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새벽메아리] 성공하려면 즐겁게 살아라 - 이명호

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

 

토요일 오후 일과를 마치고 황방산을 향해 차를 몰고 나섰다. 일행은 이미 한 시간 전에 출발했기 때문에 다급한 마음이 앞섰다. 카네기클럽 회원들과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도 줍기로 한 날이었다.

 

늘 일과를 끝내면 집으로 곧장 퇴근했었는데, 산을 오른다는 것 자체가 내겐 낯선 일상이었다.

 

운동 부족에 산을 오르다 보니 숨이 차서 힘들었다. 얼굴과 등에서는 순식간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한 줌의 산바람이었다. 일상에 찌든 내 마음을 시원스럽게 쓸어내렸기 때문이다.

 

오고가는 사람들은 계층이 다양했다. 어린 아이부터 친구들과 혹은 연인끼리 나들이 나온 젊은 층도 많았고, 건강을 위해 산을 찾는 중년층도 상당했다. 등산인구가 늘고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창 봄을 즐기고 있노라니, 곧 일행이 모여있는 곳에 이르렀다. 늦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들이로 마음이 들떠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일행을 뒤로 하고 한쪽에서 전주 시내를 한눈에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순간 바쁜 일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지난해부터 내 안에서 시작된 화두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의미있게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책도 읽고, 명상의 시간도 가졌건만, 과거로 되돌아버린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생각의 습관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내 안의 화두를 한꺼번에 해결할 만한 깨달음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또 마음대로 되지 않은 외부 환경으로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부분도 많아졌다. 핑계거리는 늘상 널려 있었기 때문에 '피곤하다' '일이 많다'고 다독이면서 의미없는 일상으로 다시 되돌아가곤 했다.

 

마음 속에서 균형을 이루고 싶은 다섯 가지 소망을 다시 꺼내봤다.

 

건강, 감정 조절, 일과 재산, 인간 관계(가족), 인생의 가치.

 

가장 소중한 우선 순위를 일과 재산으로 여긴 까닭에 감정 조절도 쉽지 않고, 건강도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관계도 뒤엉켜 늘 힘들어했던 순간도 떠올려졌다.

 

하지만 반복된 고민 끝에서 닿은 것은 늘 단순한 진리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에 충실하자는 것. 순간 순간이 즐겁고 행복해야 삶의 에너지가, 열정이 솟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산을 내려오면서 쓰레기를 열심히 주웠다. 아주 단순한 일이었지만, 이내 마음이 흐뭇해졌다. 타인을 위한 봉사가 마음을 든든하고 흐뭇하게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직접 실천에 옮기니 쉽게 피부에 와닿는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순간'백거이의 술잔을 들며'라는 시가 떠올랐다. 시 한 수 읊는 것만으로도 이날 하루는 내게 충분한 선물이 됐다. 행복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백거이의 술잔을 들며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번쩍하듯 찰나에 사는 몸

 

풍족하나 부족하나 그대로 즐겁거늘

 

하하 크게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