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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대통령과 성평등에 대한 착각

조선희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억지주장이며 오히려 지금은 남성차별 시대라는 주장과 마주할 때면 답할 가치도 못느낄만큼 어이없지만 빈번하게 접한다. 그들은 신임 검사 45명 중 여성이 32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들먹이면서 여성문제는 다 해결되었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젊은 여성들이 이기적이고 자기개발만 생각해서 국가미래를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여성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다보니 여성에 대한 차별을 얘기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우리사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7%에 불과하며, 성별 임금 격차는 38.9%로 OECD 1위, 최저임금 이하 임금 노동자 중 여성노동자 비중은 무려 61.5%이다. 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전체 여성노동자의 61.8%로 남성의 1.5배이며, 이들 중 고용보험 미 가입율이 60% 수준이다.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했지만, 여성의 빈곤율은 남성보다 높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중 고연령층의 다수가 여성이다.

 

우리사회는 여성폭력을 사회적 범죄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2012년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사건'의 경우 여성폭력 피해자가 구조요청을 했으나 '단순성폭행' '부부싸움'으로 취급하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폭력의 두려움속에서 결국 살해되었다. 일부 분야에서 일부 연령대의 여성이 약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요소가 지뢰처럼 깔려 있다.

 

이렇듯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데도 성평등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남성들의 의식불균형 때문이다. 시장의 경쟁구도가 더욱 치열해져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피나는 시장 진입에 피해의식을 가지면서 불안감과 열등감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2011년 성평등보고서에 의하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평균 가사노동에 소비하는 시간이 남성은 36분, 여성은 2시간 34분으로 나타나 취업여부와 관계없이 가사일은 여전히 여성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육아돌봄을 위한 육아휴직자수는 총 6만4069명이다 이 중 남성 육아휴직자는 1790명, 여성은 6만2279명으로 남성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육아휴직 후 여성들의 복직이나 복귀하는 비율도 크게 낮다. 여성들은 임금노동과 돌봄노동 사이를 오가며 파김치가 되도록 뛰고 있다. 오죽하면 워킹 맘들의 생활고를 토로한 책 제목이 '엄마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겠는가!

 

행정고시나 사법연수원 성적 등에서 여성이 약진하고 일부 중산층 여성의 삶이 편안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한국사회의 성 격차는 여성들로 하여금 결혼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만들었고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들로 하여금 일상의 폭력을 경험하며 생존자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수의 여성은 비정규직, 한 부모 가구주, 구직 단념자로서 존재한다. 여성대통령은 정치공학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을 뿐, 여성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님을 상기하기 바란다. 오히려 남성중심 사회시스템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런 방향으로 진행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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