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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지리산 동·식물의 겨울나기

정용상 (국립공원 지리산북부사무소 소장)

 

뱀사골의 가을 단풍이 떨어지면 지리산국립공원에는 겨울이 온다. 눈 쌓인 바래봉과 굳게 얼어버린 뱀사골 계곡은 아름다운 꽃과 푸르른 나무, 많은 동물들과 함께했던 국립공원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 위해 그들은 깊은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인간이 그렇듯 동·식물에게도 겨울을 견뎌내기란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저마다 겨울나기 비책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들에게도 한 겨울엔 따뜻한 곳에 자리잡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고다. 겨울잠에 빠지는 것이다. 개구리, 뱀과 같은 양서·파충류나 곤충류 등은 땅 깊은 곳이나 물밑 등 온도가 별로 내려가지 않거나 변동이 적은 곳을 찾아 겨울잠을 자면서 월동한다. 포유류는 겨울에 추위가 닥쳐오면 나무 밑의 빈 곳이나 굴속에서 겨울잠을 잔다. 대표적인 동물이 지리산 반달가슴곰이다.

 

겨울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추위가 닥쳤을 때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다. 새들은 계절에 따라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한다. 북쪽 지역에서 살던 두루미, 기러기류 등은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로 날아와 겨울을 보내는 대표적인 겨울철새다. 제비, 칼새 등 우리나라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새들은 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한다.

 

푸르름과 단풍을 자랑하던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조용히 겨울을 견뎌내고 있다. 식물은 세포막의 성질, 세포액 농도 등을 조절하여 체내의 물이 얼지 않도록 한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 큰 성공을 이루듯이, 추운 겨울을 이겨낸 동·식물들 또한 우리에게 더 큰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다. 봄이면 찾아올 바래봉의 분홍빛 철쭉 군락과 뱀사골 계곡을 따라 흐를 오색 물줄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지리산국립공원 직원들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설치한 올무, 덫, 창애 등 불법엽구 수거를 위해 눈 덮힌 지리산을 오르고 있다.

 

/ 정용상 (국립공원 지리산북부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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