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가 그간 야심차게 추진해온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가 드디어 순풍에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한다. 이제 막 구운 고구마처럼 따끈따끈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전주 일원을 헤집으며, 촬영으로 활용될 장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까운 한옥마을부터 전동성당, 남부시장, 동문사거리 등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거리에서 그들을 곧 만나보게 될 것이다.
11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선보일 〈달빛 길어올리기〉는 전주의 자랑인 명품 한지와 그것을 복원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의 이야기,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휴먼드라마이다. 천년의 문화를 이어받은 한국문화의 역사 그 자체인 한지를 소재로 했다는 점 외에도, 대한민국의 대표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적 관심을 받고 있다. 자고로 한지는 백번의 손길을 거친다고 하는데, 이미 100작품을 완성한 임권택이 101번째로 한지영화를 택한 것은 우연일까? 한국적 이야기를 가장 잘 다루고, 지난 50여 년간 쉼 없이 활동하며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대표 감독 임권택, 그가 전주에서 100% 촬영하며 전주한지를 소개한다. 아니, 한지를 달빛 속에서 길어올리기 보다는 우리 전주를 길어올리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한국영화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갖가지 최초, 최고의 기록으로 한국영화계를 움직이는 견인차 노릇을 해왔다. 영화 〈서편제〉(1993)로 한국 최초의 100만 관객 시대를 열었고 〈취화선〉(2003)으로 한국 감독 최초 칸 영화제 감독상을, 아시아 영화인으로는 최초로 제5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The Honorary Golden Bear)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프랑스는 임권택 감독의 평생에 걸친 작품 활동에 경의를 표하며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두바이 국제영화제에서는 '평생 공로상'을 수여해 세계적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누구보다 한국인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하며 영화 속에서 가장 잘 표현하는 감독! 이제 한지, 그 자체를 닮아온 사람의 이야기로 101번째 역사적인 메가폰을 잡으려 한다.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의 주연은 충무로의 단단한 버팀목 박중훈과 한국 여배우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친 월드스타 강수연, 동갑내기 '충무로 대표 배우' 박중훈-강수연의 운명적 만남이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게 한다. 임권택 감독과 처음 작업하는 배우 박중훈은 "한국영화계의 거장이시고 존경하는 임권택 감독님의 101번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출연을 자처했으며, 〈아제아제 바라아제〉 이후 20년 만에 임권택 감독과 조우한 강수연은 "101번째 영화를 만드신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운명처럼 들었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형사〉 〈친구〉 등의 완성도 높은 영상미로 유명한 황기석 촬영감독이 임권택 감독의 첫 디지털 촬영 작품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자, 이제 길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우리의 멋들어진 고장과 우리의 자랑 한지를 한껏 뽐내기 위해서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최대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제까지 도시나 지역명을 차용한 여러 영화가 있었지만 진정으로 전주라는 도시를 길어올릴 수 있는 우리 영화를 만나보자. 그리고 그들의 행보를 조용히 지켜보며 속으로 외치자. '전주한지 파이팅!'.
/김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 김건 부집행위원장은
파리 1대학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시네마 대표, 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