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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대지의 여신 - 김관식

김관식(자인산부인과 원장)

실내에서 키우던 상록수가 지난 주 털갈이 하듯 오래 묵은 잎새들을 떨궈냈다. 지난해에는 나무가 행여 잘못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했으나 이번에는 봄이 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둘러보니 곳곳에 생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요즘은 흔히 말하는 기후 변화 때문에 우리나라도 사계절의 변화가 무뎌지기는 하였으나 순환의 봄이 가져오는 만상의 변화는 매번 경이롭고 경이롭다.

 

최근의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현상이나 재앙은 지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1960년 후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에 의해 제시된 가이아 이론은 1979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저서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고 발전된 이론이다. 그리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이름을 빌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과 대기권, 대양, 토양 등 무생물까지 포함하여 살아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표현하고 있는데,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스스로 변화하고 진화해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최근 환경과 기후에 대한 세계적 담론과 관련되어 주목할 만한 이 이론은 종양학 분야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했던 필자에게도 매력적이다.

 

하나의 세포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하는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면 지구상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세포에 응축시켜놓은 것처럼 복잡하고 난해하다. 생명현상을 단적으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생물의 특성은 대사작용이나 생식능력, 환경에 적응하는 변화 또는 진화능력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한 생물의 대사, 생식, 변화 과정에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들어, 생물적 존재와 무생물적 존재가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한차원 높은 생명체 또는 생명현상의 주체로 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건강을 점검할 때 보는 가장 기본적인 생체활력징후는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을 들 수 있다. 건강이 악화되면 이러한 활력징후가 불안정해지며 병원은 환자의 활력징후를 불안정하게 하는 원인을 찾아 처방하고 치료하게 된다. 최근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홍수, 가뭄, 태풍과 해일 등 기후 변화, 지각변동에 따른 지진이나 화산활동 등 예기치 않은 현상들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징후들이다. 국제사회는 그 징후를 이해하기 시작했으나 기후변화협약이라는 처방을 협의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지구생명체의 일원으로 가이아의 뼈를 잘라 집을 짓고 살점을 나누어 먹고 어둠을 밝혀 왔다. 그러나 대지의 여신이 한없이 인간의 문명만을 편애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지구상에 기록된 시간의 역사는 가이아 역시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해낼 수 있는 자생력이 있으며 그것이 우리에게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간의 기후협약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개인의 실천은 사실 먼 곳에 있지 않다. 나무심기 좋은 요즈음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가꾸거나, 일상에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여신의 수고를 더는 일이 될 것이다.

 

/김관식(자인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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