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한차(韓茶)'라 부르면 어떻겠습니까
언제부터인지 딱히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마시는 음료는 모두 차라고 불러왔다. 본래 차란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취해서 만든 것만을 일컫고 차 이외의 음료는 건강음료로 부르는 것이 옳다. 차 마시는 걸 좋아한 민족이니 그 풍습의 여운으로 다른 음료에도 차라는 이름을 얹어 부르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차 대신 마신대서 대용차라고 하고 오래 전부터 마셔왔으니 전통차라고 즐겨 호명하기도 한다. 그러자 혼란을 덜어볼 양으로 본래의 차는 따로 녹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차에 대한 애정을 늘려 진짜 차는 아니지만 기왕에 차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의 생활과 건강에 깊이 관여해온 음료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아볼 필요가 있다.
전주의 한옥마을은 가장 한국적인 마을로 소문이 자자해져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국내외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한옥마을의 명성은 한옥과 한식, 한지와 한복, 판소리 같은 한 스타일이 응축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럼에도 한옥마을에서 유독 전통 다실은 보기 드물고 커피 하우스만 즐비하다. 한옥마을이 그 이름값을 하려면 전통찻집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찻집에서는 녹차뿐 아니라 전북의 산야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다양한 전통차를 준비해 놓으면 좋겠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옥마을에 어울리게 '한차(韓茶)'라는 타이틀 밑으로 낱낱의 음료를 불러들이는 것도 좋아 보인다. 〈표 참조〉
꽃차는 전북의 봄이 담기고 잎차는 전북의 여름이 숨 쉬며 열매차는 전북의 가을이 스미고 뿌리차도 전북의 계절이 키워낸 것이라야 한다. 전북의 특산물로 만들어진 다채로운 '한차'를 운치 있는 한옥 다실에서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한옥마을을 찾는 흥겨운 이유가 될 것이다. 마셔보고 좋으면 '한차' 상품을 사들고 돌아갈 수도 있고 아예 '한차' 만드는 비법을 한수 배워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난 30년 동안 차는 우리것찾기 문화운동을 통해 생산과 소비에서 크게 늘었을 뿐더러 차의 역사와 효능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차'는 이러한 차의 길에서 배울 것이 많아 보인다. '동의보감'이나 '증보산림경제' 같은 옛 문헌뿐 아니라 민간과 한방을 통해 알려진 한차는 사실 차에 버금가는 긴 역사와 다양한 종류, 뛰어난 효능과 풍미 등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해오는 '한차'에 대한 자료와 제조법에 조금만 손을 보아 체계화와 대중화를 거친다면 한차문화는 풍성해질 것이다.
지금은 축제의 춘추전국시대로 지자체마다 특색 있는 축제의 깃발을 내걸고 호객하는 정책에 몰두해 있다. 정작 들여다보면 축제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여서 속앓이하기 일쑤다. 그럴수록 축제를 위한 축제에 우리의 에너지를 소진할 것이 아니라 '한차'처럼 전북의 땅과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을 살려내 꽃을 피우는 데 공들여야 할 것이다.
‘한차’ 차림표
꽃차 : 김제 청운사 연꽃차·완주 생강나무꽃차·임실 목련차·산내 구절초차
잎차 : 정읍 쑥차·동상 감잎차·부안 뽕잎차
열매차 : 장계 오미자차·고창 복분자차·고산 대추차
뿌리차 : 남원 둥글레차·봉동 생강차
김정겸 문화전문시민(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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