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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전주 단오제 개막

아낙들의 망중한… 덕진연못 물맞이 가세

▲ 13일 제55회 전주단오제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민속놀이 경연장에서 그네를 뛰며 단오풍습을 즐기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전주는 어쩌면 단오(端午)를 닮았다. 단오는 여름, 농사, 물로 축약된다. 음력 5월 5일인 단오는 고려시대에는 9대 명절로, 조선시대에는 설날·한식·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불렸다. '단(端)'은 첫 번째, '오(午)'는 다섯이다. '5월의 초닷새'라는 뜻이다.

 

음력 5월은 벼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만물이 더없이 생장하고 신록이 무성하게 우거지는 계절에 단오가 들어있는 이유는, 농사일로 가장 바쁜 시기에 하루 정도 조상에게 차례를 모시면서 풍농을 기원하라는 의미가 배어있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가장 바쁜 가운데서도 여유로움을 갖는 지혜가 있었다.

 

단오는 일년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기도 하다. 단오를 '낮이 가장 긴 달의 명절'이라는 뜻의 '천중가절'로도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월대보름이 달의 축제라면, 단오 축제는 태양의 축제인 셈이다.

 

여기에 단오 하면 물이 빠지지 않는다. 단오때면 여자들이 창포를 넣어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액을 물리치기 위해 궁궁이를 머리에 꽂았다.

 

풍수의 고장이자 전통문화를 표방하는 전주는 이 같은 단오의 넉넉한 미덕을 공유한다.

지난 1959년 전주시의회가 단오인 음력 5월 5일을 '전주시민의 날'로 지정한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닌 듯하다.

▲ 전주단오제 행사가 열린 전주 덕진공원에서 아낙네들이 연못에서 멱을 감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전국적으로 강릉단오축제가 대표적인 단오축제로 불리지만, 전주단오제도 강릉에 못지않은 역사와 규모를 자랑한다.

 

'강릉단오의 주체는 대관령 산신제로부터 시작된 굿중심의 축제였고, 전주단오는 물맞이 중심의 자연발생적 대동놀이축제'라는 문치상 전 풍남문화법인 이사장의 설명처럼, 중년의 전주사람이라면 어렸을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덕진연못에서 발가벗고 멱을 감았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고려시대 전주목사를 지냈던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전주에서 단오절 성황제가 거행되면 인근에 있는 임실·완주·진안지역 사람들도 전주에 몰려들어 단오물맞이를 즐겼다'고 적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단오 전날 아낙네들은 덕진연못에 모여들어 날을 새면서 약수물을 맞았다고 한다. 이 약수물을 맞으면서 축원을 드리면 1년 내내 감기를 물리칠 수 있고. 부스럼·땀띠·두통 등도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전주단오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덕진연못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에헤야~전주단오! 덕진연못 물맞이가세'를 기치로 내걸은 전주단오는 14일까지 흥겨운 한마당을 이어간다.

 

올해의 경우 시민대동행사를 넘어 전주발전을 위한 시민의 뜻을 모으는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수변무대에서는 창포물에 머리감기 행사가 열리고, 창포족욕프로그램도 새로 선보이는 등 크고작은 행사가 펼쳐진다.

▲ 전주 단오제가 열린 전주 덕진공원에서 시민들이 씨름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겨루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행사장 여기저기서 흥겨운 농악과 춤사위가 펼쳐진다. 사내들은 웃통을 벗어던지고 씨름 한 판으로 더위를 잊는다. 이른 아침부터 아낙네들이 흑단 같은 머리채를 연못물에 풀어내며 삶의 고단함을 씻는다. 다른 한켠에선 여인들이 그네에 올라 허공을 휘젓는다.

 

예나 지금이나 덕진연못의 단오제는 큰굿이요, 물맞이는 통과의례다. 전주단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깨닫는 시간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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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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