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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칼럼] 전주사람 참 양반들이다

직장 생활을 끝낸 후 내 교통수단은 시내버스다. 굳이 시간 맞춰 출퇴근 할 일 없고 술좌석이 많은 편이라 나들이 하는데 시내버스만큼 편한 게 없다. 더군다나 요즘 시내버스를 타면서는 때로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어쩌다가 파업으로 대체 투입된 리무진 관광버스를 만났을 때다. 우선 좌석이 넉넉한데다 편안하고 차내도 청결하다. 앉으면 TV방송까지 시청할 수 있으니 마치 어디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 운전기사도 꽤 친절하다. 버스에 오르면 어서 오시라고 인사까지 하는 기사도 있다. 주로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르바이트 승무원도 싹싹하게 어른 대접 할 줄 안다. 일반 시내버스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예우다. 무엇보다 노약자석을 버젓이 차지한 채 한눈파는 청소년·젊은이 꼴 안 봐도 되고 어쩌다 행선지 한번 잘못 물어 봤다가 기사한테 면박 당하는 일도 없으니 속이 다 후련하기도 하다. 자 그러니 시내버스 파업? 그거 오래가면 어떤가. 하루 일진만 좋아도 이렇게 친절하고 깨끗하고 안락한 리무진 버스로 1000원짜리 손님 대접 제대로 받으며 다니는데 무슨 불만인가. '파업 할 테면 해 봐라. 얼마든지 버텨주마.' 그런 배짱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오기로 하는 소리다. 그동안 시내버스 타고 다니며 받은 고통과 불편을 이렇게라도 분풀이(?) 해야 속이 풀릴 것 같아 부려보는 억지다. 사실 파업사태 이래 시내버스 승객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소 20분 간격으로 다니던 버스가 30분, 한 시간 이상 지체되는 일이 잦다. 벽지노선 같은 경우는 아예 결행하는 일조차 다반사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지각사태, 변두리 지역 시민들의 통행불편, 재래시장 상인들의 영업 손실 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겨울 그 혹독한 추위 속에 승강장에서 발을 동동거린 서민들의 고통은 당해 본 사람들만이 안다.

 

사정이 이리 한데도 100일을 넘긴 시내버스 파업은 아직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지사와 시장이 으름장을 놓고 시민단체들과 원로(?)라는 사람들까지 나서서 노사 양측을 설득하는 모양이지만 당사자들은 한 치의 양보 없이 대치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그들이 한없이 얄밉게만 보인다.

 

법원에서 인정해 준 단체교섭권을 앞세운 노조는 아직도 강경한 자세다. 노동부가 편들어 준 사업주 측 역시 막대한 보조금까지 지원받으면서도 빳빳한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 대화와 타협? 그런 절차와 방식조차 그들 사고에 인식 될 틈이라도 있는가? 시민들의 발을 볼모로 한 노사 양측의 밥그릇 싸움은 그래서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받기 힘든 게 지금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통 큰 양보로 파업을 풀어라. 점잖은 시민들이 참고 지켜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어떤 술좌석에서 했다는 한 젊은이의 일갈이 귀에 새롭다. "전주 사람들 참 양반이다. 만일 지금 같은 파업사태가 광주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거기서도 노사가 이렇게 뻣뻣하게 버틸 수 있을까?" 그러니 나도 한마디 해야겠다. "그만 놓고 어서 제자리로 돌아들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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