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 성공 100% 다방서 천생연분과 마주하고/생맥주 한잔에 오징어입 안주로 행복/발디딜 틈 없던 헌책방 구석구석 보물 찾던 추억…
익산시민창조스쿨 7080 익산추억찾기팀의 설문조사에서 7~80년대 가장 떠오르는 추억의 극장을 삼남극장과 이리극장을 꼽았다.
놀이와 만남의 장소로는 어깨춤을 맘껏 발휘하던 팔도강산과 옆으로 뒤로 타기의 뽐을 내던 영스터로울러스케이트장, 엘베강, ABC디스코텍, 새서울악기점을 떠올렸다. '추억의 지도'를 따라 7080 속으로 들어간다.
△음악이 그리운 날엔 새서울악기점
익산시 중앙동 한복판에 자리한 새서울악기점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백승운씨(54)가 운영하고 있다.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이후 지어진 건물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익산토박이며 비틀즈를 좋아하는 7080세대인 백씨는 7~80년대 익산 구도심의 모습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도시해설가인 듯 한 그는 이리는 1977년 이리역폭발사고 이후 격자형 도로망이 갖추어지고 이리역을 중심으로 사람과 물류가 모이는 곳으로 탈바꿈되었다고 기억했다.
서울의 명동에 견주어 손색없는 사람의 머리만 보일 정도의 검은머리의 물결이 넘치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이 밀려들고 휩쓸어갈 정도로 성황을 이루던 이리역 앞쪽 일대에는 여수나 순천, 광주, 목포 등에서 쇼핑, 관광하러 오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 일대에 유명상표 가게들이 즐비하고 중앙매일시장이 있어 일반백화점보다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 시절이 새서울악기점도 호시절이었다. 지금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찾아 종종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
△200원 김, 700원 오징어 입 '엘베강'
익산역 앞 40년 전통의 엘베강은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지금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긴 테이블 하나와 벽을 마주하고 긴 의자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에 부딪기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시원한 일품의 맥주 맛을 볼 수 있다.
원래 할머니가 운영했는데 연세가 있고 몸이 불편해서 지금은 조카가 운영하고 있다.
병맥주는 팔지 않고 생맥주는 1,800원, 최고로 비싼 안주는 3,500원짜리 오징어. 최저는 김 200원이다. 안주 명물 오징어입은 700원이다.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밤 11시50분이면 음악이 나오고 청소를 시작한다. 아무리 오래된 단골이라도 예외는 없다. '너 하나만은 그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엘베강을 대하는 마음이다.
△팔도강산은 없다! 그 위에 아르케가 있다!
극장식 스탠드바 팔도강산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만 간판만 남아 있을 뿐.
나팔바지에 긴 생머리의 멋스러움을 한껏 뽐내며, 찌르기 춤을 선보이며 많은 연인들을 배출했던 팔도강산.
당시 팔도강산의 대를 이어 그 건물 4층에 소극장 아르케가 꾸며져 있다. 연극인들이 자신의 꿈을 무대 위에 올리고 지역민들과 아름다운 꿈을 키워가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18일까지 밤 7시 행복한 사진관 우리 동네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진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소하고 재미있는 동네이야기이다.
△맞선 성공 100% 오고파다방
맞선 성공 100%라는 명성의 40년 전통 '오고파다방'은 그 자리에 신오고파다방이 맥을 잇고 있다.
현재 운영자인 할머니는 30년 전 오고파 다방을 운영하던 분과 언니 동생하며 지내던 분이다. 그 언니는 뇌졸중으로 돌아가시고 옛 추억을 생각하며 동생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당시 중매쟁이들 입에서 입으로 맞선 성공 100%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말이면 맞선을 보는 이들로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음력 정월에는 하루에 몇 쌍 씩 선을 보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오고파 다방 사거리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제 신오고파다방은 담배 연기 자욱하고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어 있다. 토마토주스 3,000원, 인삼차 2,000원, 생강차 2,000원 등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 가격이다.
△사람과 책 소통 공간 대한서림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 열풍에 밀려 설자리가 빈약한 오프라인 서점이다. 원도심의 중심에 있는 대한서점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그 명성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서림은 익산에서 살거나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에게 남다른 추억의 장소다. 책을 사고 읽는 공간뿐만 아니라 친구와 만남을 위한 약속 장소였다. 그러나 지금은 잡지책을 보거나 책을 읽는 사람으로 붐볐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2층 전공서적관은 비어 썰렁할 정도.
그렇지만 지금도 대한서림 안에서 아이 손잡고 책을 사는 아버지, 친구와 같이 책을 보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대한서림은 아침 9시에 문을 열어 밤 9시에 닫는다. 일요일에는 오후1시부터 밤9시까지 운영된다. 이리고등학교 앞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참고서 판매하는 '대한서림' 분점도 있다.
△헌책방 대명사 원서점
원서점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헌책 전문점이다. 학창시절에 보았던 교과서가 그립다면 원서점을 찾으면 해결된다.
입구에서부터 그득하게 책이 쌓여져 있는 헌책방 안에는 대략 만여 권이 넘는 헌책들이 빼곡히 차 있다. 문학전집에서부터 시, 소설, 철학, 과학, 교양서적은 물론 사전, 동화책, 히브리어로 된 종교서적까지 없는 게 없다. 7080 세대들은 전과와 교재 등을 가지고 이곳에서 팔았던 기억들이 떠오를 듯.
90년대 중반 이전까지, 헌책방은 꽤 인기가 좋았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대형 서점조차 문을 닫게 된 지금 헌책방을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 않아졌지만 원서점만은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좋은 책들을 만나는 기쁨과 문학적인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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