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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금기의 역사 궁금증 자아내지만…'쌍화점'

영화 '쌍화점'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볼까 말까 망설인 것이 사실이다. 소재가 그만큼 위험하고 자칫하면 1류 배우들을 모아 만든 3류 영화가 될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 시사회를 보고 온 사람들의 "한국판 '색, 계'를 보는 듯하다"는 평을 듣고는 보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009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아름답고 순수한 영화를 보지는 못할망정 이런 파격적인 내용을 받아드릴 수 없다는 나름의 의지였다.

 

그러나 인간의 호기심이란 참 무서운 것. 나쁜 평이 들릴수록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나는가 하면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동성애를 대놓고(?)다뤘다고 하니 눈길이 자꾸만 갈 수 밖에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일단 보고나면 '쌍화점'에 가졌던 궁금증과 호기심이 해결된다. 무엇보다 영화 시장이 힘든 이때 새해의 시작을 우리 영화와 해보면 어떨까. 다소 충격적인 장면들이 있긴 해도 한 가지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쌍화점'을 보면 알 수 있듯 우리 영화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원나라가 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고려 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려의 왕(주진모)은 호위부대 '건룡위'를 만드는데 이들은 무공 실력 뿐 아니라 외모 또한 빼어나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룡위의 우두머리 총관 홍림(조인성)은 '여자를 품을 수 없는 몸'인 왕의 사랑까지 받게 된다.

 

조용하게 흘러가던 이들 생활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후계자가 없는 왕실을 원나라가 압박하기 시작한 것. 급기야 왕은 홍림에게 왕후(송지효)와 관계를 맺게 해 세자를 낳으려 한다. 이 후 홍림이 왕후를 통해 이성애자로서의 사랑을 느끼며 왕에 대한 사랑이 변해버리며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것은 약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동성애, 두 번째는 70억원이 넘는 제작비, 마지막으로 영화 '미인도' 보다 야하다는 파격적인 노출이다. 물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쌍화점'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여타의 동성애 소재 영화들과 '쌍화점'이 확연하게 다른 것은 영화 '왕의 남자'는 그것이 동성애냐 아니냐 하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고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는 해학적이고 재미있게 풀었다는 것이다. '쌍화점'은 이 영화가 탄생하고 전개되는 과정 한 가운데 동성애 코드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이 재미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 사랑싸움이나 사랑에 대한 애달픔으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홍림을 사랑하는 왕의 모습은 그 절절함에 관객들의 눈동자도 흔들린다. 왕과 왕비, 홍림의 기묘한 삼각관계는 서로간의 사랑의 모습과 그것이 과연 진짜 사랑인지 욕정인지 혹은 집착인지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다.

 

노출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너무나 사실적인 장면들은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영화를 관람한다면 살짝 눈을 가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남녀관계에서의 정사신도 만만치 않지만 지금까지 금기로 받아드려진 남자와 남자의 배드신은 다소 충격적.

 

많은 제작비가 든 사극인데 비해 초반의 액션신이나 연회 장면을 제외하고는 볼거리가 그리 많지는 않다. 큰 스케일의 장면이 후반부로 갈수록 사라지는 것은 영화가 점점 지루해 지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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