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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도의원 33% 단수 공천, 말이 되는가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경쟁 없이 공천된 더불어민주당의 도의원 후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지역의 정치 정서상 공천 자체가 사실상 당선을 보장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전북자치도당은 6.3지방선거 지방의원 후보자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명단을 전북도당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도의원 선거구는 단수 추천 12곳, 경선 지역 23곳 등 모두 35곳이 확정됐다. 시군의원 선거구는 총 68개 선거구에서 경선이 치러진다. 눈에 띄는 대목은 도의원 단수 추천이 12곳에 이른다는 점이다. 지역구 의석의 33%다. 전주 6명, 군산 2명, 완주 2명, 무주 고창 각각 1명 등 모두 12명이 경쟁 없이 공천장을 거머쥔 것이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도의원 22명(61%)이 무투표 당선돼 비판이 많았다. 선거의 핵심은 경쟁을 통한 선택이다. 그런데 당내 공천에 이같은 경쟁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겉만 공천일뿐 실제로는 사천이다. 이런 독점적 구도 탓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아예 공천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분위기도 있다. 왜 이같은 단수 공천이 횡행하는가. 민주당의 독점적 정치질서가 형성돼 있는 데다, 특정인에 대한 일부 당협위원장의 묵시적 동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행태라면 공천 거래 의혹을 살 수 있다. 1억원 수수사건의 당사자인 ‘강선우 국회의원-김경 서울시의원 공천거래설’은 현실로 드러났지 않은가. 전북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면에는 역기능과 부작용이 크다. 무투표 당선은 선거운동과 공약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당원과 유권자 판단이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후보들의 역량과 도덕성, 공약과 정책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선거의 본령이다. 경쟁을 통한 차별적 판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당원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며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공사 입찰도 단수 응찰이면 유찰시키지 않던가. 민주당은 경쟁원리가 차단된 공천의 역기능을 성찰하고 공정과 민주적 가치 실현을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12 18:50

[사설]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 신속하고 철저하게

6‧3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곳곳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잇따르며 공정선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선거공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전북에서는 민주당 경선 단계에서부터 혼탁‧과열양상이 빚어지면서 선거법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도민들의 관심을 모은 전북지사 경선에서는 김관영 현 지사와 이원택 의원이 잇따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면서 선거판이 막판까지 요동쳤다. 또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임실과 무주‧부안 등 모두 8개 시·군에서 후보들이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고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경찰이 통신사 압수수색 등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이 문제가 경선을 넘어 지방선거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이밖에도 기부행위 등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수사결과에 따라 추후 당선 무효 사유가 될 수도 있다. 수사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선거에서 과정의 공정성은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바라보는 전북도민의 심정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지역정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실망과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는 특정 후보 개인이나 캠프의 문제를 넘어, 정당과 정치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다. 동시에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도 요구된다.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겠지만, 반대로 문제 제기 자체를 외면하거나 축소해서도 안 된다. 선거 관련 사건은 무엇보다 사법기관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수사가 늦어질 경우 이미 선거는 끝나버리고 유권자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남는다. 결국 사법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도 정치적 혼란과 불신만 남게 될 수도 있다. 동시에 수사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객관적 증거 확보와 엄정한 법리 적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수사 결과 자체가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12 18:50

[전북칼럼] 이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스위스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직접민주주의가 있다.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의 꽃은 ‘란츠게마인데’라고 불리는 정치축제인데, 이는 유권자 전원이 어떤 사안을 두고 직접 광장에 모여 손을 들어 찬반을 결정하는 주민총회다. 물론 이 광장의 직접민주주의는 실효성이 부족하고 비밀투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으며 지금은 단 두 곳의 칸톤에서만 상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해도 스위스는 여전히 직접민주주의가 가장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 정치 선진국이다. 스위스는 현재 약 9백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데, 중앙정부인 연방과 우리의 광역도 단위인 칸톤이 공동으로 매년 4차례 정도의 국민투표를 통해 연간 10~15개 내외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특히 직접민주주의를 실시하는 칸톤은 이 제도를 통해 불요불급한 재정지출과 채무를 억제하여 타 칸톤에 비해 5~15% 가량 생산성이 높고 공공지출도 획기적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국가적으로도 이 시스템은 강하게 작동하여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최소화하고 있고, 그에 영향을 받아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약 12만달러 한화로 약 1억6천만원 정도에 이른다. 정치적으로는 시민사회와 지방분권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다양성이 확대되어 군소정당의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의 발전은 당연히 민주주의를 위한 부단한 투쟁의 결과다. 한국에서도 지난 수년 동안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는데 첫째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의지다. 특히 농촌지역의 군이나 면 단위에서 주민들이 직접 지역발전계획을 세우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이 교육감 시민후보를 뽑기 위해 시민공천위원에 무려 3만5천명의 시민들이 참가비 5천원을 내고 참여한 사례는 우리 사회에 이제 직접민주주의의 조건과 상황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두 번째는 지방자치제도와 행정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관련된다. 전북의 경우 대부분의 군지역들이 인구 3만명 내외의 인구과소지역이 된 상황에서 지금의 지방자치와 행정체제의 효율성을 한번 따져볼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이자 시민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고 정치참여의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시민들이 지역의 주요 현안과 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기도 하고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지방정치와 행정의 기본구조는 인구비례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로 한정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있다. 지역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사회의 구성은 매우 다양하며 선진적이다. 특히 지금 막 은퇴를 시작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높은 교육수준과 사회참여의 열정, 적당한 경제력까지 갖춘 세대들이다. 이들을 비롯하여 지금 시민들의 관심사는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의 위기를 경제와 인구 뿐만 아니라 기후환경과 생태, 에너지, 토지자원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민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참여의 열정을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정치의 구조와 방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인구 3만 내외의 작은 기초단체부터 부분적으로 직접민주주의의 방식을 도입하여 지역의 주요 현안을 스위스 칸톤에서처럼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위스 역시 모든 사안을 직접민주주의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직접민주주의가 중앙정부와 정당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낮추고 지방자치와 분권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스위스 시스템의 핵심은 “의회는 초안을 작성할 뿐, 최종 승인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점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12 18:49

[열린광장] 오수의견문화제와 함께하는 ‘2026 임실 펫스타’

임실군 오수면에는 천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까지 깊은 울림을 전하는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시대 문인 최자의 문집 <보한집(補閑集)>에 기록된 ‘오수의 견(獒樹犬)’ 설화가 바로 그것이다.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자신의 몸을 던진 충견의 이야기는 단순한 미담을 넘어 생명과 생명 사이의 숭고한 유대감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주인 김개인은 반려견 앞에서 통곡하며 장례를 치렀고, 무덤에 꽂은 지팡이가 싹을 틔워 거목으로 자라나 ‘개 오(獒)’와 ‘나무 수(樹)’를 따 ‘오수(獒樹)’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오수는 단순한 지역명이 아니라, 반려견의 의로움과 인간의 깊은 예우가 결합된 살아있는 역사이자 정신적 유산이다. 오수의견 설화는 오늘날에도 반려동물과 인간이 어떤 관계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5월 1일부터 3일간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서는 40여 년 전통의 의견문화제를 계승한 ‘2026 임실 N펫스타’가 열린다. 특히 이번 축제는 장소를 오수의견 관광지로 옮겨 진행함으로써 설화와 현실을 잇는 상징적 의미를 한층 강화했다. 오늘날 반려동물은 ‘애완’의 개념을 넘어 가족이자 삶의 동반자로 자리했고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2026 임실N 펫스타’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공감하는 복합문화축제로 확장되고 있다. 행사 기간에는 반려동물 토크쇼와 패션쇼를 비롯 펫박람회와 어질리티 경기대회는 물론 반려동물 한방센터와 행동교정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됐다. 여기에 문화공연과 펫 산업 박람회 등 전시가 어우러지고 생명 존중과 책임 있는 반려문화 확산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오수의견 설화가 숨 쉬는 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단순한 즐길 거리를 넘어 ‘왜 함께 살아야 하는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오수는 ‘2026 임실 N 펫스타’를 기점으로 단순한 축제 공간을 넘어 반려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적 반려동물 문화의 중심지로 도약코자 한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추진되는‘세계 명견 테마랜드 조성사업’은 오수를 글로벌 반려 문화 관광지로 끌어올리는 핵심 사업이다. 세계명견 아트뮤지엄과 펫케이션 숙박시설 등이 조성돼 단순 방문을 넘어 체류형 관광이 가능한 기반이 마련된다. 또 올해부터 추진되는 ‘펫토피아 파크 명소화’ 사업은 교감과 체험관, 명견 돌봄관 등을 통해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힐링공간으로 확장된다. ‘오수 반려누리’로 대표되는 반려동물지원센터와 학습센터·기숙사 건립은 교육과 복지를 동시에 강화하는 기반이다. 반려동물 문화 교육과 전문 인력 양성, 체험 프로그램이 결합되면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반려 문화 교육 허브’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산업적 기반 측면에서도 반려산업 특화형으로 조성된 오수 제2농공단지는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반려스쿨과 반려하우스, 특화거리 조성 등으로 지역 전체가 하나의 ‘펫시티’로 변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오수개연구소 이전 신축과 동물보호센터 건립, 펫 추모공원 운영 등은 반려동물의 생애 전체 주기를 아우르는 복지시스템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결국 오수의 미래는 천년 전 오수의 견 설화가 전한 ‘의로움과 사랑’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이를 산업과 관광, 교육 및 복지로 확장한 세계 유일의 반려동물 특화도시로 성장하는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12 18:49

[기고] 창업 군주 태조 이성계에게 배우는 대전환기의 리더십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 발전을 약속하며 방송, 신문, 유튜브,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며 시민의 선택을 앞두고 있다. 어지러운 선거 시장에서 시민은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행정가 출신인가 정치인 출신인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시대의 전환을 읽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이다. 전북과 전주는 조선 시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에 수도권과 경부 축 동남해안 공업지대 육성, 지역 차별 정치에 밀려, 오랜 시간 소외와 정체를 겪어왔다. 김대중 정부 이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의 정책은 반복되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도약할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실사구시적 지역 정책 속에 다시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 이 중요한 전환기에 어떤 리더를 선택하느냐는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이다. 앞이 잘 안 보일 때 우리는 역사 속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전북, 전주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단순한 무장이 아니었다. 그는 혼란한 고려 말 국제질서 변화와 내부 붕괴를 정확히 읽은 전략가였다. 원·명 교체라는 거대한 질서 변화 속에서 무모한 전쟁을 거부하고 위화도에서 회군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방향을 읽은 정치적 결단이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국가 현실을 무시하고 전쟁으로 자국민의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면교사이다. 그의 리더십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대 변화를 읽는 통찰이다. 기존 질서에 매달리는 대신 새로운 질서를 준비했다. 둘째, 결단의 용기다. 리더는 결단하는 사람이다. 위화도 회군은 개인의 안위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셋째, 적재 적소의 인재 등용이다. 그는 정도전, 조준, 윤소종 등 신진사대부 인재와 손을 잡고 새로운 국가 체제를 설계하고, 당대 최고 최대의 민생이었던 토지제도를 혁명적으로 개혁했다. 이는 단순한 권력 교체를 넘어 민본주의라는 새 나라 조선의 건국 이념의 정치, 경제, 문화적 실천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공론정치’다. 태조는 건국 이후에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 국정에 반영했다. 이는 오늘날 지역 정치와 행정에 요구되는 ‘참여와 소통의 리더십’과도 맞닿아 있다. 지금 전북과 전주에 필요한 리더 역시 다르지 않다. 단순히 예산을 따오는 행정형 인물이나 정치적 구호에 능한 인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지역의 미래 산업과 문화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AI 대전환,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 청년 유출이라는 현실을 이겨낼 새로운 길을 만드는 리더가 필요하다. 선거는 인기 경쟁이 아니라 미래 선택이다. 태조 이성계가 그러했듯, 위기와 전환의 시대에는 과감한 결단과 새로운 질서를 설계할 수 있는 리더가 지역을 살린다. 전북과 전주의 미래 100년을 고민하고 실천할 리더가 절실하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12 18:49

[오목대] 원칙과 공정을 잃어버린 도지사 경선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공정성 문제로 승복하지 않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선에 나선 안호영 의원측은 9일부터 시작한 경선을 연기해 줄것을 요청했지만 당에서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급기야 안 의원은 11일 경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갖고 동시에 당 윤리심판원에 재조사와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심신청한 후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처럼 도지사 경선을 놓고 민심이 뒤숭숭하게 된 배경은 민주당이 일관성 있게 공정한 잣대로 처리 않고 이중잣대로 차별적으로 처리한 탓이 결정적이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일찍부터 편들고 지원해 공정 경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면서 민주당의 오만이 낳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1일 밤 최고위원회를 긴급 소집해서 계속 여론조사상 40% 이상으로 1위를 달리던 김관영 지사를 청년당원들에게 전주시내 음식점에서 67만원의 대리운전비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제명조치했다. 김 지사한테는 제대로 소명 기회도 안주고 기다렸다는 듯이 전광석화처럼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극단의 제명조치를 내렸다. 상당수 도민들은 경천동지할 극악무도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그간 민주당을 지지해서 당을 오늘에 이르게 한 전북도민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존심을 짓밟아 버렸다고 맹비난했다. 도민들은 6•3 지방선거에 나설 청년 당원들한테 김 지사가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준 돈을 마치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처럼 터뜨린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것. 특히 지난해 11월 말로 4개월이나 지난 사건을 경선을 코앞에 두고 터뜨려 유력주자인 김 지 사를 낙마토록 한 것은 정치공작적 냄새가 다분하다면서 경찰이 납득이 갈 정도의 신속한 수사결과를 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주권정부로 태어난 이재명 정부나 민주당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도 공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가 당 윤리심판원을 통해 최고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을 보면 너무 상반되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 대리운전비 지원건은 즉각 당원권 제명이란 초강수를 둔 반면 이원택측이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청년당원을 대상으로 정읍고깃집에서 음식값 술값 72만원을 대리지급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어물쩍 넘어갔다. 김슬지 도의원이 나중에 도의회 상임위원장 법인카드로 45만원을 결제하고 이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이 증거로 남아 있는데도 경선을 연기 않고 강행한 것이 잘못이다. 동학의 후예인 도민들은 이런 식으로 자존심을 짓밟힐 수는 없다면서 처음부터 김 지사를 내란으로 몰아간 이 의원측을 당 지도부가 알게 모르게 두둔한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김 지사가 이원택 주장대로 특검 수사를 자진해서 받겠다고 하므로, 그 결과에 따라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6.04.12 18:48

[사설] 수렁에 빠진 전북지사 경선, 연기해야 한다

도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전북지사 경선에 나섰던 김관영 현 지사를 비상징계라는 이름으로 초고속 제명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식비 대납 의혹에 휩싸인 이원택 의원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단을 내리면서 공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이중잣대’가 결국 ‘계파정치’와 ‘기획공천’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의 판단과 별개로 이원택 의원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경찰이 공직선거법(제3자 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의원과 그 측근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향후 그 결과에 따라 경선 효력 논란 등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안호영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한 재감찰을 요구하며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거듭된 파행과 혼란으로 경선이 깊은 수렁에 빠졌는데도 민주당은 경선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도민들을 무시한 처사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인 선거 구도에서 민주당의 후보 경선은 사실상 전북의 선택,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과 도덕적 설득력이다. 지금의 경선은 이 두 가지 모두에서 의문을 사고 있다. 경선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고, 유권자들은 길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을 그대로 강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누가 도지사 후보로 선출되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나온 결과’라는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 이는 특정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공천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공천을 받은 민주당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되더라도 그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받기 힘들 게 뻔하다. 또 경선과정에서 쌓인 앙금은 지역발전과 화합에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는 개인과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북, 그리고 도민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너무 늦은 것도 아니다. 아직 기회가 있다. 일단 경선 일정을 연기하고,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절차의 공정성과 기준의 일관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충분한 검증과 납득 가능한 룰이 마련된 이후에야 비로소 경쟁은 의미를 갖는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09 18:36

[사설] 용담호 수변구역 해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모델돼야

진안군 용담댐 주변 수변구역 일부가 20여 년 만에 해제되면서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진안군 7개 읍·면, 32개 마을(1.251㎢)에 대한 수변구역 해제를 확정한 것은 장기간 재산권 침해를 견뎌온 주민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2001년 준공된 용담댐은 전북과 충청권에 하루 135만 톤의 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수질 보전을 위해 설정된 광범위한 규제는 주민들에게 족쇄가 되었다. 진안군 전체 면적의 14.2%가 수변구역으로 묶이면서, 주민들은 건물 하나 마음대로 짓지 못하고 자기 땅조차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 왔다. 음식점, 숙박시설, 공동주택 건립 등 기본적인 경제활동조차 막히면서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위기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번 수변구역 해제로 마을에서는 이제 카페나 식당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은 물론, 지역 특산물 가공시설 유치와 생태관광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단순히 규제가 풀린 것을 넘어, 침체했던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 소득 증대와 인구 유입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자칫 수질 오염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용담호는 수백만 명의 식수원을 책임지는 예민한 공간이다. 개발이 확대될수록 오염 부하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해제의 전제 조건인 ‘하수처리 시스템의 완벽한 가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기관은 오염원 관리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수립하고,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 하수처리 시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운영되도록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또한 행정기관은 개발 인허가 등의 과정에서부터 난개발을 지양하고 용담호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존하면서도 가치를 창출하는 친환경 설계와 저영향 개발 기법 도입을 적극 유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 역시 수질 보전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수변구역 해제는 끝이 아니라 ‘상생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수질 보전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지역 개발이라는 생존권적 가치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전북도와 진안군이 몸소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이번 사례가 규제 합리화를 통한 지역 발전의 성공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09 18:36

[오목대]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과 질문들

“역대 지방선거에서 이런 선거는 없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전북도지사 경선을 둘러싸고 터져나온 의혹들이 유권자들에게 혼란과 실망을 안기고 있다. 선거이후 지역사회의 갈등과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당 경선이 본선거 당락을 좌우하고, 중앙 권력 다툼의 손아귀에 놓인 지역 정치여건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김관영은 제명하고, 이원택은 감싸고? 민주당스럽습니다.” 청년 당원들에 대한 대리운전비 지급과 식사비용 제3자 대납 의혹으로 긴급감찰을 받은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에 대한 처분 결과를 평가한 국민의힘 전북도당의 논평 제목이다. 6.3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조차 내지 못할 정도인데다, 당내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으로 부터 ‘민주당스럽다’는 말을 듣게됐다. 국민의힘의 논평은 차치하더라도 전북도지사 경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처리 과정은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을 부를 만하다. 이 의원의 ‘술·식사비 3자 대납 의혹’에 개인 혐의는 없다고 결론 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비당권파 친명(친이재명)계인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간의 형평성을 둘러싼 설전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과 논란, 그것들이 제기된 과정과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김관영 지사는 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식사 자리에서 대리운전비라고는 하지만 지갑이 아닌 비서가 가져온 돈봉투에서 현금을 꺼내줬을까, 돈봉투는 왜 가지고 다녔을까. 왜 청년 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를 준 뒤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것도 경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그 현장이 폭로됐을까, CCTV 영상은 어떻게 세상에 공개됐을까. 식사 자리가 끝나기 전 식당을 나왔다는 이원택 의원과 청년 당원들의 기념사진은 언제 찍은 것일까, 비서관은 식사비 15만 원을 왜 현금으로 계산했을까, 음식값을 계산하는 장면은 CCTV에 남아있을까. 자리를 주선했다는 김슬지 도의원이 참석자들에게 음식값을 거뒀다는 장면은 CCTV에 남아있을까. 언론보도는 왜 경선 막바지에 나왔을까. 김 지사와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청년 당원들은 대리운전비 지급과 반환 여부에 대해, 이 의원과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청년 당원들은 단체 기념사진을 언제 찍은 것인지 왜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김 지사와 이 의원은 제기된 의혹을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누가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으로 김 지사와 이 의원을 주저앉히려 하는 것일까.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인슈타인은 “만약 나에게 세상을 구할 1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55분 동안 어떤 질문을 던질지 고민하고 나머지 5분 동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겠다”는 말을 남겼다. 혼탁한 선거도 유권자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해지면 투표해야 할 후보의 얼굴도 선명해 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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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4.09 18:35

[청춘예찬] 우리는 언제부터 혼자가 되었을까

청년을 둘러싼 담론은 오랫동안 개인의 노력과 선택을 중심에 놓아왔다. 스스로 길을 찾고, 경쟁력을 갖추고, 실패를 감당하라는 요구는 이제 너무 익숙하다. 그런데 이 구조 안에서 청년은 언제부터인가 혼자 버텨야 하는 존재로 설정되기 시작하였다. 실패는 개인의 책임이 되고, 고립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는 언제부터 혼자가 되었을까. 청년들은 혼자가 되기를 선택한 경우보다,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훨씬 많다. 관계는 느슨해졌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구조는 줄어들었다. 가족, 학교, 지역사회가 담당하던 역할은 점점 개인에게 이전되었고, 그 빈자리는 자기관리라는 것으로 채워졌다. 한국청소년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년 10명 중 1명 이상(12.4%)이 고립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한국 청소년들의 사회적 고립 수준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보건복지부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청년 인구의 약 5%, 54만 명이 고립·은둔 상태에 있다. 이들 4명 중 1명은 10대 시절부터 고립을 경험하기 시작해 성인이 되어서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더 주목할 만한 수치는 은둔에서 벗어나려 했던 청년 중 58.8%가 재은둔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검찰청에서 조사 업무를 지원하며 목격했던 한 20대 초반 청년의 사례가 지금도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연결될 수 있는 통로는 익명 앱뿐이었다. 그 앱을 통해 만난 남성으로부터 마약을 접했고, 중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결국 그는 검찰청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그에게 없었던 것은 의지가 아니었다. 중독 이전에 먼저 닿을 수 있는 공동체, 정체성의 숨기지 않아도 되는 연결의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마약이 유일한 연결이었던 사람에게 그 연결을 끊으라고만 하는 것은 문을 막으면서 다른 문을 알려주지 않는 것과 같다. 많은 청년들이 그렇게 혼자 마약을 하다가 죽는다. 수사 기관을 반복해서 드나들다가, 어느 날 과다복용으로 끝나는 것이다. 청년 혼자 감당하는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한다. 하나는 법적 테두리 밖에서 작동하는 청년 자조모임이다. 마약 문제를 가진 청년에게 기존 제도는 처벌로 먼저 다가온다. 치료와 회복을 원하더라도 신분 노출의 두려움이 앞선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판단 없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또래 공동체는 제도가 닿지 못하는 곳에서 연결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알코올·도박 영역에서 자조모임의 효과는 충분히 검증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치료제(DTx, Digital Therapeutics)다. 전통적인 치료 모델은 상담소에 직접 찾아가고, 이름을 밝히고, 시간을 정해 예약해야 한다. 고립된 청년에게 이 과정은 너무 높은 문턱이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익명으로 각자의 속도로 접근할 수 있다. 공감형 AI를 활용한 심리 상담 모델은 이미 은둔 청년 지원 분야에서 실험되고 있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어려움이 생겼을 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마약으로 고립된 청년에게 실패했을 때 필요한 것은 처벌 이전에 돌아올 것이다. 판단 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전 마약수사관·우석대 약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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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9 18:34

[금요칼럼] 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대학은 정답을 외우는 곳이 아니라 ‘왜’를 묻는 곳입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 의문을 품고 나만의 질문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들 때 여러분은 비로소 진짜 성장의 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3일 열렸던 목원대 2026학년도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전한 당부다. 이 말은 질문하는 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조언인 동시에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시대에 대학이 끝까지 붙들어야 할 교육의 본질을 보여주는 메시지였다. 현재 정보를 얻고 해답에 이르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해 이를 분석하고 필요한 답을 빠르게 내놓는다.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힘이다. 무엇이 옳고 더 중요한지, 무엇을 위해 기술을 써야 하는지 스스로 묻지 못한다면 많은 정보를 쥐고도 방향을 잃게 된다. 그래서 대학은 답을 찾는 방법을 전달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세우고 끝까지 탐구하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어야 한다. 이 점을 깊이 새기게 한 것은 독일 유학 시절의 경험이었다. 1990년대 독일 베를린훔볼트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베를린은 장벽 붕괴 이후 큰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었다. 익숙한 질서는 무너졌고, 사회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먼저 질문했다. ‘왜 이 체제가 무너졌는가’, ‘어떤 사회를 다시 세워야 하는가’, ‘자유와 책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이런 물음들은 강의실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회를 이해하는 틀이 됐고,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됐다. 그 현장은 학문의 본질도 다시 보여줬다. 학문은 이미 정리된 결론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믿어온 전제를 다시 묻는 데서 시작했다. 질문이 깊어질수록 토론은 치열했고, 서로 다른 생각은 갈등이 아니라 더 나은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됐다. AI 시대의 대학도 다르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다. 그 정보가 맞는지 가려내고 맥락 속에서 해석하며 사회를 위해 책임 있게 쓸 수 있느냐다. 기술은 더 빨라지고 정교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에 방향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다른 전공과 협력하며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를 놓지 않는 힘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이제 대학은 기존 교육의 성과를 토대로 배움의 지평을 더 넓혀야 한다.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탐구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해진 답을 빨리 찾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낯선 문제 앞에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탐색하고, 마침내 실행해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미래 인재를 가르는 기준도 여기에 있다. 목원대가 추진하는 변화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현재 AI와 SW를 대학 교육의 중심축으로 삼아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오랫동안 강점으로 키워온 문화·예술 역량을 ‘실감형 콘텐츠’라는 미래 산업의 언어로 다시 번역했다. 또 AI 융합 교육의 컨트롤타워인 ‘AISW융합대학’을 신설해 전문적인 기술교육 체계를 구축했다. 공학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예술전공 학생들에게도 각자의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움의 문을 넓혔다. 목원대는 AI·SW 교육을 넓혀가면서도 목표를 기술 습득 자체에만 두지 않고,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지역사회의 문제와 연결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좋은 대학은 정답을 대신 말해주는 대학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을 품게 하는 대학이다. ‘무엇이 옳은가’, ‘무엇에 더 큰 가치를 둬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기술을 써야 하는가’. 이 질문을 끝까지 붙들 때 배움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삶의 힘이 된다. AI 시대에 정답은 기술이 더 빨리 찾아줄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방향은 끝내 질문하는 사람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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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9 18:34

[금요수필] 행복은 코끝에

남편과 전주천 산책로를 걸었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억새밭 사이를 걷다 보니 솜털 같은 억새의 검은 씨앗이 온몸에 매달렸다. ‘야, 우리 눈 맞은 거 같아.’ 날씨는 아직 여름인데, 진눈깨비를 맞은 듯 희끗한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날씨가 더웠지만 가을이 가고 있었다.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 싸늘함이 전해 졌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산책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젊어서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한 걸음이라도 지름길을 찾고 정해 진 길이 아닌 낯선 곳이라도 빨리 갈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찾아 나섰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그럴듯하게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의 길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되었다. 억새밭 사이를 걷다 보니 눈앞에 연분홍, 분홍, 자주, 보라색 꽃밭이 펼쳐졌다. 코스모스였다. 자주색 꽃잎 한 장을 코끝에 붙였다.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얌전히 붙어있었다. 바람을 후후 불어 보았다. 꽃잎은 부르르 떨어질 듯 떨렸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살아가는 삶도 그랬다. 오 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난 나의 삶도 축복받기보다 안쓰러움이 더 컸다. 병원이 없던 시절이라 마을에 홍역이 돌면 건강하게 자라던 아기들이 홍역에 걸렸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로 셋을 잃어 첫째는 공을 들였으니 딸이든 아들이든 관계가 없었지만 둘째는 달랐다. 당연히 아들이라고 믿었는데 또 딸이었으니 생명에 대한 기쁨보다는 위로받지 못하는 섭섭함으로 고통을 겪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도 ‘야, 신난다. 딸이다. 딸! 하고 박수받고 태어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환영받지 못한 섭섭이들이었다. 세기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져도 딸들은 섭섭이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별생각을 하면서 걸어도 꽃잎은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자기 얼굴 웃기는 것 알지?”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끄떡이자 꽃잎이 팔랑 떨어졌다. “가위, 바위, 보해서 꽃잎 8장 먼저 떨어지면 지는 거다”, “재미있겠네, 이런 놀이.” 이제 나의 삶은 둘째 딸로 태어난 섭섭이 삶이 아니었다. 복둥이 삶을 살며 코스모스 꽃잎 8장 중 6장을 뗀 이순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다시 코끝에 코스모스 꽃잎을 붙이고 후후 불던 그때를 떠올렸다. 산타클로스 우표가 붙어있고, 누렇게 변한 오래된 편지처럼 젊었을 때 시내버스 타고 함께 종점까지 갔다. 그런데, 버스 속이 추워 손을 호호 불던 그날을 아련히 떠 올린다. 몹시 추웠다. 인적 드문 버스종점에서 내려 얼마를 걸었을까? 그 풍경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걷다 배가 고파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던 날, 내 키보다 긴 그림자가 길게 기울던 해질녘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신작로에는 나뭇잎이 촐랑이며 날아다녔다. 지워져 흐린 글씨의 낡은 표지판이 있던 종점 주변에는 내 키보다 훌쩍 큰 코스모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따뜻했던 날들, 슬픔이 다가왔던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코스모스 꽃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태어나 처음 받은 위로였다. 위로는 말이 아니라 산들산들 흔들리는 코스모스였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꽃잎을 먼저 떨어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면서 남편의 주름진 웃음을 보냈다. 전주천 산책로를 걸으면서 행운의 길이라 생각하며 걷는다. 스페인에 갔을 때 그 길을 걸었어도 중세 성 요한의 순례의 길이라는 것도 몰랐다. 여행을 다녀와 얼마 후 에 어느 분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삶, 그 아름다운 풍경이 곁에서 함께 하고 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코끝에 달려 있었다 Δ황복숙 수필가는 대한문학 등단했다. 전북수필문학회, 온글문학회,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면 농촌사랑 공모전 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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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9 18:33

[딱따구리] 종량제봉투가 남긴 것

“원래 이렇지 않은데⋯.” 지난달 23일 <"가격 오를 수 있다고?" 귀한 몸 된 종량제봉투, 주말 새 판매 급증> 취재 당시 전화 통화한 전주의 한 슈퍼마켓 관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통 2주 동안 판매되는 10·20리터(ℓ)가 주말 새 동났기 때문이다. 같은 날 전주시는 전주 금요일(20일)에 전북도를 통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했다. 며칠 후 보도자료를 통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 재고가 소진돼도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은 전주시의 시계보다 빠르게 혼란 속으로 빠졌다. 종량제봉투를 둘러싼 시민들의 불안 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주시는 당시 종량제봉투 수급 안정화까지 내용물이 보이는 일반 비닐봉투에 배출이 가능하도록 한시 허용했다. 일주일여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고 다시 “종량제봉투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다음 날인 1일부터 일반 비닐봉투 배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장 혼선은 불가피해졌다. 전주지역 시민·환경단체 전북환경운동연합도 성명서를 내고 “종량제봉투가 일시적으로 부족하다면 전주시는 일반 비닐봉투 배출 허용이라는 최후의 수단 이전에 실효성 있는 대안을 먼저 시행했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1~5일 전주 주택가·이면도로 주변 곳곳에서 쓰레기가 일반 비닐봉투에 담긴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불과 2주 동안 일어난 일들이다. 피해는 오로지 시민들의 몫이었다. 지금은 종량제봉투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전주시는 계속해서 수급 안정화를, 시민들은 사재기 자제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쭉 지켜 보면서 ‘전주시의 대응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너진 행정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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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6.04.09 16:14

[사설] 김관영·이원택 감찰, 민주당의 잣대 공정했나

민주당의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본경선 일정(8~10일)이 시작된 가운데 전북도민이 다시 큰 혼란에 빠졌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김관영 지사에 대한 전격 제명으로 지역사회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 경쟁했던 이원택 의원도 선거법 위반(제3자 기부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행사에서 측근이 식비와 주류비를 대납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 제명 사유와 비슷한 점이 많고, 행위 시점도 거의 동일하다. 당 대표가 긴급 윤리감찰을 지시하면서 전북도민은 모두 민주당 지도부만 바라봤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인 선거 구도에서 전북의 선택,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김관영 지사에게 내렸던 ‘초스피드 제명’이라는 예리한 칼날이 이제 이원택 의원에게도 향할지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민주당 지도부는 8일 이원택 의원과 관련해 개인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북지사 경선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잣대가 과연 공정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김 지사에 대해 윤리심판원 조사라는 통상적 절차를 건너뛰고 ‘비상징계’라는 이름으로 초고속 제명을 단행했다. 이 같은 결정이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었다면 그 잣대는 이원택 의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어야 했다. 그런데 김 지사에게 적용했던 그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이 의원 앞에서만 무뎌졌다. 이러한 이중잣대는 결국 ‘계파정치’와 ‘기획공천’이라는 의구심으로 귀결된다. 민주당 경선이 다시 수렁에 빠졌다.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경선 효력 논란 등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안호영 의원은 재감찰을 요구하며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수십년간 이어진 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가 일시에 무너져내리고 있다. 전북도민은 ‘묻지마식’ 공천의 거수기가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경선을 중단하고, 스스로 무너뜨린 공정의 가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전북도민이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하는 장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08 18:43

[사설] 군산조선소의 완전한 부활, 전방위적 지원해야

전북경제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군산조선소가 마침내 ‘단순 블록 생산기지’라는 꼬리표를 떼고 ‘완전한 조선소’로 거듭날 기로에 섰다. HJ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하 에코프라임)이 HD현대중공업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최근 군산조선소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하면서 본계약 체결에 대한 전북도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7년 가동중단 이후 약 9년 만에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성사시켜 전북 산업생태계 복원의 지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군산조선소는 HD현대중공업의 블록 물량을 소화하며 연명했으나 울산 본사의 사정에 좌우되는 불안정한 구조였다. 하지만 에코프라임이 구상하는 대로 2028년까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중심의 독자 건조 기지로 탈바꿈한다면 설계부터 진수까지 전 공정이 군산에서 이루어져 조선업의 고부가가치가 지역에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게 된다. 군산조선소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 자산은 새로운 조선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줄 강력한 무기다. 에코프라임 측이 실사를 통해 생산능력과 공정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기업의 투자가 실질적인 본계약과 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 사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붕괴된 조선업 생태계의 복원이다. 배 한 척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협력사와 고숙련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떠나갔던 기술자들이 다시 군산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신규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 훈련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군산이 대한민국 조선업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막대한 국가기간산업이다. 군산조선소의 정상화는 단순히 공장 하나가 다시 돌아가는 차원을 넘어, 군산은 물론 전북 전역의 기자재 산업과 서비스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대한 엔진이 될 것이다. 기업, 지자체, 전북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2028년 군산 앞바다에서 힘차게 진수되는 신조선의 고둥 소리가 울리도록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08 18:43

[오목대] 외세의 각축장 된 전북지사 선거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민비)는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외세를 이용했으나 결과적으로 자력이 아닌 외부의 힘에 의존하면서 결국 자신의 파멸을 재촉했다. 국가를 수호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한편, 가난한 백성을 구하겠다는 지향점은 같았으나 그 끝은 망국이었고, 백성은 오랜 세월 노예의 삶을 강요당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혁명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이들은 내부의 정적을 치기 위해 청이나 러시아, 일본을 끌어들였는데 이는 결국 국권침탈의 빌미가 됐다. 요즘 돌아가는 전북의 사정이 구한말과 닮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과연 지나친 억측일까. 정치적 성향이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진정 지역을 아끼는 이들은 요즘 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전북이 어떤 곳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자긍심을 지켜온 곳인데 이렇게까지 짓밟히고 무너질 수 있느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전북지사 선거전이다. 김관영 지사는 대리비 수십만원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서 12시간 만에 제명됐고, 이원택 의원은 측근인 도의원의 제3자 기부행위 위반 의혹으로 중앙당의 무혐의 결정과는 별개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소위 청년 당원이라는 이들은 작년 11월 29일엔 정읍에서 이원택 의원과, 다음날인 30일엔 전주에서 김관영 지사와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 두번의 만찬이 전북을 전국적인 관심거리로 만들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두번의 만찬 참석자 중 상당수가 겹친다고 하니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이번 경선은 일찌감치 계파논쟁으로 시작되더니 계엄동조 논란은 그 진위를 떠나 전북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 결과로 귀결됐다. 중요한 것은 지사 선거전에 외부세력의 힘이 너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거다.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에서 유종근 지사가 당선된 이래,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김관영으로 이어지는 과정, 과정마다 중앙당 실력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외부세력의 각축장이자 대리전 양상이 된 경우는 없었다. 전북지사는 이제 존경받는 자리가 아니라 임명직에 가까운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고 다른 한편에선 비웃음을 사는 자리가 돼버렸다. 막장 드라마가 돼 버린 책임은 결국 후보들이 자초한 것이다. 그 업보가 훗날 어떻게 부메랑돼서 돌아올지는 몰라도 역사의 심판은 참으로 매서운 것이기에 두렵기만 하다. 시련이 있을때마다 도민들은 잡초처럼 짓밟히면서도 인동초처럼 끝내 고난을 이겨내 지금에 이르렀다. 외세에 휘둘리는 정치인 몇명의 처신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결국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좋아지리라 믿는다. 우매한것 같아도 집단지성의 힘은 위대하기 때문이다. 전북의 자존심이 무너져내리는 참담함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않고 걸어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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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4.08 18:42

[의정단상] 민생과 지역경제 회복의 출발점, 추경의 역할

민생의 회복은 현장에서 체감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지켜온 소상공인은 지역경제의 기반이며, 이 기반이 안정되어야 회복의 흐름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부담이 민생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기료·가스비·물류비 등 고정비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매출 회복은 더디다. 외부 비용 변화에 대응 여력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일수록 어려움은 더욱 크다. 정부는 이러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총 26조 2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였다.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 1천억 원, 민생 안정 지원 2조 8천억 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 6천억 원, 지방재정 보강 9조 7천억 원으로 구성된 이번 추경은 민생과 산업 현장의 부담 완화를 위한 대응이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재정이 충격을 흡수하고 회복 흐름을 유지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추경에는 소상공인 유동성 보완과 지역 상권 활성화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이어질 때 매출 회복과 고용 유지에도 도움이 되며, 비용 부담 완화 역시 생활경제 안정에 중요한 요소다. 수출기업의 물류 애로 완화와 공급망 안정 정책도 함께 추진된다. 무역금융과 제조 AI 전환 지원은 산업 경쟁력 유지와 대외 불확실성 대응 기반이 될 수 있다. 전북은 산업 전환과 민생경제가 긴밀히 연결된 지역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약 9조 원 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 전북 경제의 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로봇 제조, AI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재생에너지 발전 등 미래 산업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새만금이 국가 미래 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 성과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골목상권과 생활경제 기반의 안정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추경 심사 과정에서 피지컬 AI 혁신캠퍼스와 K-로봇 피지컬 AI 실증 지원센터 등 산업 생태계 기반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산업 투자와 정책 인프라가 함께 구축될 때 기업 투자 효과도 지역 산업과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가 현장의 소비 구조와 상권 흐름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작년 민생회복소비쿠폰의 경우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사업장에서 사용된 비율이 약 30%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식자재마트·주유소 등 대기업 계열 가맹점에 사용이 집중되면서 정책 취지와 현장의 체감 간 차이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추경인 만큼 정책 설계는 더욱 정교해야 한다. 재정 투입이 실제 현장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비 흐름과 지역 상권 구조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국회는 4월 10일 본회의에서 이번 추경을 처리할 예정이다. 재정 대응의 속도는 민생 회복의 속도와 직결된다. 필요한 시기에 집행되고 현장에서 정책 효과가 작동할 때 재정의 역할도 완성된다. 이번 추경은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니라 민생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대응이다. 전북처럼 지역 상권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정책 효과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유가⸱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추경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일상에 변화를 만들어 전북의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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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8 18:42

[타향에서] 책마루 도서관(송천동)을 살리자

경제 발전은 더디지만 ‘문사(文士)의 고장’ 전주는 인구 62만 5천 명에 비해 도서관이 150개 가까이 있을 정도로 책과 독서 문화가 풍부하다. 이 가운데 송천동에 있는 책마루도서관은 지역주민이 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인 운영과 참여로 만들어가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도서관이다. 지난 16년 9개월 동안 주민, 자원봉사자, 후원자의 손길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책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장서 3만 6천 권, 연간 4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이 도서관은 시민이 참여하는 봉사위주 운영으로, 지금도 ‘책마루 동무들’ 등 30여 명이 돌아가며 봉사한다. 이 도서관은 롯데마트 전주 송천점이 개점하면서 주차장 위 302평 공간을 무상 임대해 2009년 7월 문을 열었다. 롯데가 17년 가까이 도서관 유지에 힘을 보탰지만, 롯데마트 매각 검토로 인해 무상 임대 조건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롯데 측이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마루는 존폐 위기를 맞았다. 롯데그룹은 스키, 스노보드 등 스포츠 분야에 10여 년 동안 300억 원 이상을 지원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금·은·동 메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런 사회공헌 전력을 고려하면, 롯데가 책마루도서관을 지역 문화와 교육 인프라를 지키는 새로운 모델로 유지, 발전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책마루는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과 그림이 담긴 전주의 첫 어린이 전문도서관으로, ‘읽고 싶은 책이 언제나 제 자리에 있는 도서관’을 지향해왔다. 쉬고 싶을 때 책에 기대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꿈꾸며, 단순 독서뿐 아니라 삶의 질과 공동체 회복을 함께 추구해 왔다. 노인의 ‘책 읽는 동아리’, ‘노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동아리’, 영유아 공동육아 동아리 23개, ‘북 스타트(Book Start) 운동’, 학교를 찾아가는 ‘책마루 책동무’ 프로그램, 소박한 한솥밥을 매개로 한 공동체 책문화축제 ‘책이랑 놀고 먹자’, 자연 탐구 프로그램 ‘숲(갯벌)으로 간 도서관’, 그림자극 동아리 ‘깜빛놀 책공연’ 등도 함께 운영된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이 도서관의 핵심이다. 이제 책마루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기업이 도서관을 지어주고 전주시가 행정을 지원했지만, 17년 가까이 이를 키워온 것은 주민과 봉사자였다. 전주시는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롯데마트와 매각 예정자, 그리고 롯데그룹과 협상해 현재 위치에서의 유지, 임대 또는 공간 기부채납과 공공 매수를 추진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인근 지역 내 대체 부지 확보와 이전, 신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이웃과 만나고 꿈을 키우는 공공의 마당이며, 공동체 회복의 핵심 인프라다. 만일 기업의 이윤 논리에 밀려 이 공간이 사라진다면, K-컬쳐 문화강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치욕이 될 것이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전주시장 후보들 모두는 ‘책마루도서관 존치’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도서관 관계자 및 이미 구성된 ‘책마루도서관 살리기추진위원회’와 면담해, 머리를 맞대고 존치·이전·재탄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의 자선가 앤드류 카네기는 “도시에 도서관이 하나 있으면 교도소 세 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범죄, 불평등, 소외를 줄이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의미다. 책마루도서관 살리기는 ‘문사의 고장’ 전주의 공공문화를 지키는 시험대가 되었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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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8 18:42

[기고] 농협 개혁, 방향은 옳지만 속도보다 숙의가 필요하다

최근 농협 합동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농협을 향한 반성과 개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주도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정 논의의 핵심은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과, 별도 법인 형태의 농협감사위원회 설치로 요약된다. 이는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 가장 큰 제도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협이 다시 농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대의에는 누구도 이견을 두기 어렵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민주적 운영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 역시 타당하다. 문제는 개혁의 취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과 속도에 있다. 아무리 명분이 커도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하거나 현장의 동의를 생략한 채 밀어붙여서는 지속 가능한 개혁이 될 수 없다. 농협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농업인들이 자조의 원리에 따라 만든 협동조합이다. 헌법과 농협법, 국제협동조합의 원칙 또한 자율성을 핵심 가치로 둔다. 그런데 감독과 통제를 과도하게 강화하고 인사와 운영 전반에까지 외부 영향력이 미치게 된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관치로 비칠 수 있다. 중앙회의 자회사 지도·감독 기능을 약화하는 문제 역시 신중해야 한다. 자회사들이 수익 논리에만 매몰되지 않고 농업인 지원과 지역 농·축협 환원이라는 설립 취지를 지키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 신설과 회장 직선제도 마찬가지다. 제도의 취지는 존중하되, 실효성과 부작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 농협의 복합적 사업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외부 중심 감사체계는 오히려 자정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 전 조합원 직선제 또한 대표성 확대라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정책 역량보다 인지도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개혁이 정치 일정에 종속되는 모습이다. 대형 제도 개편은 선거를 앞둔 시기에 성과를 서둘러 과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농협 개혁은 특정 진영의 입법 실적이 아니라 우리 농업의 미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럴수록 현장의 신뢰를 얻는 절차가 중요하다. 충분한 설명과 토론, 공청회와 검증 없이 처리된 제도는 시행 이후 더 큰 혼란과 반발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숙의다. 2012년 신경분리 당시에도 수차례 공청회와 토론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를 쌓았다. 이번 개정안 역시 농민 조합원, 일선 조합장, 전문가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선거 일정에 쫓겨 중대한 제도 개편을 서둘러 마무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농협은 오랜 세월 농업과 농촌, 지역사회를 떠받쳐 온 핵심 축이었다. 물론 뼈아픈 반성과 쇄신은 필요하다. 그러나 농협의 공로까지 싸잡아 부정하는 방식으로는 건강한 개혁에 이를 수 없다. 농협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개혁은 서두른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농협의 자율성과 협동조합 정체성을 지키면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길, 그 균형 위에서 추진될 때 비로소 개혁은 농민을 위한 성과로 남을 수 있다. 개혁의 이름으로 자율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민주를 내세워 현장의 숙의를 생략해서도 안 된다. 농협을 바로 세우는 길은 더 빠른 입법이 아니라 더 깊은 합의와 더 넓은 공감 위에서 열려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개혁이 일회성 충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도 혁신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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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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