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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앞둔 박칼린 집행위원장 "매력적이고 멋진 풍류 만끽하세요"

젊은 소리꾼 다섯바탕 신설 창극·고음반감상회 등 마련 판소리 새롭게 느낄 수 있죠

박칼린 전주세계소리축제 집행위원장(45)은 "공연엔 용서가 없다"는 말을 가슴에 박고 산다. '내일 공연이 있는 자라면 어떤 이유로도 오늘 죽어선 안 된다. 쓰러지기만 하고 반드시 공연 시작 전까진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블로그에 쓴 말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엄한 '칼린 샘'이 작곡가 김형석과 지난해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올해로 2년 째, 13일 개막하는 소리축제(13~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주 한옥마을 일대)를 앞두고 박칼린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소리꾼들도 해결하지 못한 '판소리 대중화'라는 무거운 과제를 걸머진 그 역시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답변을 에둘러하진 않았다. 오히려 "소리축제의 힘만으론 판소리 대중화가 어렵다. 소리축제의 존재감을 그 일환으로 보고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했다.

 

- 올해는 준비하는 기간이 비교적 넉넉해 축제를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작년에 첫 인연을 맺은 소리축제는 저희에게 큰 행운이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우리 소리와 전통에 대한 애정을 넘어서는, 그래서 지역의 뛰어난 문화예술을 보다 값지고 의미 있게 풀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고, 이 경험은 저희에게 커다란 성장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소리축제는 의미도 있고, 멋진 지향을 담고 있는 축제구나' 하는 일종의 자긍심도 자리 잡았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판소리와 국악이 대중적으로 위기인 건 사실입니다. 문화유산이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박제된 유산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리축제는 이 매력적이고 멋진 풍류를, 우리소리라는 위대한 예술을 담아내는 훌륭한 그릇입니다.

 

- 소리축제의 영원한 과제인 '판소리 대중화'를 올해는 어떻게 녹여내려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 우리 소리의 대중화, 어찌 보면 프로그램 측면에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 시대 전주에서는 최근까지도 판소리가 대중적으로 매우 사랑받았던 장르였습니다. 장르 자체에 손을 대고 변형을 하는 것 보다는, 대중들이 판소리를 듣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부여해 주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판소리의 대중화'는 선언적이면서 상징적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판소리 다섯 바탕'이나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 신설, 판소리극, 창극, 고음반 감상회 등 판소리를 새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또 국·영문 자막도 5년에 걸쳐 완성해 관람객들에게 판소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워낙 바쁘신 분이라 축제 준비에 소홀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 데요.

 

△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여러분의 우려가 마음 속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소리축제는 저희가 집행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걸고 있는 만큼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곳입니다. 스텝들과 의논하고 방향을 잡아야 할 것들은 주간 회의를 통해 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결정해왔습니다. 소홀히 했다면, 축제를 준비해오지 못했겠죠. 결국 소홀하다는 것은 열정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축제 이후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축제 결과로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 꼭 봐야 할 공연을 추천하신다면.

 

△ '판소리 다섯 바탕'에 쟁쟁한 명창들이 출연합니다. '심청가'나 '흥보가'는 완창을 하게 되구요. 고즈넉한 한옥마을 대청에서 명창들과 마주하면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죠.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 역시 기대가 큽니다. 유태평양·민은경 등 젊은 소리꾼들은 멍석 깔고 음식도 먹으면서 소리를 듣는 무대를 갖습니다. 옛날 소리판의 흥겨움과 멋이 그대로 살아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꼭 보고 싶은 공연입니다. 물론 젊은 국악팀들의 경연인 '소리 프론티어'도 기대됩니다.

 

해외공연도 많은데, 특히 창단 50주년을 맞는 살사계 거장 '엘 그랑 콤보'를 권하고 싶네요. 70세가 넘은 멤버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이기도 하죠. 신나는 살사 리듬에 즐겁게 몸을 맡겨 보시는 건 어떨까요.

 

- 그럼 음악감독 박칼린에게 질문. 배우들이 감독님께 '마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던데요, 그게 사실인가요.

 

△ 네, 옛날에요. 오래됐습니다. '무조건', '절대적인' 규칙이 철저해야 하는 곳이 바로 무대니까요. 제가 무대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목록이 있습니다. 저는 연습 때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괴물'입니다. 진행 중인 연습에 해당되지 않은 사람이 아무리 조심스레 왔다갔다해도 고함을 지르고 쫓아가서 "나가서 떠들어!"라고 하죠. 연습에 있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거나 정신을 놓는 것도 용납 못합니다. 연습 첫날부터 연습이 아닌 실제 공연처럼 연습하길 원해요. 노래 한 시간 제대로 했으면 배고파야죠. 또 틀리는 것도 용납 못합니다. 모든 음악과 가사를 못 외워오면 그날이 그 배우, 제삿날이죠.

 

-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요.

 

△ 음악감독으로서 가장 신중하면서도 유일하게 마음대로 독점하고 있는 캐스팅 권한이 바로 연주자 캐스팅입니다. 배우 캐스팅 보다 두달 정도쯤 더 많이 고민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감독으로서 밴드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캐스팅할 때가 가장 재밌습니다.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내 마음대로 하는 만큼 결과도 순전히 내 책임이기에 연주가 빛이 날 때 역시 가장 뿌듯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인재들을 알아채고 그 원석을 깎아나갈 때 그 순간의 희열은 어느 것에도 비견할 수가 없습니다. 가능성이 보이는 누구를 열정의 뜨거운 곳에서 처음 만나는 것, 내게 캐스팅은 사랑입니다. 누군가를 발견하는 일 자체와 사랑에 빠지는 일인 거죠.

 

- 인간 박칼린도 궁금합니다.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성장기를 보내면서 정체성 혼란 같은 건 없었나요.

 

△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어요. 나에겐 모든 게 모험 같아서 좋았습니다. 내겐 피든 뭐든 섞이지 않은 게 없어서인지 '다양성'에 일찍부터 눈을 뜨게 됐어요. 이것은 '내게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줬습니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밀어붙이면 '균형'이란 걸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선과 악, 흑과 백, 남과 여, 음과 양 등 다양한 모든 것들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내력을 갖게 되는 것이죠.

 

- 어렸을 때부터 써왔던 비밀노트가 있다던데요.

 

△ 일기장이 그날 있었던 일과 감정에 대한 기록으로 과거 지향적이라면, 나의 '블랙북'은 순전히 미래에 대한 창작의 나래를 펼치는 그런 노트예요. 나의 '블랙북'을 들여다본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죠. (웃음) 봤다 하더라도 내용을 알 수는 없었을 거예요. 나만이 아는 단어로 최대한 간략하게 적어놨으니까요. 그러나 실제 세월이 흘러 다른 사람들 손에 의해 이뤄졌거나 창조된 것들도 있긴 합니다.

 

가령 노래 은행·미디음악이 한국 가요계에 도입되던 초기에 많은 곡을 써서 라이센싱 하려 했는데, 오늘날 김형석씨와 함께 하는 '킥 뮤지컬'에서 뮤지컬 작품을 개발·라이센싱 하는 걸로 진화했어요. 제 개인 음반은 여러 장르가 섞여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구요, 아직은 공개하면 안 되는 무대와 영상 작품들 몇 개가 있죠.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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