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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일 식사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현금을 제공한 김관영 도지사를 전격 제명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전북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이번 6·3 지방선거의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가 급변하면서 선거판이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전북은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도여서 더욱 그렇다. 이런 때일수록 유권자인 도민들이 중심을 잡고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한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30일 전주시 완산구의 한 식당에서 지역 시·군 의원들과 도당 청년 등 20여 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자리가 끝나갈 무렵 김 지사는 이들에게 대리 운전비 명목으로 직접 2∼10만 원씩 90여만 원의 현금을 나눠 주었다. 이 장면은 음식점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지급 후 굉장히 찝찝하고 부담을 느껴 직원과 청년대표를 통해 전액을 즉시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민주당은 긴급 감찰과 함께 이날 밤 최고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김 지사를 제명했다. 전북경찰청과 전북도 선거관리위원회도 즉각 수사와 조사에 착수했다. 공직선거법 제112조는 공직선거에 나선 후보자는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등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지사는 스스로 ‘불찰’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경솔한 행위를 한 것은 틀림이 없다. 청렴과 정책 능력을 내세우며 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는 해선 안 될 행위다. 민주당 중앙당도 전국적으로 이번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빛의 속도로 판단을 내린 듯하다. 돈의 적고 많음을 떠나 금품 살포는 엄정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의문점과 과제가 남는다. 금품제공에 대한 공분과는 별개로 왜 4개월이 지난 후에 고발이 됐는지,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등이 그러하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당에서 가장 앞서가는 후보가 낙마하면서 생기는 도민들의 선택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민주당 경선은 이원택 의원과 안호영 의원 등 2자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이들이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이유는 네거티브나 결정 지체에 대한 도민들의 거부감이 큰 요인이었다. 앞으로 도민들은 정치 상황을 주시하면서 지혜로운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
30년 넘게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이었던 새만금이 지금 전환점 위에 서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규모 투자를 비롯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속속 진행되면서 새만금의 오랜 희망과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새만금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대규모 투자와 산업 재편의 흐름이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지체돼온 개발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는 적기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새만금사업을 최일선에서 이끌어야 할 정부 기관인 새만금개발청의 수장이 공석이다. 김의겸 전 청장이 지난달 중순 사직한 이후 보름 넘게 후임자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회는 항상 짧고, 경쟁은 치열하다. 그토록 염원했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고,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는 전환기에 국책사업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비어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투자는 타이밍이다. 대규모 자본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행정이 가장 민첩해야 할 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규모 투자와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부지 확보, 인허가, 기반시설, 인센티브 등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인허가와 부지 조성 같은 초기 대응이 지연되면 전체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의 컨트롤타워 부재는 단순한 행정 공백의 문제를 넘어선다. 주요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지연은 물론 사업 전반의 속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산업계와 지역사회에서도 투자심리 위축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3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은 새만금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단계다. 행정 공백이 길어질수록 새만금의 미래 또한 그만큼 불확실해진다.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 전환기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해답은 분명하다. 새만금의 현안을 즉시 파악하고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무형 전문가를 조속히 임명해 사업의 연속성과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단순 행정가나 정치인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조율 능력과 현장 이해도를 겸비한 실무형 전문가가 절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만금의 시계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어렵게 찾아온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2007년 10월 1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17대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본경선에서 손학규·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전북 출신의 첫 대통령 후보가 됐다. 정 장관은 그해 12월 1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전북 출신 첫 대선 후보’란 값진 기록을 전북 정치사에 남겼다. 정 장관이 17대 대선 도전에 나섰던 시절 출범한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의 초대 회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18년 뒤 정 장관이 못다 한 꿈을 이뤘고, 정 장관은 정부의 통일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이 대통령을 돕고 있다. 15·16·18·20·22대 국회의원과 두 번째 통일부 장관 ‘정동영의 존재감’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피지컬 AI’를 전북으로 가져온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북 출신으로 대통령의 꿈을 가졌던 정치인은 정동영 만이 아니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치인’으로 불리는 정세균 전 총리도 있다. 15·16·17·18·19·20대 국회의원으로 원내대표와 당대표, 장관, 국회의장을 역임한 그는 2012년 제18대 대선에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문재인 후보에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0년 뒤인 2021년 제20대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민주당 경선에 도전했지만 이재명 vs 이낙연의 ‘명낙대전’ 구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비록 대권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정 전 총리 역시 ‘한국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권을 꿈꿨던 전북 정치인은 또 있다. 지난해 5월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벌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66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유성엽 전 국회의원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전북도 국장을 거쳐 민선 정읍시장을 지내고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생전에 “대통령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치적 꿈을 가졌던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대통령병에 걸렸다고 그에게 손가락질 하던 지역 정치인 가운데 정작 그런 도전 정신을 보인 이는 없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의 내각 구성 초기 10여명 총리 후보 명단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김민석 총리와 함께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김 지사는 김 총리와 격의없이 소통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는 전북 출신 정치인 가운데 향후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약할 만한 재목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런 김 지사가 술자리에서 청년 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를 건넨 혐의로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정청래 대표가 윤리감찰단에 감찰을 지시한지 12시간 만이었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어떤 이유로든, 많든 적든 유권자에게 금품을 건넨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 행위에 따르는 처벌도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12시간 만에 내려진 ‘사형선고’ 격의 제명 결정이 전북출신 미래 정치인의 싹을 잘라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정동영·정세균 같은 전북출신 정치 거물을 다시 만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생각이 복잡해진다.
얼마 전 연이어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하루는 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로터리를 빠져나온 차량이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달려왔다. 또 다른 날은 법원 앞 횡단보도에서였다. 다가오던 차량은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그대로 질주하며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보행자가 가장 안전해야 할 횡단보도 위에서조차 운전자의 눈치를 보며 쫓기듯 걸음을 옮겨야 했다. 전북의 도시는 신도시든 구도심이든 자동차가 중심이다. 전주만 봐도 그렇다. 신도시의 넓은 도로는 차량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지만, 보행자가 안심하고 걸을 환경은 부족하다. 구도심이라고 다르지 않다. 전주시가 184억 원을 들여 보행환경특화거리로 조성한 충경로마저 최근 넓힌 인도 위에 다시 노상 주차장을 만들려다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어디서든 자동차의 편의가 먼저인 셈이다. 농어촌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인도조차 없어 갓길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사람들 곁으로 대형 트럭과 농기계가 수시로 지나간다. 고령자 통행이 잦은 시골에서는 위험이 더 크다. 보행 속도가 느린 어르신들은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과 충돌 위험에 놓이기 쉽다. 또한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어촌의 열악한 보행 환경은 일상을 위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는 것을 양보가 아닌 의무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운전 문화가 필요하다. 다만 인식 전환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과속방지턱 확대나 속도 제한구역 같은 정책들은 이미 시행 중이지만, 큰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물리적인 구조가 바뀌어야 문화도 정착된다. 스페인 소도시 폰테베드라(Pontevedra)는 1999년 도심의 차량 접근을 제한하고 보행 공간을 넓히는 방식으로 도시 구조를 과감하게 바꾸었다. 초기에는 반발이 거셌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는 현저하게 감소했고 오히려 인구가 유입되며 상권이 되살아났다. 이탈리아는 유적 보호 목적으로 도입했던 교통제한구역(ZTL, Zona Traffico Limitato)을 일반 주거지와 상업지구까지 확대하며 보행자의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전북의 사정이 해외와는 다르니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도심의 특정 구역부터 차량 통행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보행자 중심으로 공간을 재편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농어촌은 기존 도로 환경을 일부 손보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시골 마을 진입 지점의 도로 폭을 좁히고 노면 재질을 바꾸어서 중상 사고를 크게 줄이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왕복 2차선 시골길의 중앙선을 지우고 가장자리에 점선 구역을 그려, 마주 오는 차가 있을 때만 그쪽으로 비켜 교행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감속을 유도한다. 당장 모든 시골길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고령자 통행이 잦은 마을 진입로만이라도 구조를 바꾸는 시도는 실천해 볼 만하다. 어떤 정책이든 그 중심에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있어야 한다. 어디에 살든 횡단보도 앞에서 불안하지 않고, 동네 한 바퀴를 마음 편히 산책할 수 있는 일상, 걷기 좋은 곳이 결국 살기 좋은 곳이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길을 걷고, 청년들이 안심하고 활기차게 머물 수 있는 전북. 도내 모든 길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부분-인간화 동물의 윤리를 연구하다가 흥미로운 논증을 본 적이 있다. 부분-인간화 동물이란 이식을 위해 인간의 세포나 장기를 주입한 동물을 말한다. 인간의 간을 이식받기 위해 인간의 간세포를 주입한 돼지가 그런 사례다. 이런 연구에 대해 이른바 ‘물이 흐려진다’는 윤리적 반론이 있다. 인간이라는 집단에 부분-인간화 동물이 들어오면 인간의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영어권 학자들이 든 비유가 흥미롭다. 부분-인간화 동물을 허용하는 것은 졸업 자격이 안 되는 사람에게 졸업장을 남발하여 졸업 자격이 있는 사람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 같았으면 입학을 예로 들었을 텐데. 외국 대학에서는 입학보다 졸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입학 연도인 ‘학번’으로 동기를 구분하지만 미국은 졸업 연도인 ‘클래스(class)’로 동기를 구분한다. 예컨대 “Class of 2020”는 2020년에 같이 졸업한 동기들이라는 뜻이다. 정해진 졸업 요건을 통과한 사람만이 그 대학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방금 말한 논증도 졸업장의 가치는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만 받을 때 유지된다는 생각을 부분-인간화 동물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입학만 하면 이미 집단의 구성원이 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물이 흐려지는’ 것을 막으려면 입학 단계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잘 기억 못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발하게 된 사건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였다. 2016년 이대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려 하자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실세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부정 입학이 드러나게 되었고, 이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도화선이 되었다. 학생들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표면적으로는 ‘졸속 추진’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들의 집단에 ‘격이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직장인 재교육 과정 학생들도 같은 졸업장을 받게 되면 자신들의 졸업장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지역 대학끼리의 통합에서도 똑같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캠퍼스보다 ‘급’이 낮다고 생각한 캠퍼스와 한 학교가 되면 물이 흐려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글쓴이가 있는 대학에서는 네 개 캠퍼스가 통합하면서 졸업장에 출신 캠퍼스를 병기하는 안이 통과되었다. 같은 졸업장을 받는 것조차 거부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하나의 대학이 되었지만, 졸업장에는 여전히 선을 그어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재학 중인 학생들이 중도 탈락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재학생 충원율이 낮으면 뭔가 안 좋은 학교로 인식된다. 그래서 대학들은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학생들을 최대한 졸업시키려 한다. 과거 이대의 사례든 최근의 통합 사례든 입학만 하면 다 졸업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에 기를 쓰고 입학을 막거나 졸업장을 다르게 만들려는 것 아닌가? 해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대학교의 ‘급’에 걸맞게 졸업 요건을 요구하고, 그 급에 맞지 않으면 졸업을 안 시키면 그만이다. 물론 다른 캠퍼스 학생들에게만 높은 기준을 요구할 수는 없으니 자기 캠퍼스 구성원에게도 똑같이 요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어떤 캠퍼스 출신이든 졸업장을 받은 사람은 모두 같은 수준의 학업 성취를 이룬 사람이 된다. 물이 흐려질 일이 없다. 물이 흐려지는 게 두렵다면 졸업이라는 필터를 엄격하게 작동시키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입학이라는 자격증에만 매달리고, 졸업이라는 성취를 증명할 자신은 없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그럴 자신감이 없어서 입학 단계에서, 아니 졸업장에까지 선을 그어 물을 미리 가르려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들어오기는 어려워도 나가기는 쉬운 것을 부끄러워하고,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기는 어려운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것이 격을 높이고 물을 흐려지지 않는 바른 길이다.
싱가포르(Singaore)는 아시아 네 마리 용, 네 마리 호랑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 과연 잘사는 나라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전 문재인 정부 때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장으로써 세계의 이목도 집중시킬 만했다. 지인들에게 싱가포르 여행을 권하고 싶다. 공항 밖을 나가자마자 실감이 났다. 젊고 멋진 가이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된 지가 60년이 된 국가라며 안내했다. 인구가 600만 명인데 생활인구는 1,000명이 넘는다. 국민은 중국계가 77%, 말레이계가 13%이고 인도계와 기타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면적은 서울보다는 작고 부산보다는 크다. 다문화 도시국가로써 온통 새로운 빌딩숲을 이루고 있다. 장기적인 도시개발 계획이 척척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 1인당 GDP가 9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3배로 생활 수준을 짐작할 수가 있다. 가이드도 잠시 머물고 가려다 살기가 알맞아 새 가정을 꾸려 영주권까지 받고, 10여 년이 넘게 아내랑 자녀들과 열심히 살고 있다며 자랑을 한참 늘어놓았다. 아열대 기후 탓인지 시내가 여기저기 넓고 좁은 숲을 이루고 있다. 하늘을 닿을 듯한 야자수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거리의 뜨거운 열기를 낮추어 주고 있다. 특히 키가 크면서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이 우산 모양을 하고 햇볕을 가리며 거리의 공기를 맑게 하고 있으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국가적으로 차량을 65만 대로 정하여 주행차를 일정 기간이 되면 폐차시키고, 새 차를 운행케 해 공기청정도를 높여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들려는 정책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을 나올 때 가져온 싱가포르 지도 한 장 말고는 관광지를 가자마자 찾아도 안내 리플렛을 볼 수가 없었다. 청정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이라 생각했다. 공무원 봉급이 많다고 한다. 대통령의 월급이 한국의 10배 정도라고 하니···. 국가의 공복으로서 부조리 없이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으로 자기 책무를 다할 것이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60주년을 맞아 국민 모두에게 60만원씩을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는 우리처럼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결석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환급해준다고 한다. 국민생활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 같았다. 모기파리가 없다고 하니 얼마나 거리가 청결한가를 짐작이 갔다. 거리에 휴짓조각 하나가 보이지 않고 쓰레기 분리수거함도 없었다. 원리와 원칙이 우선시되는 법치국가라, 공공질서가 엄정하고 벌금 제도가 강하다. 마약은 철저히 단속하며 밀매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청소년도 담배를 단속하고 위험 요소를 없애주고 있어 바르게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른 숙소 앞을 지나 하지레인, 리틀인디아. 차이나타운을 둘러보았다. 이슬람권, 인도권, 중국권 국민의 주권과 문화를 인정하고 넓은 지역을 정하여 도시를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각자 자기들이 전통문화에 젖어 즐기도록 해 국가 발전에 힘을 모으도록 해 마음에 들었다. 지리적으로도 바로 곁에 있는 말레이시아가 막고 있어 연중 태풍이 없다. 반면에 바다도 거센 파도가 없이 잔잔하다고 한다. 또한, 수심이 아주 깊어 크루즈를 비롯한 대형 배들이 맘대로 드나들고 정박할 수가 있어 해운업 발달의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어 부러웠다. 나흘 만에 여행은 짧았다. 싱가포르는 정중동靜中動 국가라 이야기하고 싶다. 국민은 국민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조용한 가운데 할 일을 척척 해낸 것 같아서다. 그래서 국가는 펄쩍펄쩍 뛰고 있는 게 몸으로 느꼈다. 3월 첫날, 대통령도 싱가포르 국빈방문을 한다. 싱가포르의 정중동을 가슴에 품고 올게다 기대된다. Δ정석곤 수필가는 삼계, 관촌초등힉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2009년 대한문학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풋밤송이의 기지개> 등이 있으며 은빛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세무사로서 현장에서 다양한 업종의 사장님과 종사자분들을 만나다 보면 최근 노동 시장의 경계가 무척이나 흐릿해졌음을 실감합니다. 특히 배달 라이더, 프리랜서, 학원 강사 등 계약서상으로는 사업소득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사업체에 속해 일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자 추정제’는 우리 지역 경제 현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중요한 화두입니다. 그동안 소위 특수고용직이라 불리는 이들은 실질적으로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법적으로는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퇴직금이나 연차, 산재 보험 같은 기본적인 보호의 울타리 밖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만약 자신이 근로자임을 인정받고 싶어도 수년간의 지루한 법적 공방을 통해 스스로 그 사실을 증명해야만 했기에 입증의 무게는 늘 노동자의 몫이었습니다. 이번에 도입되는 근로자 추정제는 바로 이러한 ‘입증의 책임’을 개인에게서 사업주와 정부의 영역으로 옮겨옴으로써,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각지대 없이 법적 보호를 받게 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제도의 핵심은 일하는 사람이 근로자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일을 하고 있다면 법적으로 근로자로 간주하는 데 있습니다. 만약 사업주가 해당 종사자를 독립적인 사업자로 보고 싶다면, 이제는 사장님이 직접 그 지휘·감독 관계가 없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즉, 증명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상의 권리가 자동으로 부여되는 대전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는 배달 플랫폼 종사자나 프리랜서들에게는 불의의 사고 시 산재 처리가 용이해지고 퇴직금을 정당하게 청구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물론 사업주 입장에서는 노무 관리와 비용 측면에서 당장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계약 단계부터 업무의 실질에 맞는 투명한 관계를 정립함으로써,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소송 비용이나 노사 분쟁의 리스크를 미리 방지하는 예방 주사가 될 수 있습니다. 세무사로서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이제 더이상 ‘3.3% 프리랜서 계약’이 만능 절세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우리 사업장의 고용 형태를 미리 점검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북의 지방선거 구도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민주당 도지사 후보 경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안호영 의원의 중도 하차설이 돌면서 경선은 김관영 현 지사와 이원택 의원의 양자대결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선택을 고민한 것으로 풀이된다. 불출마설이 나돌던 안 의원이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향을 선회했지만, 김관영 현 지사와의 정책연대를 통한 단일화 의지를 보이면서 경선 구도 재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선은 본질적으로 경쟁이다. 문제는 경쟁의 방향이다. 경선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대결구도 재편이 예고되면서 막판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막판일수록 지지층 결집을 위한 강한 메시지와 상대방을 겨냥한 공세가 강해지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이번 도지사 경선이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경선이 끝까지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책경쟁으로 전환될지는 전적으로 후보들에게 달려 있다. 전북이 처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 산업기반 약화, 청년 유출 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기 위해 약점을 파고드는 전술이 아니라, 지역을 살릴 해법이다. 누가 더 실현가능한 정책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하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양자 대결로 좁혀지면 후보 간 비교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신산업 육성 전략과 농생명 분야 경쟁력 강화, 균형발전 해법, 재정운용 방향 등 주요 의제에서 분명한 차별성과 실현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페어플레이다. 경선은 승자를 가르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이후를 함께해야 할 동반자를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도 정당성을 얻는다. 상대를 경쟁자로 존중하는 태도는 선거 이후 통합의 출발점이 된다. 상호 비방과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아닌, 검증 가능한 정책과 책임 있는 발언으로 유권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경선 이후에도 당내 통합과 지역 발전이라는 더 큰 과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다. 그것이 전북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낮 기온이 크게 오르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바로 ‘식중독’이다. 최근 4년간 도내 식중독 환자 2,100여 명 중 상당수가 봄철인 3~5월에 집중됐다는 통계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봄철은 일교차가 커 음식물 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운 데다, 개학을 맞은 학교나 어린이집 등에서 단체 생활이 본격화되면서 감염 확산의 최적의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근래 전주와 익산의 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증상은 단순한 계절성 질환을 넘어, 우리의 일상적 위생 관리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에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 된 노로바이러스는 흔히 겨울철 질환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전염성이 워낙 강해 봄철까지 기세를 떨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퍼프린젠스균은 이른바 ‘대량 조리 식중독’의 주범으로 불린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이 균은 국이나 고기 요리를 큰 솥에 조리한 뒤 상온에 방치할 경우 급격히 증식한다. “잠깐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수십 명의 건강을 위협하는 독으로 변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충분히 예측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기본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식중독 예방은 ‘기본의 실천’에 달려 있다. 모든 음식은 충분히 가열해 조리하고, 대량 조리된 음식을 보관할 때는 작은 용기에 나누어 담아 5℃ 이하의 냉장 상태를 유지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또한, 식사 전후와 조리 전후의 철저한 손 씻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집단급식소와 다중이용시설의 관리자들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급식 종사자 중 설사나 복통 등 의심 증상이 있다면 즉시 조리 업무에서 배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며, 식재료 운반부터 배식까지 전 과정의 온도 관리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전북도가 유관기관과 함께 점검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당국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리 현장에서부터 일반 가정에 이르기까지 위생 수칙 준수가 체질화되어야 한다. 식중독은 예방이 최선이며, 그 예방은 ‘나부터’ 시작하는 작은 실천에서 완성된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학교생활과 도민의 안전한 봄나들이를 위해, 다시 한번 위생 상태를 옷깃 여미듯 점검해야 할 때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팔도의 큰 부자들은 대지주가 많은 호남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사람이 전북의 김성수, 전남의 현준호였다. 김성수는 동아일보, 고려대를 운영했고, 현준호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친할아버지다. 그런데 광복 이후엔 영남에서 큰 부자들이 많이 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이다. LG, GS, 삼성, 효성 등 글로벌 기업 창업주들이 나고 자라 재계의 산실이라고 일컬어진다. 지수초는 재계의 창업주가 동문수학했던 학교였다. 삼성 이병철, 럭키금성(LG와 GS의 전신) 구인회, 효성 조홍제는 진주에 있는 지수초를 함께 다닌 기이한 인연이 있다. 이병철은 원래 의령군 정곡면에 살았는데 누님이 허씨 집안에 시집와 지수초를 다녔고, 조홍제는 함안군 군북면에 살았지만 지수초를 다녔다고 한다. 구인회는 당연히 이 마을에 살았기에 지수초를 다녔다. 요즘엔 돈 많은 사람이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나 1950년대만 해도 사업을 하면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기업인은 흔히 모리배(謀利輩)라고 손가락질 받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멸시의 의미가 가득 담겨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전쟁과 가난의 아픔을 딛고 지구촌 최고 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업가정신’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 자원을 재결합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과 태도를 뜻한다. 지난 2018년 한국경영학회에서 진주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로 선포하면서 옛 지수초등학교를 ‘K-기업가정신센터’로 재단장했다. 그런데 연원을 따져보면 K-기업가정신의 뿌리는 멀리 남명 조식의 ‘경의사상’과도 맞닿아있다. 마음의 수양과 사회적 실천을 동시에 추구하는 철학이다. 급변하는 기류를 잘 읽지 못해 가난한 전북이 오늘날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주요 대기업 창업자 중 전북출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려운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다. 지역의 풍토와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 청년 창업가들이 많이 나오고 유수의 기업들이 전북에 오게 하려면 도민들의 기업친화적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 가뜩이나 인적, 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북에 온 기업이 이런저런 애로를 겪는다면 그것은 바로 기업을 내쫒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날 전북이 가난한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당연한 결과다. 현대차 새만금 9조원 투자를 필두로 모처럼 전북엔 기업유치 훈풍이 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독려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리려면 지역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업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전주 금융중심지 역시 지정이 끝이 아니라 굴지의 금융사들이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전북이 해야할 일이다.
요즘 서울 도심의 아침 풍경이 달라졌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차량 5부제가 시행됐고, 이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객이 늘고 있다. 필자 역시 국회로 출퇴근할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기업들도 하나둘 차량 5부제에 동참하며 에너지 절감과 위기 대응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전쟁이 기름값을 끌어올리고, 그 여파가 우리의 생활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나프타 수급 불안이 확산되면서 쓰레기 봉투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났다. 원자재와 물류 비용 상승이 생활필수품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전쟁의 파장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상황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고유가·고환율·고물가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위기다. 이러한 충격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수출 기업부터 서민 경제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 그리고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품목의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위기의 파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도시보다 농어촌에서 더 깊게 나타난다. 농민과 어민들에게 유류비 상승은 곧 생산비 증가로 직결되며, 이는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은 분명하다. 위기의 부담이 민생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전쟁으로 촉발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의 추경은 단순한 재정 확대가 아니라,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고 무너지는 민생을 떠받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야당의 우려와 반대 역시 경청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특히 농민과 어민을 비롯한 현장의 생존 문제를 고려할 때, 추경은 선택이 아니라 시급한 대응 수단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이 제때 이뤄져야만 위기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인 대응도 병행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재정 투입으로 급한 불을 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조 개선과 산업 체질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그리고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함께 추진될 때 비로소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지금의 추경은 이러한 전환을 뒷받침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 위기는 정부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에너지 절감과 소비 절약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공공과 기업, 그리고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대응이야말로 위기를 견뎌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위기를 함께 넘겨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금 모으기 운동은 국민이 어떻게 힘을 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지금의 위기 역시 다르지 않다. 시민의 참여와 기업의 동참, 국가의 솔선수범이 맞물릴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시고창군)
보름전 인구 119만의 수원시를 찾았다.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랐다. 거리는 살아 있었고, 사람들의 움직임에는 리듬이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수원 화성 일대였다. 정조대왕의 혼이 깃든 성곽 위로 이어지는 시간의 깊이, 그 아래로 펼쳐진 현대 도시의 역동성,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숨 쉬는 첨단 산업의 심장.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의 구조로 맞물려 돌아가는 도시였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도시 모델’이었다. 그 현장에서 던져진 질문은 분명했다. 왜 전주는 이 길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전주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인구 65만의 중견 도시로서 전통과 문화의 중심을 지켜왔지만, 국가 균형발전과 산업 재편의 흐름 앞에서 더 이상 현재의 규모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다. 전북의 현실은 더욱 엄중하다. 1949년 대한민국 인구 2천만 시절 전북은 200만 명, 국가의 10%를 차지했다. 그러나 오늘 5,200만 시대에 전북은 170만 명으로 축소됐다. 성장해야 할 지역이 오히려 수축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구조적 쇠퇴의 경고다. 전북 내부를 돌아보면 더욱 답답한 대목이 있다. 전주-완주 1차 통합을 소지역 이기주의와 근시안적 계산으로 가로막은 일부 지역 정치인들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광역 생활권과 산업 재편이라는 시대의 대세를 읽지 못한 채, 눈앞의 표와 이해득실에만 매달린 정치는 지역의 미래를 갉아먹는 행위일 뿐이다. 우물 안 개구리식 정치는 과거 전북의 활로를 막았고, 그 대가는 결국 주민과 다음 세대가 치르고 있다. 전주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수도권의 수원처럼 고밀도 산업 도시도 아니고, 대구광역시처럼 광역권을 포괄하는 규모도 아니다. 문화와 행정 기능은 갖췄지만 산업과 인구 확장성이 부족하다. ‘좋은 도시’이지만 ‘강한 도시’는 아니다. 해법은 광역화다. 전주시를 중심으로 완주·김제·군산·부안을 묶는 전주–새만금 광역도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새만금은 항만·공항·산업단지·에너지·물류가 AI로 결합될 수 있는 국가적 공간이다. 이 거대한 잠재력과 전주의 문화·행정 기능이 결합할 때 비로소 새로운 성장 구조가 만들어진다. 문제는 결단이다. 지역 간 이해와 정치적 계산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이미 생활권과 산업 흐름은 행정 경계를 넘어 움직이고 있다. 더 늦출수록 기회는 줄어든다. 필요한 것은 완전한 합의가 아니라 방향에 대한 결단이다. 전주–새만금 광역도시는 기능 분담, 광역 교통망, 통합 거버넌스라는 세 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전주는 문화·행정 중심, 군산은 항만·물류, 김제는 피지컬 AI.농생명, 부안은 관광·에너지로 역할을 나누고, 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야 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전주는 내륙의 문화도시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항만과 공항을 갖춘 전주 광역시로 도약해야 한다. 새만금을 통해 바다로, 국제공항을 통해 세계로 연결되는 도시, 그리고 역사와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로 변해야 한다. 전북의 쇠퇴를 멈출 길은 오직 하나다. ‘전주만의 전주’에서 ‘세계로 열린 전주’로 나아가는 결단뿐이다.21세기 AI시대는 국가간 경쟁이 아닌 도시간 경쟁 시대이기 때문이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이른바 국립의전원법이 3월 30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이제 본회의 의결만 남았다. 고령화·지방 소멸·코로나19 위기가 겹치며 지방의료 붕괴가 현실이 되자 국가는 뒤늦게나마 공공의료 인력 양성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공공병원 비중과 공공의료 인력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닿지 못하고, 농촌·산간 지역 어르신들은 전문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 병을 키운다. 그럼에도 공공의료에 특화된 의사를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시스템은 없었다. 국립의전원법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도이다. 국가는 기존 의대 정원과는 별도로 매년 100명을 국립의전원에서 선발하고, 졸업 후 15년간 지방의료원·공공병원·보건소 등에서 의무복무를 하게 한다. 국립의전원이 들어서는 지역에는 학교만 생기지 않는다. 학생·교수·연구 인력이 모이고, 주거·소비·교육 인프라가 함께 성장한다. 필수의료 접근성이 개선되고 의료·바이오 산업과 연관 서비스업이 결합해 지역경제에도 새 활력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이 의전원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서남의대가 있던 곳, 서남권 공공의료의 중심이 되어야 할 남원이다. 2018년 2월 서남의대 폐교 이후 정부는 의대 정원 49명의 교육을 전북대와 원광대에 위탁했다. 이 정원의 본래 취지는 서남권 의료취약지역을 해소하고 공공보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리산 자락 남원에 배정된 공적 자산이었다. 같은 해 4월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이 정원을 활용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설립하고, 교정은 전북 남원에 둔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늘날 국립의전원 논의는 바로 이 당·정 합의, 곧 남원의 공공의대 약속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20·21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관련 법안이 잇달아 폐기되면서 국가의 약속은 번번이 좌절됐다. 서남의대 폐교 직후부터 남원공공의대추진시민연대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와 시의회는 “서남의대 정원은 남원과 서남권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 “학교는 사라졌지만 남원 몫인 49명의 권리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남원은 전북·전남·경남이 만나는 교차점으로 장수·임실·순창·함양·구례·곡성과 함께 하나의 생활·의료권을 이룬다. 그러나 응급·필수의료 인프라는 취약하고 고령층 비중은 매우 높다. 이 권역에서 공공의료 확충이 시급하다는 사실은 국가 통계와 현장의 체감이 함께 증명하고 있다. “서남의대 정원은 남원 몫”이라는 말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서남대 설립 취지와 당·정 공식 발표, 국가가 밝힌 공공의료 정책 방향에서 도출된 정당한 주장이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의사의 장기 수급을 예측해 필요한 숫자를 제시할 뿐, 국립의전원을 어느 지역에 설치할지, 정원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법에 따른 설립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추계위가 공공의대 정원 100명을 제시했다고 해서 국립의전원의 남원 설치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서남의대 정원은 남원에 공공의대(국립의전원)를 설치하기로 한 과거 당·정 합의를 오늘에 잇는 정책적 연결고리다. 동시에 국립의전원을 남원에 두어야 할 분명한 근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서남의대정원을 기반으로 설치하게 될 국립의전원을 남원에 배정하고 법적 제도화하는 정치적 결단이다. 그러나 국립의전원법 어디에도 “남원”이라는 두 글자는 적혀 있지 않다. 지난 8년간의 정책 결정과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추적하다 보면, 국립의전원을 남원에 두어야 하는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서남의대 폐교의 상처를 안고 소멸 위기를 견뎌 온 남원에 국립의전원을 세우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고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립의전원을 남원에 설치하겠다”고 결단하는 순간, 서남의대 정원으로 시작된 국가적 약속은 비로소 완성된다. 국립의전원 남원 설치, 이제 청와대는 응답해야 한다.
최화영 개인전: 행복한 빨간 구두 2026. 4. 1 ~ 4. 30 효자생활문화센터 미술가: 최화영 명 제: 열매 재 료: 종이 위에 혼합재료 규 격: 13.0x17.5cm 제작년도: 2026 작품설명: 많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 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처지다. 발을 다쳐 다시는 신을 수 없는 빨간 구두로 운명, 꿈, 희망, 선택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가닿을 수 없지만, 당신의 빨간 구두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빨간 구두를 꺼내 보세요.”라고. 미술가 약력: 최화영 작가는 전주에서 개인전, 지속과 확산, 전북판화가협회전에 출품했다. 문리 (미술학 박사, 미술평론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대를 모았던 완주·전주 행정통합이 물 건너가면서 새만금특별자치단체로 관심이 옮아가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새만금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자 지역에서도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만금특자체는 새만금사업을 조기에 완공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내 추진했으면 한다. 가능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매듭짓든지 아니면 물꼬라도 텄으면 한다.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치하는 단체다. 공동 지방의회를 꾸려 조례를 만들고, 공동 단체장이 공무원도 임용한다. 새만금지역의 경우 인접한 군산과 김제, 부안이 대상이다. 전북도가 3년 전부터 조례 등을 만들어 주도하고 있으나 첨예한 대립으로 첫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새만금특자체는 2024년 전북자치도가 ‘새만금권역 공동발전 전략연구’ 용역을,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 메가시티 발전구상 연구’ 등을 실시해 분위기 조성을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이 참여하는 특자체 출범을 위한 합동추진단 협약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제시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들의 갈등은 꽤 오래전부터 잉태했다. 2010년 방조제 관할권에 이어 신항만 관할권 문제로 번졌다. 사사건건 대립의 날이 가시지 않았고 결국 서로 간의 반목과 불신으로 일관했다. 시장과 시의회가 나서더니 지역 국회의원과 도지사까지 불똥이 튀었다. 그러나 이러한 땅따먹기 분쟁은 결과적으로 선거 당선을 위한 지역 소이기주의가 근저에 깔려 있다. 점차 왜소해지고 외로운 섬이 되어가는 전북이라는 공동체는 남의 일이고 나만 당선되고 보자는 심리다. 그러나 이제 양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광주·전남이 통 큰 행정통합을 통해 4년간 20조원의 예산 폭탄을 이끌어내는 등 규모의 경제 없이는 지자체가 소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가 새만금에 내년부터 2029년까지 9조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로봇·에너지 기반 혁신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새만금, 나아가 전북에 획기적인 발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황금 같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새만금 특자체를 이룰 3개 시군은 물론 특히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 그리고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될 군산지역 국회의원은 이 문제를 책임지고 풀었으면 한다. 이제 싸움만 하지 말고 한발씩 물러나 무엇이 전북이라는 공동체를 살릴 길인가를 숙고해주길 바란다.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지 작년에 80년이 됐으나 역사 청산이 크게 부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광복회가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독립유공자 후손과 국민 대상 정체성 인식조사에서 ‘해방 이후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후손 78.0%, 국민 70.9%로 나타났다. 지금이라도 친일 잔재 청산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후손 83.1%, 국민 71.8%에 달했다. 미완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때마침 전북특별자치도가 친일 잔재 청산에 다소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도 스스로 청산대상으로 규정한 인물들의 선양사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난 2020년 ‘친일 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도내 친일 잔재 133건을 규명했다.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하는 등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물들을 명백한 청산대상으로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문화재단 지원사업에서 청산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을 기리는 특정 단체가 선정돼 자금지원을 받게 된 것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재단 측은 “기획안 내용이 우수하고 제자들에게까지 연좌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명했으나 어쨋든 친일잔재 논란을 만든 것은 어설픈 행정이다. 군산시가 운영하는 채만식문학관은 연간 1억3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친일행적 논란과 관련, 비판적 시각이 없지 않다. 군산의 ‘백릉길(채만식)’이나 고창의 ‘인촌로(김성수)’ 등 친일인사의 호를 도로명주소로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있다. 물론 과거에 대한 행적에 대한 비판과 예술 창작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로 볼 수도 있겠으나 민족의식 고양이라고 하는 큰 틀에서 벗어나선 안된다. 지금까지도 친일잔재 청산이 완결되지 않은 것은 분명 큰 문제다. 미래세대에 정의로운 역사와 미래를 남기려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친일잔재 청산에 강한 실행의지를 가져야 한다.차제에 도내 전역에 있는 친일 의심 인사 비석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정리도 병행됐으면 한다.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남아있는 아픈 역사의 흔적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정부분 보존의 가치가 있다손치더라도 민족의 정기를 훼손해선 안된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바닷길이 막혔다.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사실상 유일한 해상 통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폭은 대체로 55~95km에 이르지만 실제 유조선이 드나드는 항로는 이보다 훨씬 좁다. 이란 북쪽 해안과 오만의 무산담 반도 사이에 놓여 있고 항로의 상당 부분은 오만 영해에 닿아 있지만, 특정 국가의 바다로만 규정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해협은 국제해양법의 적용을 받는 바닷길이다. 그럼에도 이 좁은 바닷길을 두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동에서 세계 곳곳으로 원유를 실어 나르던 유조선들이 막힌 바닷길 앞에서 항해를 멈추자 세계 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왜 이 바닷길이 막히고, 왜 세계가 긴장하는지 묻게 된다. 이 바닷길을 둘러싼 긴장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은 1980년,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토 분쟁으로 시작된 이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란과 이라크는 상대의 군대가 아니라 경제를 겨냥했다. 서로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페르시아만을 오가는 유조선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장은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갔다. 유조선을 공격하는 이른바 ‘탱커전쟁’이다. 그때부터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흔드는 가장 좁은 관문이 되었다. 사실 이 해협의 의미는 전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호르무즈는 오래전부터 교역의 관문이었다. 인도와 아라비아, 페르시아를 잇는 해상 교역로가 이곳을 지나갔고 중세에는 호르무즈 섬을 기반으로 한 상업 왕국이 형성되어 통행세와 중계무역으로 번영을 누렸다. 영토가 아니라 바닷길을 지배해 부를 축적한 드문 사례였다. 16세기 초에는 포르투갈이 점령해 요새를 세우고 통행을 통제했으며, 17세기에는 페르시아와 영국이 연합해 포르투갈을 몰아냈다. 호르무즈는 상인들이 주도하는 교역의 바다가 아니라 제국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악하려는 전략 거점으로 바뀌었다. 20세기 호르무즈의 의미를 다시 규정한 것은 석유였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을 공격하는 ‘탱커전쟁’을 거치며 해협은 군사적 긴장의 최전선이 되었다. 그때부터 호르무즈는 세계 경제와 군사 전략이 겹쳐지는 공간이 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충돌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서 세계가 다시 이 바닷길을 주목하고 있다. 원유와 가스 흐름이 막히자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은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이란은 이에 맞서 통행을 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실상의 통행세까지 내놓으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서로를 빼앗고 지키는 전장터, 그 바닷길의 긴장이 지금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바다가 아니다. 세계의 운명이 통과하는 길이다.
민주당 8월 전당대회의에는 정청래 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등 3자가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이는 단순히 누가 당권을 잡느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차기 당대표는 2028년 23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잘만 하면 가장 유력한 차기 집권여당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된다. 대통령을 제외하곤 가장 강력한 권력자로 우뚝 서게 되는 셈이다. 현역 국회의원들도 누가 당대표가 되는가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좌우됨은 물론이다. 지금은 지선 후보들이 도마에 올랐으나 내년 말쯤엔 현재 국회의원들이 죽고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요즘 지방선거에서 흔히 볼수있듯 컷오프나, 가점, 감점은 명쾌한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것 같지만 이는 포장만 그럴뿐 사실은 실권자가 엿장수 맘대로 하는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차기 당권 경쟁의 핵심은 과연 이재명 대통령이 당청관계의 조타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하는 점인데, 지방선거 진행과정도 전당대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 최근 들어 전북 지방선거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우선 도지사의 경우 1차 경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관영-안호영 연대 구도가 확실해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1강(김관영), 1중(이원택), 1약(안호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2차 결선투표까지 갈 것으로 전망됐으나 안호영 후보가 지사직 불출마로 결정하면서 환노위원장에 유임됐다. 지역정가 안팎에서는 최근 들어 김관영-안호영 후보 측이 확실하게 손을 잡았다고 한다. 안 후보측 참모들 사이에서는 “일단 1차 경선까지는 레이스를 하자”는 의견과 “결선 진출 가능성을 분석해서 조속히 결단하자”는 주장이 맞섰으나 후보가 불출마쪽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안 후보는 1일 김관영 지사와 정책연대를 공식 피력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안호영 의원이 일단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되 8월 전당대회 직후 굵직한 당직을 맡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있다. 교육감 선거전도 요즘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한동안 소원했던 서거석 전 교육감이 최근 이남호 후보와 손을 잡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교육감 선거는 2강(천호성 이남호) 1중(황호진) 1약(유성동)의 양상을 보여왔는데 결선 투표가 없기에 지금의 4자구도라면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천호성 후보가 유리하다. 그런데 최근들어 중하위권 후보들의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위권 후보가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캐스팅 보트가 될 거라는 거다. 판을 흔들지 않으면 우열이 뒤바뀌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때문이다. 전주시장 선거전 역시 요즘 결선 투표에서 캐스팅 보트가 어느 편에 서는가에 따라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민주당으로만 국한할 때 우범기, 조지훈 양강 구도 속 국주영은 후보가 추월하는 양상인데, 2차 결선에 갈 경우 3위 후보가 미는 쪽이 결국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인 모두 “무조건 결선까지 간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 2차 결선때 과연 3위 후보가 누구를 미는가에 따라 승패는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범기 감점, 국주영은 가점 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향후 1차와 2차 경선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만우절이지만 4월 1일 발표되는 여러 상황은 거짓이 아닌 현실이다. 화룡점정=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전주 예수병원은 우리나라 최초 민간 선교병원으로 1898년 진료를 시작했다. 서울 소재 세브란스병원(연세대)보다 6년이나 빨랐다. 외국인 의료선교사들이 의료 황무지였던 호남에 뿌려놓은 사랑의 씨앗이었다. 예수병원이 전북에서 가지는 위상은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선다. 전북 의료 현대사를 이끈 중심축이자 120년가량의 세월 동안 도민의 생명을 보살피면서 최후의 의료 보루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예수병원은 당시 문교부로부터 의과대학 설립을 강력히 권유받았다. 하지만 당시 병원장 닥터 씰(Dr. Seel)은 정중히 거절했다. ‘의학 교육보다 선교와 진료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권력과 명예보다 소외된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선교병원 본연의 소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오늘의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깨우는 일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칭찬받아 마땅할 예수병원에는 오히려 벌이 내려졌다. 처벌의 주체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의 보건당국이었다. 당시 병원들은 의료소모품 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했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저수가 체계 속 관행이었다. 이는 개별 병원의 탐욕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수가 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관계 당국은 이런 관행에 칼을 들이댔다. 하지만 잣대가 불공정했다. 예수병원엔 심한 차별의 칼날이 날아들었다.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며 의료 사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거대 재벌병원에 비해서 말이다. 칼날은 동일한 잘못의 대형병원을 제재하는 데는 무력했다. 해당 재벌병원 병원장들이 퇴직한 후에야 비로소 ‘약식기소’로 적당히 마무리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에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줬다. 반면, 정직하면서 위민 헌신한 예수병원에는 예리한 칼을 휘둘렀다. 이른바 ‘본보기’였다. 당시 예수병원은 소비조합을 통해 수익 구조를 투명하게 운영했다. 그러기에 금지된 관행의 적발이 아주 용이했다. 예수병원에 7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 폭탄을 투하했다. 병원 존립을 위협받을 정도의 거액이었다. 지역민의 건강권을 지켜온 최초의 선교병원에 대한 대접치곤 너무나 지나쳤다. 가히 권력의 횡포였다. 의대 설립이라는 도약의 기회조차 마다하며 인술(仁術)만을 위해 땀을 흘려왔던 선교병원의 순수한 정신은 무참히 짓밟혀야 했다. 의료 현대사의 굴곡진 민낯이다. 전북 도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대목이다. 예수병원은 국가가 제 기능을 못 하던 시절부터 전북 의료를 지켜왔다. 이런 병원에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부도덕한 병원’이라는 낙인을 찍고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당시의 잘못을 인정하고 낙인을 지워줘야 한다. 예수병원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아울러 오늘의 지역 의료 문제점도 돌아봐야 한다. 지역의료원에 인센티브가 박한 신포괄수가제 등 정책 설계를 고쳐 지역 거점병원들이 겪는 ‘착한 적자’를 정당하게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최초의 선교병원으로 착한 병원을 지향했던 예수병원이 겪은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날 지역 의료가 처한 위기의 뿌리와도 같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구제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평생을 지역 의료에 투신한 원로 의료인들과 예수병원의 한을 풀고 굴곡진 역사를 바로잡은 길이 될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지 않는 국가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일상을 가장 심하게 괴롭히는 피부 질환에는 무엇이 있을까? 건선과 아토피피부염이 단연 1‧2 위일 것이다. 건선이 협심증이나 고혈압 보다 삶의 질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과학적 논문도 존재한다. 요즘 같은 환절기는 특히 건선 환자들에게 가혹한 계절이다. 큰 일교차는 피부를 더욱 거칠게 만들고 건선 환자의 피부 각질이 두꺼워지는 불쾌한 경험으로 고통받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선은 ‘피부가 건조해서 생기는 병’으로 오해하는데 건선은 단순히 피부가 건조한 질환은 아니다. 주로 무릎, 팔꿈치, 얼굴, 두피 등 노출된 부위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 쉽게 띄게 된다. 타인의 눈에 자신의 피부 상태가 쉽게 파악된다는 점 때문에 정신적 부담이 크고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등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건선은 아토피나 습진 등 다양한 피부 질환과 쉽게 혼동될 수 있다. 잘못된 치료를 오랫동안 받아 병을 악화시키거나, 민간요법이나 식품 등에 의존해 병을 오랜 기간 진행시키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건선이 오래 진행되면 피부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에도 영향을 미치게돼 손가락, 허리 관절염이 유발될 수 있고, 최근에는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가 있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선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최근 여러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피부 증상을 최소화하고 합병증의 위험을 잘 관리하면서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건선의 치료로는 바르는 약을 일차적으로 사용하며, 특정 파장의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치료를 시행한다. 바르는 약이나 광선치료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 또는 빠른 치료 효과를 원할 때는 먹는 약, 혹은 주사를 통해 건선을 호전시키는 약물 치료가 진행된다. 광선치료나 기존 약물 치료에 충분한 호전을 보이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생물학제제가 사용된다. 건선 환자의 몸속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이 과도하게 증가되어 있다. 생물학제제는 이들을 차단하거나 억제해 치료하게 되는데, 최근 개발된 여러 생물학제제는 전신 치료제에 비해 효과는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생물학제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약물 치료에 충분한 호전을 보이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도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치료 효과 측면에서 생물학제제는 매우 고무적이다. 치료 후 환자의 90%가 건선 병변의 90%가 소실될 정도의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생물학제제를 선택할 때는 환자마다 건선의 진행 정도와 양상, 동반 질환 등이 모두 달라서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생물학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건선은 환절기에는 증상이 쉽게 악화되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검증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편함을 혼자 견디기보다는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면 오랜 기간 고통이었던 건선을 어는 순간 잊고 지내는 삶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박건 원광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김관영 제명, 유권자가 중심 잡아야 한다
새만금개발청장 공석, 골든타임 놓칠 셈인가
전주–새만금 광역도시, 더 늦출 수 없는 선택이다
정동영, 정세균, 유성엽, 그리고 김관영
가난한 부탄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
단체장 경선이 중요한 이유
자만동 찾아서 - 이대영
기금에 묶인 장애인표준사업장, 이제는 일반회계로 전환할 때
전북, 그리고 새만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논콩 재배 장려하고도 수매 미뤄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