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은 고유의 억양을 사용하며 현대에는 쓰이지 않는 단어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왕과 신하들이 극명하게 대치하거나 국정이 위태로울 때 신하들이 왕을 향하여 자주 외치는 대사가 있다. "전하, 종묘사직이 위태롭습니다!" 이렇게 울부 짖으며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한다.
'종묘사직'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중요시 여기는 것일까? 종묘사직은 종묘와 사직을 일컫는 말로써, 종묘(宗廟)는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며, 사직(社稷)은 토지의 신 '사(社)'와 곡신의 신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던 재단을 이름이다. 즉, 종묘사직이 위태롭다는 말은 국가의 정통과 권위, 근간이 흔들리며 위태롭다는 말인 것이다.
종묘는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서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며, 이 곳에서 거행되었던 제례를 '종묘제례(宗廟祭禮)'라고 하며, 제사를 드릴 때 의식을 장엄하게 치르기 위하여 연주하는 기악과 노래, 춤을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이라한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와 제1호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으며,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걸작으로 등재되어 우리 뿐 아니라 세계인이 함께 보존하고 공유하고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이다.
종묘제례악은 조선 세종때 궁중희례연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보태평(保太平)과 정대업(定大業)에 연원을 두고 있으며, 세조10년(1464) 제례에 필요한 악곡이 첨가되면서 종묘제례악으로 정식 채택되었다. 종묘제례악은 이후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약화되었으나 광해군때 점차 복구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이 역대 국가 통치자들의 국가의 안녕과 통치기반의 정신적 근간을 제공하는 국가적 행사였다면, 불교를 중심으로 일반인들이 극락왕생을 꿈꾸며 행하였던 의식이 있었으니 바로 '영산재(靈山齋,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다. 영산재는 49재(사람이 죽은지 49일째 되는 날에 지내는 제사)의 한 형태로, 영혼이 불교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하는 의식이다.
석가가 영취산에서 행한 설법회상인 영산회상을 오늘날에 재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불교 천도의례 중 대표적인 제사로 일명 '영산작법'이라고도 한다.
영산재는 제단이 만들어지는 곳을 상징화하기 위해 야외에 영산회상도를 내다 거는 것을 시작으로 행렬의식과 악기들의 연주, 그리고 바라춤·나비춤·법고춤 등을 추며 예를 갖추어 개인의 소망과 영혼의 안식,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린다.
이렇게 종묘제례악과 영산재는 각각 그 대상과 양식은 다르지만 조상과 선대를 공경하는 지극한 존경의 마음을 제례(制禮)라는 경건하고 엄중한 형식과 과정을 통해 후대와 후손들을 정신적으로 결집시키면서 정신문화의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살아 숨 쉬는 '현재 진행형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것이 더욱 그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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