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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잘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 - 박삼옥

박삼옥(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지리학과 교수)

지구상에는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가 있다. 그러나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는 정해진 것이 아니고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산업혁명이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일어나기 전에 한 때 중국이 세계 GNP의 1/3을 차지했었다고 경제사학자들이 평가하는 점은 그 한 예이다. 이는 지금 잘사는 나라가 앞으로도 계속 잘사는 나라로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국가가 다 잘살기를 원할 턴데 왜 지구상에는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가 존재할까?

 

인류의 긴 역사를 놓고 보면 기술의 혁신과 창조적 지식의 창출이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 생산 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개발한 나라가 잘살았다. 그러나 산업혁명이후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생산체계를 운영한 나라가 부유했다. 생산활동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원료의 공급과 제품 수요의 과정에서 생산연계가 잘 이루어지고 작업과정에서의 학습이 잘 이루어지는 생산체계를 운영하는 나라가 잘사는 나라였다. 1960년대에 구소련의 대규모 콤비나트는 이러한 생산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사례라 볼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는 효율적인 생산체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제 시장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나 방법이 발달한 나라가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효율적인 생산체계만 중시한 구소련의 경제가 약화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구소련에서 효율적인 기업체계를 운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1990년대 이후부터는 효율적인 생산체계와 기업체계를 통합하여 경제주체들이 상호 연계되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체계가 발달한 나라가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결정짓는 이와 같은 요인의 변화는 바로 잘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을 구분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공업단지를 개발하여 생산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하였다. 당시 중화학공업단지가 개발된 지역은 오늘날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증가하였다. 1960년에 인구 2만대의 소규모 도시에 불과했던 울산이 광역시로 성장한 것이나 구미, 창원 등의 중화학 공업도시가 성장한 예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지역은 연구개발을 통한 새로운 기술개발과 혁신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낙후될 수 있다. 또한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체계가 발달되지 않았더라도 창조적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기반이 구축되면 지역의 성장동력이 마련될 수 있다. 비록 과거에 못살던 지역도 지식정보사회에서 지역의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협력하여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할 경우 생동감이 넘치고 경제가 발전하여 잘사는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업화시기에 낙후되었던 지역이 지식정보사회에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여 지역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수 있다. 지난 50여년의 세계 경제활동공간변화의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에 이러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을 통하여 잘사는 지역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창조적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사람에 대하여 투자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들이 양성되고 이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지역이 바로 장차 잘사는 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못사는 지역이 잘사는 지역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인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지속적인 인력의 훈련과 재훈련 기회의 마련, 고령사회에 대비한 퇴임인력의 재교육과 활용,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주거환경의 조성, 지역 특유의 문화와 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 주요 경제주체들인 산-학-연-관의 협력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공업화과정에서 낙후되었던 지역은 창조적 인력양성을 통해서 잘사는 지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박삼옥(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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