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
“주말에 애들이랑 뭐 볼만한 것 있나요?”, “네, 가족뮤지컬 공연이랑 체험전시 프로그램이 있구요,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토요놀이마당이라는 야외 무료공연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그런데, 거기 어떻게 가지요?”, “네, 혹시 동물원 아시나요? 동물원 오시는 길 초입의 체련공원 맞은편에 있습니다.” 문의전화를 받다 보면, 벌써 개관 6주년을 맞고 있고 매년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및 격년으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등 굵직한 문화행사 뿐 아니라 연중 내내 거의 끊임없이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져 전북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아직도 모르거나, 들어는 봤지만 한번도 찾아보지 않은 분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다.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동물원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 노선이 두 개 밖에 없다는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거리감도 있겠지만, 자동차나 택시를 이용해서라도 또는 버스를 이용해서라도 그곳에 가면 늘 들인 비용과 시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거리감도 있을 것이다.
1988년 음악당을 먼저 개관하고 1993년에야 오페라하우스 등 전관 준공을 마친 서울 예술의전당의 경우도 처음에는 이곳 소리전당과 똑같은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당시로서는 서울 외곽의 우면산 자락에 터를 잡아 교통도 불편하고, 그 커다란 공간을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잠재적인 관객 개발을 위해 추진하던 한국정원에서의 무료상설공연, 학생단체 동원공연 등을 전혀 하지 않아도 다양한 유료공연, 전시, 교육 등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자동차로 한정된 주차공간이 몸살을 겪고 엄청난 주차수입까지 올린다고 한다. 유동인구 증가에 따라 늘어난 마을버스 운행으로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점도 거리감 해소에 큰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김해 문화의전당, 금산 다락원,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등 요즘 신설된 공공 공연장들은 애초에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대형 할인마트가 밀집한 번화가에 터를 잡거나 스포츠 콤플렉스 등과의 결합으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풍부한 유동인구를 활용한 잠재관객 개발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의 잠재관객 개발을 위해, 단순한 실기교육의 차원을 벗어나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및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도록 3천개가 넘는 재활용 캔으로 에메랄드성 쌓기, 전주 한지를 이용해 주마등을 만들고 그림자극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재활용품을 이용한 타악 합주 및 도미노 게임 등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을 투자해 공들여 제작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초등학생들끼리만 보내기 어려워서 참여를 포기한다는 학부모의 안타까운 호소를 접하면 우울함을 넘어 열패감이 들곤 한다. 볼거리, 즐길 거리, 배울 거리 등 알찬 콘텐츠를 채우는 것 못지않게 접근성 강화를 위한 주변 인프라 개발에 대한 필요가 절실해진다.
/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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