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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꿈나무들과 함께 뛸 수 있어 영광”

10년 연속 참가하는 강기상씨

오는 24일 시작되는 제23회 전북역전마라톤 출전을 앞두고 강기상씨(47·김제대표)가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감리회사인 (주)이건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인 그가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 끼어들어 올해까지 10년 연속 출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전주시 대표로 출전했던 그는 2004년부터는 고향인 김제시 대표로 뛰고 있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엷은 고향을 위해 뛴다는 자부심도 크다. 2002년 처음으로 이 대회에 참가할 당시 그가 맨 먼저 한 일은‘역전마라톤’의 역전이란 말이 무엇인지를 사전에서 찾는 거였다.

 

알고보니 ‘역전’은 승부를 뒤집는다는 게 아니고 ‘역’에서 ‘역’으로 전달한다는 의미, 즉 구간을 나눠 이어달리는 경주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엘리트 육상꿈나무들의 등용문인 이 대회에서 강기상씨같은 일반인이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광이었다.

 

전주 동암고에 다닐때 체육대회라도 열리면 항상 반대표 계주선수로 나갔지만, 엘리트 선수들이 볼때 아마추어 동호인은 그야말로 우물안 개구리. 십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경쟁자들은 조카뻘쯤 됐으나, 이젠 아들 친구도 만난다. 초기엔 학생 엘리트선수나 실업팀선수가 대다수였으나, 요즘엔 환갑나이의 노장도 흔하다.

 

초등학생부터 시작해서 국가대표급 엘리트 선수, 평범한 직장인이나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그 층이 아주 다양해졌다.

 

강 씨는 “도내 엘리트 선수층이 빈약해지면서 생겨난 현상일수도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지역 대표 선수로 뛰면서 시·군 대항전의 의미가 더 강하게 살아나는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전하는 레이스의 한 장면을 보자.

 

“늦은 가을 어느 날, 한적하기만 했던 시골 국도변엔 갑자기 활기가 돌죠. 어디선가 몰려온 차량들이 늘어서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도로바닥엔 청테이프가 붙여짐과 동시에 심판들의 다급한 호출소리에 불려나온 선수들의 긴장된 표정, 앞서 달려온 주자의 어깨띠를 넘겨받아 끝없이 뻗은 가로수길 속으로 질주하는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죠.”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며 달려온 앞 구간의 선수는 더 이상 자신을 지탱할 힘조차 없는 듯 길바닥으로 쓰러지고, 이를 본 코치들이 황급히 달려들어 부축하며 타월을 둘러준다.

 

이어서 몇 차례 주자교체가 이루어지는 동안 이곳은 사람들의 환호와 응원의 열기로 용광로처럼 달아오른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여기는 그저 갈 길 바쁜 차량들만 씽씽 지나치는 외진도로였을 뿐이고, 얼마 뒤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고요한 일상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

 

바로 역전마라톤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강기상씨는 “14개 시군을 대표해 나온 선수들이 이틀간 전주에서 군산, 남원에서 전주에 이르는 14개 소구간을 이어달리며 레이스를 펼치는 이번 대회는 단거리의 박진감과 장거리의 변수, 그리고 단체전의 묘미가 함께 한다.”며 “요즘엔 가끔 레이스를 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발걸음마다 내뱉는 새하얀 입김 속에도, 달리는 내내 그를 독려하는 코치의 고함소리에서도, 길거리에서 열띠게 응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서도 이 대회의 열기는 뿜어져 나온다.

 

초단위로 시각을 다투는 촉박함과 간만에 만난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의 따스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역전마라톤으로 함께 하는 1박2일은 참으로 가슴 벅찬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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