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태(기업은행 부행장)
「기업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주문이 들어와도 반갑지 않습니다. 힘만 들지 돈이 안 되거든요. 치솟는 유가와 원자재 값 인건비상승등으로 채산성은 악화되고, 값싼 중국제 상품들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공장을 계속 돌려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도 되구요, 종업원 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관리하기는 더 힘듭니다. 차라리 공장을 임대해 버리거나 사업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곤 합니다. 좋은 방안이 없을까요?」
최근 기업인들이 많이 하는 하소연이다.
일찍부터 기업을 영위하던 기업인은 물론 새로이 기업설립을 준비하는 예비 기업인들도 불안하기는 매 한가지다. 국내 경기는 쉽게 풀릴 것 같지 않고,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에 따른 후유증 예상으로 시장불안 지속,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기업인들은 살얼음판을 걷게 된다.
그뿐이랴? 대출 만기가 도래되면 신용 평점이 나빠졌다, 매출액이 감소하였다는 등 갖가지 사유를 대며 대출금 일부를 회수하려 든다. 이렇게 사면초가 상태에서 묵묵히 난관을 극복 해가는 기업인들을 마주 대할 때면 머리마저 절로 숙여진다.
금융인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이러한 그들을 보면 네팔의 짐을 나르는 셰르파들이 떠오른다.
네팔의 셰르파에 대해 들어 본 일이 있는가?
몸집이 작은 그들이지만 놀랍게도 20, 30kg 여행 가방을 몇 개씩 짊어지고 히말라야를 오른다. 셰르파들이 거대한 짐을 옮기는 비법은 한 가지란다.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걷는 것이며 그들은 묵묵히 고된 노역을 하는 착한 소처럼 느릿느릿 걷는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고 했거니와, 삶의 무게만큼 무거운 짐을 지고 그들은 수행을 하듯 천천히 산을 오른다.
여기에서 배우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는 바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다.
끊임없이 치열한 경쟁에서 기업의 성장을 추구해야하는 중소기업인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기업은 지역사회의 힘의 원천이다. 그래서인지 기업이 어려울수록 지자체 단체장들은 동분서주하기 마련이다. 잘나가는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다. 수출실적이 저조하면 정부가 발 벗고 나서는 이치와 같다. 잘 나가는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둥지를 틀고 주민들은 그 과실을 향유할 수 있다.
수년전 한 조찬 모임을 통해서 알게 된 N산업(주)의 K 대표 역시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한 분이다.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기업의 성장 발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종 모임 등에 참석하여 다양한 방면의 연사들의 강연 내용을 메모하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한다. 영업상 늦게까지 술을 마신 날도 예외 없다. 사장이면 그래도 여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 할런지 모르겠지만 시간은 마음에 우선순위를 둬야 생기는 법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잠을 줄여야 하며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 있는 사장님들은 내 업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이업종 교류회를 참석하는 이유이다. 또한 기업주들은 한결같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애향심이 많다. 주위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실천해온 중소기업인도 부지기수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일부 부도덕한 소수의 기업들로 인하여 기업인 모두가 오해받는 일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실수로 인하여 대다수 기업인의 의욕을 상실시키고 사기를 꺾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업을 통하여 종업원이 고용되고 그로 인하여 소득이 창출되며 가정의 생활의 질이 높아지고 경제가 안정된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기업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동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대다수 기업인은 삶의 터전인 공장과 주택을 은행에 저당 잡혀 놓고 산다. 모든 정열을 기업을 영위하고 일으키는데 쏟아 붇는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기업인에게는 세무?회계?노사관계?금융. 사회적 책임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기업인은 한 마디로 종합 예술가이다. 공휴일에도 잠을 자는 시간에도 쉬지 못하는 게 기업인이다. 24시간 모든 생각을 기업의 생존에 초점을 맞추어 생활하는 그들이 애국자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직원들, 그 가족들의 삶까지 어깨에 지고 묵묵히 나르는 외로운 이 시대의 세르파들인 것이다.
/유희태(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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