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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같으면서도 다른말, 아내의 '이혼' 남편의 '이혼'

 

 

 

 

 

다음은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 일일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남편, 경제적 수입도 충분하고, 아내에게 늘 존대말을 하는 등 매사에 가정적이어서 가장으로, 그리고 남편으로 모범적인 한 남자와 귀엽고 상냥하며 남편과 자녀들에게 예쁘게 어리광을 부리는, 약간은 푼수끼를 갖고 있는 아내(모든 TV 드라마에서 완벽한 남편의 아내는 늘 순진한, 그러나 푼수끼 다분한 여성이 아내로 등장한다).

 

 

이들이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이상적인 가정을 이룬 두 사람인 만큼 이 싸움의 결과가 어찌 될지 시청자들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법 긴장과 갈등을 고조하고 있다. 마침내 이들 부부는 서로에게 이혼을 선언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각각 이혼을 거론하며 상대를 몰아세우는데 이들이 정말 이혼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들은 정말로 이혼하겠다는 생각보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각자의 요구사항을 상대방에게 전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상대에게 전달하려는 의사는 무엇이며 어떤 결과를 바라고 있을까?

 

 

먼저, 아내의 경우를 짐작해보자.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하자'라는 말을 통하여 남편에게 자신이 무척 화가 나 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그리고 남편이 자신의 화났음을 이해하고 달래주기를 원하고 있다.

 

 

왜냐하면 남편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결국 아내는 '이혼'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남편이 자신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남편의 경우는 어떠한가? 남편 역시 진정으로 이혼을 원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화가 나 있음을 아내에게 전달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사용하는 '이혼'이라는 단어는 아내에게는 협박과 위협으로 작용한다.

 

 

특히 직업을 가진 아내보다는 전업 주부인 아내에게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남편의 '이혼하자'는 아내를 확실하게 지배하고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사랑의 확인보다는 아내의 복종을 얻어내려는 행동이 된다.

 

 

이러한 해석이 지나친 것이라 믿는다면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남편과 아내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두 사람은 무엇을 잃게 되는가? 먼저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해주던 가정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편의 경우 사회적 명예나 자존심이 약간 훼손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아내의 경우는 어떠한가?

 

 

사회경제적 활동에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아내는 그동안 남편의 사회경제적 활동에 의존하여 누려 왔던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를 동시에 잃게 되며 이혼녀라는 이름에 따르는 사회의 싸늘한 편견에 시달려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혼은 여성에게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싸움 중에 서로에게 내뱉듯 사용하는 '이혼'이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같으면서도 매우 다른, 사회적 의미를 포괄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에게는 불리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문윤걸 (문화비평가.문화저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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