내 마음 속에서 누구를 차별하거나 추방한 적은 없는가” 계속 물어야만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위병기 bkweegh@jjan.kr

<저작권자 © 전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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