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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도내 외국인 유학생 실태]의사소통·학과 공부 고충 호소…차별화된 프로그램 필요

편향된 시각과 행동 벗어나 지성인의 참 모습 보여줘야

▲ 전북대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유학생들이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한국어로 말하고 있다.

굳이 서울 신사동이나 이태원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전북지역에서도 쉽게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길을 가다가 외국인을 보고 신기하게 쳐다보던 때는 오래 전 일이 되었다. 그 만큼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글로벌화 되었다. 더욱이 캠퍼스 안에서도 다른 언어, 다른 피부색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학생수 30년만에 90배 폭증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유학생 분포현황을 보면 지난 1980년 1015명에 불과했던 전국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30년이 넘은 지난 2011년 8만9537명으로 나타났다. 90배 가량 폭증한 셈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정부는 2012년까지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수를 10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를 공표했고,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07년 3만8649명에서 지난해 9월 9만3232명으로 늘어나는 등 더욱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북대의 외국인 유학생 수도 지난 2008년 600여명에서 2011년에는 1162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북대 재학생의 약 5%에 해당된다. 외국인 유학생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출신의 유학생이 879명으로 가장 많고, 몽골 150명과 네팔 26명이 뒤를 잇는다. 과정별로는 학부과정이 709명, 석사과정이 342명, 박사과정이 111명으로 나타났다.

△언어소통 문제 가장 불편

그렇다면 전북지역 대학에 재학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외국인 학생들의 전체적인 학교평가는 전반적으로 우수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사소통과 학과공부에 있어서 차별과 함께 몇가지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그 가운데 공통적으로 꼽은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문제였다. 중국 길림농업과학기술대에서 전북대를 찾은 교환학생 서정씨는 "솔직히 수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수업이 끝나고 한국인 친구가 문법이나 해석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서정씨는 현재 한·중 통역사가 되기 위해 현재 전북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고급반을 수강중이다.

카자흐스탄 유학생 나제즈다 하가이씨(전북대 무역 석사과정)도 "전공수업을 듣다보면 교수님의 한국말이 너무 빠르다"며 "한국어가 어려워 전공 수업을 들을 때마다 많은 부담을 느낀다"고 같은 고충을 털어놨다.

심지어 중국 출신의 A씨는 "교수님 강의를 이해하기 어려워 한국어 교재를 보고 공부하려 했지만 그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며 "중국어로 된 전공 책으로 공부했지만 이조차 한국의 책과 내용이 달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은 인간관계 면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중국 유학생 A씨는 학과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학과 학생들이 A씨에게 학과 정보조차 제공해 주지 않았고, 길을 걷다 마주친 어느 학생이 학과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학과 체육대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일 유학생 B씨는 전북대앞 구정문(알림의 거리)를 나갈 때면 외국인이라는 수근거림이 불편했다고 전했다. 석사과정의 중국 유학생 C씨도 '중국에 청바지가 있느냐, 물은 나오느냐' 등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C씨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각각 절반을 이루는 수업에서 한 한국인 학생이 휴강이 된 사실을 한국인 학생에게만 알리고 외국인 학생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며 "한국인 학생들은 아시아계 외국인들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 학생들만큼 정보력이 빠르지 않다. 학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선을 벗어나지 못한 제한적인 수준의 도움을 줘 토익이나 기본적인 스펙에 대한 지원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어 교육과 영어교육이 증가되고 외국인 학생들의 기초적인 실력향상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신설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학생들에 자극 받기도

그렇다면 전북지역 대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전북대 3학년인 지윤아씨는 "외국인 유학생과 팀이 돼 본적은 없지만 팀프로젝트가 점수로 연관되다 보니 아무래도 같은 팀이 안됐으면 하는 마음은 내심 있었다"며 "그럼에도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다보면 먼 나라까지 와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자극이 된다"고 밝혔다.

전북대 이성경씨도 "전공 수업에서 종종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는데 커리큘럼상 팀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때 외국인 유학생과는 같은 팀이 되지 않길 바란 적이 있다"면서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과 같은 팀이 된 적이 있는데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이해력이 다소 늦었던 것은 있지만 열심히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유학생들은 팀프로젝트에 참여 자체를 꺼리는 사례도 없지 않다는 게 한국 학생들의 귀띔이다.

원광대 3학년 엄소라씨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종종 보지만 주변에 한국학생과 외국인 학생간의 특별한 친분을 맺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는 외국인 유학생들.

같은 공간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지만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심지어 말 한마디 나누어 본 기억이 없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유학생들 '끼리끼리' 어울림 또한 조금은 자제해야 하겠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지나친 오해와 무관심을 개선하면서 다가가는 것도 '다름'을 인정하는 지성인의 진정한 자세가 아닐까. /이민주(전북대 신방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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