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절정' 숭어회 쫄깃함 일품 / 부드럽고 시원한 물메기탕 진미
'세상은 혁명을 해도/나는 찬 소주 한 병에다 숭어회 한 접시를 주문하는 거라/밤바다가, 뒤척이며, 자꾸 내 옆에 앉고 싶어하면/나는 그날 밤바다의 애인이 될 수도 있을 거라/이미 양쪽 볼이 불콰해진/바다야, 너도 한 잔 할래?/…/왜 혼자 왔냐고,/조근조근 따지듯이 숭어회를 썰며/말을 걸어오는 주인아줌마, 그 굵고 붉은 손목을/오래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라…'
우석대 교수인 안도현 시인은 '숭어회 한 접시'에서 숭어회의 단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숭어회는 한겨울과 제법 잘 어울린다. 사계절 잡히는 숭어지만 날씨가 찰수록 육질이 차지고 제 맛이 난다. 뻘속의 미네랄을 먹고 사는 숭어는 10∼2월에 알을 낳는다. 산란기인 겨울에는 먹이활동을 중단하는 탓에 냄새와 내장의 쓴맛이 사라진다. 더욱이 가을부터 기름기를 잔뜩 채운 겨울숭어는 눈꺼풀까지 백태가 낀다. 눈이 어두워 그물에 잘 걸리고, 낚시미끼도 덥석덥석 잘 문다.
'겨울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만 훔쳐 먹어도 맛있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좋은 맛을 칭찬할 때 '한겨울 숭어맛'이라는 표현을 한다. 겨울숭어맛이 절정이란 의미다. '겨울과 봄에 달고, 가을에 고소하며, 여름에는 밍밍하다'고 표현한다.
특히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갯벌지역에서 잡힌 숭어는 풍부한 먹이를 먹고 살이 오른 만큼 먼바다나 강 등에서 잡은 것보다 높게 쳐준다. 숭어는 점프왕이기도 하다. 웬만한 그물은 단숨에 뛰어넘는다. 점프를 잘해서인지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고소하다. 숭어의 '숭(崇)'은 '높이 떠받든다'는 뜻으로, 그만큼 맛이 으뜸이다. 우리 조상들은 숭어를 수어(秀魚·首魚)로 불렀다. 물고기들 가운데 맛이 가장 뛰어나고 생김새가 길고 빼어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숭어는 약재로도 널리 쓰였다. 동의보감은 '숭어를 먹으면 위가 편해지고 오장을 다스리며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고 적고 있다.
숭어는 30∼60㎝ 정도가 가장 맛있다. 길이 10㎝ 이하는 모치(숭어 새끼)로 부른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참숭어, 알숭어, 등줄숭어, 가숭어 등 네 종류가 잡힌다. 가숭어는 참숭어보다 크지만 맛은 덜하다. 1m가 넘으면 대부분 가숭어라고 보면 된다. 참숭어는 머리가 날씬하고, 눈동자 주위에 노란 둥근 테가 있다. 보리숭어는 보리 팰 때 잡히는 가숭어를 말한다. 가숭어는 동해안이나 남해안 바위가 많은 곳에서 많이 잡힌다.
부안상설시장안의 형제식당(584-2555)에서 숭어회를 맛봤다. 다금바리와 견줄 수 있는 쫄깃함이 일품이다. 이 식당 서정순 대표는 "제대로 숭어회맛을 즐기려면 간장만 살짝 찍어 먹는 게 정석"이라면서 "쫄깃한 숭어회를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말했다.
여기에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고추장양념만으로 맛을 낸 물메기탕도 일품이다. 부드러운 고깃살의 물메기탕이 겨울무를 만나 시원하고 얼큰한 맛을 낸다. 국물 몇 숟가락을 후루룩 떠먹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피로를 잊는다.
물메기의 고깃살은 수분함량이 많은 탓에 연두부처럼 부드럽고 무르다. 흐물거리는 고깃살을 접시에 담아 후루룩 입속으로 흡입하면 된다.
부안에서는 겨울숭어를 설숭어로 부른다. 부안상설시장을 알리고, 설숭어를 알리기 위해 올해로 5회째 부안설숭어축제를 개최했다. 겨울숭어 한접시는 혹한을 이기는 보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