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새벽메아리] 윤리적 생산을 이끄는 윤리적 소비의 힘 - 김신재

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고도의 산업화와 숨가쁜 세계화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의 일상생활과 식탁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국내산 농산물은 그야말로 귀한 것이 되어 버렸고 값싼 중국산 농산물 및 수입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우리 식탁의 안전도 보장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지난 해 중국에서 시작된 멜라민 분유, 과자 사건, 광우병을 걱정해야 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만든 가공 식품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먹거리만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고갈, 물 부족, 식량 부족으로 인해 지구상의 10억 인구는 굶주리고 나머지는 비만을 걱정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등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열대우림은 개발로 파괴되고 하루에도 수십 아니 수백 종의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화학 농약과 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토양의 황폐화 또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울한 현실이다. 그런데 전 지구적인 우울한 현실은 과연 누가 만든 걸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윤만을 앞세우는 기업,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이를 조장하는 정책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노동을 착취하는 자본가들.. 이들은 바로 우리 소비자들의 선택과 소비를 기반으로 지금의 부와 힘을 가지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인 가격만으로 판단한 소비 행동, 이기심에서 비롯된 정치적 선택이 비윤리적 자본가와 비윤리적인 정치권력을 만든 것이다.

 

우리가 정치권력을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선출하듯이 경제에 있어 소비는 일종의 투표 행위이다. 우리 지갑 속에 있는 현금이나 카드가 투표용지인 셈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 씩 지갑을 열고 물건을 소비하고 있다. 투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투표하고 있는가?

 

아직도 멜라민 과자를 만든 그 회사의 과자를 사고 있는가? 아동의 노동을 착취하여 만든 초콜릿과 커피를 만들고 있는 회사의 제품을 값싸고 양이 많다는 이유로 구매하고 있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여전히 사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비윤리적 기업들에게 더 많은 부와 힘을 보태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 회사를 지지하고 그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소비 행위는 기업의 생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자신의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려고 하며 이기심에 의해서 행동할 때 자연 환경은 파괴되며 비인간적인 노동은 지속되고 우리 식탁의 안전 또한 지속적으로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를 배려하고 착취하지 않는 기업, 자연환경을 배려하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 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 회사, 당장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을 소비하는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생산자들의 물품을 지속적으로 소비한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나아지지 않겠는가?

 

이렇듯 인간과 노동을 고려하고 식품 안전을 지키며 환경과 농업을 배려하는 소비를 '윤리적 소비'라 부르자. '윤리적 소비'는 '윤리적 생산'을 견인한다. 소비만 잘해도 나의 건강을 보장 받을 수 있고 인간적인 일자리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으며 우리 농촌과 농업 환경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살릴 수 있다.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요즘 유행어처럼 "참~ 쉽다!!" 윤리적인 생산을 촉진하고 지지하는 일에 더 많은 소비자들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

 

/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