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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고정관념 깨고 문화와 접목 새 브랜드 창출"

고창 내동마을 '씨알농원' 최종인·김기숙씨

▲ 충북 음성에서 2011년 7월 고창 내동마을로 귀농한 최종인·김기숙씨가 집앞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농업이 가지고 있는 다원적 기능을 살려 사회적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농업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저희가 농사짓는 땅이 곧 도화지입니다. 그림을 그리 듯 농사를 짓는다는 뜻이지요."

 

이들은 농사짓는 땅의 일부를 만남과 소통, 문화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 농업의 가치를 재발견 한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엔 한가한 사람들의 여유로움과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연상시키지만, 그들의 농사면적은 버거울 만큼이나 많아 보였다. 더욱이 농사한번 지어보지 않은 초년생이기에 그 어려움은 더욱 커 보이는데도, 마음만은 내내 여유롭다.

 

그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논을 밭으로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노지고추 7260㎡, 오디 3300㎡, 매실 1320㎡를 지어 수확물 일체를 직거래로 판매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2640㎡의 밭에 복분자를 심어 첫 수확을 기다리고 있으며, 블루베리를 심기위해 3300㎡의 밭을 조성했다. 또한 비닐하우스도 330㎡ 규모로 손수 지었다.

 

그들은 그런 바쁜 농사일에도 틈틈이 농장속에 쉼터와 숲길을 만들고 농장주변에 꽃을 심고 가꾸는 등 마치 한폭의 수채화를 그리듯 농장을 그려가고 있다.

 

'도화지쉼터'로 이름 지은 오디농장의 소나무 숲은 운치있는 방부목 데크를 설치하고, 돌과 나무 그리고 꽃으로 단장한 작은 노천극장을 마련했으며, 잔디를 심어 정감있게 배치했다.

 

작년 한해 이곳엔 500여 명이 넘는 많은 이들이 찾아와 견학과 체험을 했으며, 작은 이벤트와 동네잔치도 열었다고 한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랐다는 그들, 동네에선 이미 일벌레로 소문이 자자하다. 덕분에 마을 주민과의 화합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우리에게 일은 곧 놀이입니다. 놀이는 신나고 즐거운 일이지요. 일과 놀이의 차이, 놀이와 일의 경계를 무너뜨려 일을 놀이화 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도화지농업이 가지고 있는 힘입니다."

 

얼마전에 마을입구에서 오디농장으로 통하는 오솔길을 만들었다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옛 길처럼 보였다. 길이 시작되는 곳에 서있는 당산나무 주변에 통나무의자, 국화꽃으로 단장한 작은 쉼터를 마련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그들은 공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농업이란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비우고 연계하며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힘든 농사일이 재미있는 놀이가 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좋은 농업은 물론 경쟁력도 함께 생성된다"고 애기한다.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신선함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언어조차도 농사입니다. 정감 있는 말이야 말로 가장 큰 농사 밑천이지요. 얼씨구~ 지화자~ 같은 말처럼 흥을 돋우는 언어들은 모두 뿌리깊은 농경문화의 소산입니다. 농업을 다소 천대시하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농업과 농촌은 항상 돌아가고픈 마음의 고향입니다."

 

 

▲ 최종인·김기숙씨는 논을 밭으로 개간해 노지고추, 오디, 매실를 지어 수확물을 직거래로 판매했다.

언어도 농사라고 말하는 그들의 핵심키워드는 감성과 정(情)이다.

 

힘든 농사일을 놀이로 변화시켜 즐거운 일로 만들어 내는 것, 농업이 가지고 있는 다원성을 찾아내어 사회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접속시켜 농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스스로 높이는 것 등이 그들이 추구하는 감성농업인 듯 하다.

 

테마가 있는 감성농업은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훌륭한 농업자원으로서 많은 도시민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되므로, 부르는 농업자원을 조성하여 이를 활용한다면 지역경제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도화지농업의 씨알농원은 귀농1번지 고창에서 새로운 농업문화를 선도할 것입니다. 농업에 문화를 접속하고 지난해 보다 더욱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인문강좌, 음악회, 길투어, 씨알축제와 같은 문화행사와 자매결연을 통한 농원 방문객을 고창의 손님으로 유치하여 우리지역의 새로운 농업브랜드와 허브기지로서 역할에도 최선을 다 할 계획입니다."

 

이름은 본질을 바라보는 창문일 것이다. 도화지 농업 속에 담긴 그 속뜻을 다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추구하려는 삶과 농업 마인드는 잘 볼 수 있었다. 삶의 철학과 자신들의 인생을 담아 그림처럼 그려내는 도화지농업!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브랜드요 고창농업의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희망의 메시지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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