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사회적기업 (주) 이장 대표이사)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1997년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라는 김찬호의 책으로부터 촉발되었다. 그 이후 지방자치의 시작과 마을을 새로운 문화 창조의 공간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와 맞물리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도시에서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서울 인사동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찾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하여 북촌 한옥마을로 이어졌으며 여러 도시에서 차 없는 골목 만들기, 쌈지 공원 만들기, 어린이 통학로 확보 운동 등으로 번져나갔다. 이후 대구 삼덕동의 담장 허물기 운동, 홍익대학교 주변 클럽을 중심으로 한 거리문화 운동, 성미산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마포 성미산의 사례로 발전하였다.
농촌의 경우는 90년대 후반 녹색연합의 금산 건천리 생태마을 사업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녹색연합은 강화도 장화리, 무주 진도리, 홍성 문당리에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촌에서의 마을만들기 운동을 주도하였다. 이를 계기로 농촌살리기, 그린투어리즘의 차원의 중앙정부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화천 토고미마을, 양평 부래미 마을, 남해 다랭이 마을 등 이른 바 스타 마을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마을이 존재하고 있는데 왜 마을만들기 운동일까. 이는 마을의 외형은 있지만 예전의 마을에서 운영되고 동작되었던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마을이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마을은 마을주민들이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었으며 생산, 소비, 교육, 문화, 복지가 한 번에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었다. 대규모 아파트의 건설, 부동산 가격과 교육여건에 의한 잦은 이사, 대형유통센터 중심의 소비생활은 도시마을을 그저 우편물이 찾아오게 하는 주소의 의미로 전락시켰다. 인구의 유출과 고령화에 의해 농촌마을은 이제 작목반마저 구성하기 어려워졌고 주민 활동은 거의 없는 반 양노원이 되어가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을의 해체가 경제적으로도 우리 삶의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마을에서 공동체적으로 해결했던 많은 일을 현금을 주고 해결할 수밖에 없어 많이 벌지만 더 많이 지출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소비활동을 외부에 의존하다 보니 지역의 일자리 줄어들고 있다. 외국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이러한 모순적인 구조에도 도전하고 있다. 다양한 생활협동조합운동, 농민중심의 지역시장(Farmers Mraket),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 지역화폐(LETS) 등 지역의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다양한 운동과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마을의 해체는 더욱 가속화되고 지역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더욱 발전하여 세계화 시대에 마을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지역사회와 지역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지킴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임경수(사회적기업 (주) 이장 대표이사)
▲ 임경수 이사는
서울공대를 졸업했으며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환경농업과 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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