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부킹(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폭설과 한파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강추위에 웬 골프냐고 하겠지만 사실이다. 전국에 몰아닥친 스크린골프 열풍 때문이다.
대부분의 골프장이 폐장했거나 개장휴업 중이지만 전국 2만여개의 스크린골프장은 사전 예약없이 '한 게임' 하러 들어갔다가는 낭패를 본다. 도내도 마찬가지다.
전주 KT에 근무하는 자칭 오잣대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는 구력 12년의 주말골퍼다. 왕싱글(70대 타수)로 소문난 그에게 작년 봄에 '머리를 올린'(첫 골프 라운딩) 후배 이우라씨가 도전장을 내민 것. 어이가 없었지만 무심코 퇴근길에 우라씨를 따라나섰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스크린골프장.
타당 1000원 내기를 시작했지만 잣대씨에게 그날은 악몽 그 자체였다. 잣대씨는 현장감이 없어 스윙과 샷이 들쭉날쭉 했고 퍼팅 감각조차 잃어버려 100타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결국 잣대씨는 하수에게 무릎을 꿇었고 우라씨는 왕싱글을 무너뜨린 기분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듯 스크린골프는 실제 필드 골프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스크린을 싫어하는 골퍼들도 적지 않지만 이제는 필드 골프를 할 수 없는 겨울철을 맞아 스크린골프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스크린골프는 필드에 비해서 장점이 많다.
첫째는 비용. 필드는 라운딩 한번에 20만원 가까이 들지만 스크린은 1인당 1만5000원 수준이다.
그리고 부킹이 쉽다. 필드는 예약이 까다롭지만 스크린은 사전에 연락만 하면 만사 OK다.
또 이동 거리가 가까워 시간이 절약된다. 사무실이든 집에서든 5분이면 스크린골프장에 도착한다.
더구나 스크린은 계절과 날씨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실내에서 진행하는 골프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덥거나 춥거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여기에다 음식과 음료도 즐길수 있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를 바라보는 입장은 골퍼마다 다르다.
스크린골퍼는 세 부류로 나눠진다.
스크린 골프를 그저 게임으로 여기면서 즐기는 부류다. 이들은 잘치면 좋고 못쳐도 기계 탓을 않는다.
반면 마니아층은 스크린 골프가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스윙 폼과 채의 속도, 볼의 스핀 등을 첨단 기계가 분석해주기 때문에 일반 연습장보다 교정 효과가 있다는 것.
안타족도 있다. 스크린이라면 질색을 하는 골퍼들로 이들은 운동 환경이 필드와 너무 차이가 난다고 여긴다. 경사와 잔디가 현실과 달라 스윙을 망치고 특히 퍼팅 감각이 흐트러져 실전에서 고생한다고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는 점점 더 현실세계에 근접하는 기술력이 접목되면서 필드 골프의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추신: 오잣대씨는 우라씨에 깨진 뒤 주말 아침 혼자서 스크린골프장에 나가 샷을 가다듬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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