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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나무·들꽃…시골 어르신도'봄 마중'

취재 길에 만난 섬진강 구담마을의 자연과 사람들

▲ 섬진강 진메마을을 거쳐 구담마을로 들어와 장구목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김용택 시인의 생가가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트레킹 족이 삼삼오오 찾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 임실 구담마을에는 매화꽃이 군락을 이루는 대신 섬진강을 따라 구릉과 비탈에 여기저기 자연적으로 펴 광양의 매화마을과는 차원이 다른 신비한 세계로 안내한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섬진강 동행 후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섬진강 동행기로 느낀 생각과 깨우침을 예술작품 활동을 통해 실천해보고자 고민하하면서 정신없이 세월을 보냈다. 문화객원시민로 섬진강을 취재하기 위해 임실 구담마을을 다시 찾은 감회가 새롭다. 섬진강 스승에게 얻은 조언을 잘 실천하고 있었는지 새삼 돌아보니 부끄럽기만 하다.

 

 

전주~순창간 도로(국도 72선)가 새로 개통되면서 과거 강진을 넘어 가던 717번 지방도는 인적이 드문 길이 되었다. 국도 27호선은 신호등 없는 '자동차 전용도로'여서 섬진강 구담마을을 가는 시간은 훨씬 짧아졌다. 더불어 옥정호에 세워진 운암대교(910m)는 섬진강 길목에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았으며, 옥정호를 새로이 조망하기에 손색이 없는 명소가 될 듯하다.

 

구담마을은 봄을 준비 중이다. 밭고랑 사이로 냉이, 빌금다지를 비롯한 푸르른 새순들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올라오고 매실나무 가지에는 매화꽃을 준비하는 꽃망울이 열린 듯 말듯 시간을 재고 있다. 마을 당산나무 조망대에 올라서서 섬진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아래 물길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바람소리와 물소리가 한데 어울려 마치 봄을 알리는 소리처럼 상쾌하게 들린다.

 

봄을 알리는 준비는 매화와 야생화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른 아침, 마을 주변 작은 텃밭에는 올해 밭농사를 위해 두엄을 내는 삼계댁 할머니(박인순·77)가 분주히 손을 놀리신다. 김유순 할머니(76)는 지난 여름 폭우로 강물에 떠밀려온 잡나무, 통나무들을 섬진강 개울가에서 매일 조금씩 지게에 올려 주워온 땔감이 겨울나기에 충분하다 하신다. 작은 체구로 지게를 짊어지시고는 맞은 편 징검다리를 건너는 할머니를 보니 불안불안해서 손 한번 잡아 드린다. 구담마을과 장구목을 건너 오갈 수 있는 작은 다리가 상류 쪽 위로 완공되었지만, 왠지 이 곳 작고 아름한 징검다리를 건너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돌무더기와 큰 돌 사이로 흐르는 섬진강 물길 소리가 징검다리와 함께 어딘지 모를 매력을 발산한다.

 

진메마을을 거쳐 구담마을로 들어와 장구목(8.5km)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김용택 시인의 생가가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트레킹 족이 삼삼오오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구담마을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하여 자연생태 테마 걷기와 매화 및 야생화 농촌체험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구담마을에도 고민은 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명순 사무장(49)씨는 구담마을 당산나무에 대해 아쉬운 이야기를 전해주신다. 마을 어른들이 한 해 무사안위를 기원하면 당산제를 모셨는데, 몇 해 전 당산제를 주재하셨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그 맥이 끊겼다고. 그리고 구담마을이 외지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니 마을 초입의 부지를 매입하고 땅값을 노리는 투기꾼들도 제법 생겨났다고 걱정하신다. 마을주민은 나이 드신 노인이 대부분이라 그 분들이 타계하시면 이 마을은 누가 이어가고 지킬 지 걱정이다.

 

구담마을 넘어 장구목으로 가는 밤나무 길도 예전 그대로다. 3년전 이 길을 오르며 본 다람쥐가 지금도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천천히 섬진강 물길과 동행하며 나를 돌아보았던 그 시절로 되돌아 가기위해 장구목 길을 다시 걸어본다.

 

송대규(전북일보 문화전문시민)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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