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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무릎 꿇은 나무'와 '담쟁이'

최영식 (신협중앙회 전북지부장)

미국 로키산맥의 해발 3000m 지대에는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이 있다고 한다. 이 지대의 나무들은 너무나 매서운 바람 때문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나무'의 모습으로 성장을 계속한다. 이 나무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무서운 인내를 발휘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나무들은 그 어떤 것도 흉내 낼 수 없는 세계 최고의 명품 바이올린으로 다시 태어나 감동의 선율을 세계인에게 선물한다.

 

전주천 옆 한 자그마한 미술관 벽에는 지난 여름 무더위와 폭풍우를 견뎌내고 푸르름으로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담쟁이 잎 하나가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어 3층 지붕위에까지 올랐다. "아! 인내와 협동이 희망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100대 기업이 생존할 확률은 20%에 크게 못 미친다고 한다. 외국의 기업들도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100년 동안 상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기업은 오직 1개에 불과하단다. 많은 기업이 창업한 지 1년도 되기 전에 도산을 맞고, 더 많은 기업들은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사람의 평균 수명처럼 세계 기업의 평균 수명을 환산해보면 놀랍게도 30세에 불과하다. 한국기업은 10세가 되기 전에 그 수명을 다한다.

 

그런데 여기 깜작 놀랄만한 기업이 있다. 1852년,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설립되어 지금부터 정확히 160년 동안 낮고 어려운 곳에서 '인내와 협동'으로 서민의 벗으로 함께해 온 금융협동조직인 '신협'이 바로 그 것이다. 당시 유럽 전역은 산업혁명에 의한 공업화 등 대격동기에 나타나는 초기 자본주의의 총체적 병폐에 따라 대량의 실업자가 양산되고 자본가에 의한 중노동 저임금, 사회범죄 증가, 고리 대금업자의 횡포 등으로 농민과 도시 근로자 및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활이 몹시도 궁핍해졌다. 바로 그때 이들 힘없는 몇 사람들이 모여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라는 상호 협동의 위대한 힘과 가치만을 믿고 희망을 향해 일어섰던 것이다.

 

스스로를 구제하고자 자발적으로 만든 세계 유일의 민간 협동조직인 신협은 그동안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하며 1929년부터 시작된 세계대공황이나 세계대전, 미국 발 금융위기 등 엄청난 시련들을 견뎌내며 위기에서 더욱 빛나고 더 단단해진 '무릎을 꿇고 있는 나무'의 모습으로 자라왔다. 100개 국가에 1억 9천만 명의 조합원, 1,700조원이라는 엄청난 협동조합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전쟁 후 서민들의 절망과 한숨이 가득한 1960년, 27명이 모여 시작한 한국신협은 51년 만에 560만명의 조합원이 49조원의 자산을 모아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4위, 아시아 1위의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담쟁이 잎 하나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엊그제 전북신협을 찾은 세계신협협의회 '마누엘 라비네스' 회장은 "전북신협의 발전은 감동 그 자체이며, 신협은 언제나 사람을 중심에 두고 협동과 상호신뢰로 오직 조합원의 편익과 꿈의 실현을 추구하는 비영리 조직으로서 160년의 역사가 보여주듯 앞으로도 은행의 역할을 뛰어넘는 세계 최장수 기업으로 서민의 든든한 희망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절망을 희망으로 덮으며 언젠가는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일 때까지 지금의 삶의 무게를 참고 견뎌내자. 그리고 가끔 사람 향기 가득한 그곳에 들러서 따뜻한 미소로 전해주는 커피 한 잔으로 또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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