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역 주변 '7080 추억의 명소'…먹고·느끼고·읽고·즐기고·만나고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나팔바지에 긴 생머리가 최고의 멋스러움이었던 7080의 청춘. 최루탄 가스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익산역을 중심으로 밤마다 북적이던 수많은 인파.
어린 시절 보릿고개와 오늘의 풍요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청춘은 이제 다시는 못 올 옛 것이 되어버렸다.
낭만과 의리가 우선이었던 지금의 40~50대 중장년층에게 당시의 삶은 배 곪고 힘들기만 했지만 아른거리는 소중한 가슴속의 추억이 되어 있다.
조금은 촌스러웠던 그 시절의 미니스커트와 나팔바지, 추억의 과자, 옛 노래들이 팍팍하기만 한 요즘 세상살이에 왠지 모를 위안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시 못 올 것'이 되어버린 그때 그 시절이 낭만이라는 포장을 입고 우리들의 '비어있는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익산의 한 모임단체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70~80년대 익산하면 가장 떠오르는 추억의 장소를 찾아 '추억의 명소' 지도를 펴냈다.
지도 속에는 DJ가 있는 음악다방과 많은 이들이 길게 늘어선 식당들, 극장에서 문화예술을 관람하던 옛 추억이 담겨있다.
당시 삼남백화점을 중심으로 '뉴타운 거리'로 불리던 중앙동 한 복판은 서울의 명동에 견주어 손색없을 정도로 유명상표 상가들이 밀집했고, 백화점과 바로 앞에는 재래시장이 있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였다.
특히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여수나 순천, 광주, 목포 등에서 쇼핑과 관광을 하러 모여드는 인파로 새까만 사람의 머리만 보일 정도의 검은머리의 물결이 넘치던 곳이기도 했다.
여름밤이면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막걸리와 신문지를 들고 이리역 광장으로 모여들던 청년들.
옆으로 뒤로 타는 묘기에 가까운 실력을 뽐내며 이성 친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영스타로울러스케이트장 찾던 학생들.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500원만 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던 수도집. 엘베강, 풍년제과, 길손다방, 대한서림을 비롯해 뉴타운 거리까지 모두 익산역 주변에 있던 추억의 명소들이다.
지금은 교통망이 확충되고, 역을 중심으로 구도심이 쇠퇴일로를 걸으며 거리를 가득 메웠던 인파는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유명상표 상가들과 은행들이 빠져나간 영정통은 너무 적막하다 못해 고요함에 떨고 있다.
가만 두고 볼 수 없다며 최근 몇몇 상인들과 주민들이 모여 '추억의 명소'란 이색 지도를 펴내며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디스코와 나팔바지, 팝송듣기 등 묻어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청춘의 속삭임이 일던 극장과 젊음을 불태웠던 호프집, 배고픔을 달래며 사랑의 싹을 키웠던 빵집과, 맛선 성사 100%를 자랑하던 다방 등 다시 못 올 익산의 추억 속으로 떠나본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