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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 대량 복제·소비 시대

▲ 정성엽 풍남문화법인 사무국장
요즘 각종 통신의 발달과 이동수단의 발달로 인해 사회,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대량으로 생산물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됐다. 이처럼 무작위로 쏟아지는 상품의 홍수 속에서 인기 상품의 대량 복제와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소비하는 기호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도 그만큼 다양하고 각 개인의 기호에 따른 취향도 천차만별이다.

 

문화 예술 분야도 다르지 않아서 대중예술의 경우에도 실시간 차트라던지 일일차트에서 순위가 공개되고 소비된다. 많은 창작자들의 열정과 노력의 산물인 작품이 매순간 인기와 판매순위를 매겨 그야말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무한 복제 및 소비에 따른 무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역으로 창작자들에게는 치열한 자기 고민과 발전이 요구되고 있다.

 

문화적으로 몇 가지 복제, 소비 사례들을 살펴보자.

 

#1. 요즘 서울시와 경남 진주시 간에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행사가 있다. 진주의 유등축제와 서울의 등축제가 컨셉과 내용 전시 작품 등에서 유사성을 보이고 심지어 같은 작품이 두 곳에 전시되어 있기도 했다. 진주시는 서울시에 여러 가지 경로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 2000년대 초반 전주시에서 시작했고 전주비빔밥축제 때 선보이고 있는 대형 비빔 용기에 비빔밥을 만들어 관객과 나누는 이벤트인 '대형 비빔 퍼포먼스'는 전북의 다른 축제에서도 차용하기도 하지만 전국적으로도 많은 행사와 축제에서 차용되어 이벤트로 진행되어 진다.

 

#3. 전주 영화의거리에 가면 야간 경관으로 루미나리에 조명등이 반짝인다. 어느 도시에서 처음 시작했는지 잘은 모르지만 지금은 전국의 도시 밤거리에는 루미나리에가 반짝이고 있다. 위의 사례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찾을 수 있다.

 

예전과 다르게 지방 자치가 활성화되고 통신의 발달로 인해 정보 취득이 쉬워지고 선진지 견학 등으로 쉽게 차용이 가능하게 되면서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 대량으로 복제되고 소비되는 요즘의 트렌드가 형성됐다. 개인 창작자들은 지적재산권 개념과 법률이 보호하고 있고 차츰 인식이 확장되고 있으나 축제와 같이 공공의 문화활동에 대한 보호 장치는 아직까지 요원하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내놨을 축제의 콘텐츠가 이쪽저쪽에서 베끼기를 계속해 엇비슷한 콘텐츠처럼 보이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현실 인식의 바탕 위에 지역의 문화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를 위해 축제 담당자들의 한층 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자산이 지역 경쟁력이 되도록 지자체도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사항은 정비하고 지적 재산권 등록이 필요한 사항은 서둘러 등록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문화기획자들과 정부·지자체는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 자원을 발굴, 개발하고 보존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문화는 모방에서 시작하여 창조로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예술작품이나 문화 활동이 모방 수준을 넘어 창조적으로 탄생하는 산물이 되어야 비로소 완성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지역의 문화 활동이 지역의 역사 문화적 고유성과 변별력의 바탕위에 창조되기를 바라본다.

 

△ 정 국장은 익산문화재단 이사와 전주 비빕밥축제 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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