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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노인보호구역' 도내 현황과 문제점] '실버존' 22곳 지정해 놓고 6곳만 교통안전시설 설치

홍보 부족해 운전자들 30km 제한속도 무시 밥먹듯 / 지자체 단속 뒷짐… 스쿨존 위반자만 가중처벌 문제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은 도로교통법 제12조 및 12조의 2의 규정에 근거를 둔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규칙'에 따라 설치되고 있다.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노인주거복지시설, 노인의료복지시설, 노인여가복지시설을 비롯해서 자연공원, 도시공원, 생활체육시설 주변도로 중 교통량이 많고 노인의 왕래가 잦아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은 도로에 설치하도록 돼있다.

노인보호구역은 어린이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운행속도를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할 수 있고, 주·정차를 금지한다. 건널목 보행 시간도 노인들의 걸음속도에 맞춰 1m/s에서 0.8m/s로 조정할 수 있다. 또 노인보호구역 통합표지판과 과속방지턱, 미끄럼 방지시설, 방호울타리 등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노인보호구역 안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범칙금이나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노인보호구역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노인보호구역 실태를 점검해봤다.

 

△노인보호구역은 무용지물?

 

이달 12일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까지 지켜 본 전주 덕진노인복지관 정문 앞. 승용차, 트럭, 승합차, 택시 등 다양한 차량들이 제한 속도 30km 라고 쓰인 노면표지가 무색할 정도로 씽씽 달렸다. 정문 서쪽 100여 m 지점 도로면에 표시된 노인보호구역 표시는 페인트가 벗겨져 잘 보이지도 않았다. 높게 세워진 노인보호구역 통합표지판엔 '속도를 줄여주세요' 라는 작은 글자 외에 30km 제한 표시도 없고 크기도 작아서 주의를 끌기에 미흡했다.

 

이어 이달 14일 오전 10시. 노인복지관을 두 곳이나 이용하는 정모씨(80·전주시 진북동)는 매 주마다 승용차로 오는데 이곳이 노인보호구역이라는 걸 몰랐다며 계면쩍어 했다. 다른 차량들도 노인보호구역의 제한 속도를 의식하지 않고 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오후 4시 전주양지노인복지관 앞 노인보호구역. 어린이보호구역과 연이어 있고 노인보호 노면표지, 컬러아스콘 포장, 노인보호구역 표지판 부착, 주정차 금지표지판 등이 갖춰져 있는데도 승용차, 트럭 등 다섯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이곳 역시 30km 제한 속도를 지키면서 달리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양지노인복지관의 경우처럼 학교와 노인복지관이 연이어 있어서 어린이·노인보호구역이 겹치거나 어린이보호구역에 노인보호구역이 바로 이어지는 직선도로는 굳이 어린이보호구역 해제 표시판이 필요 없는데도 형식적으로 매달려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노인보호구역 실태

 

전북도 내에 노인복지시설은 3230여 개소가 있고, 이 가운데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2개소, 필요한 시설이 설치된 곳은 6개소로 파악됐다. 지난 해 6월 기준 전국적으로 노인보호구역은 566곳이 지정됐고, 생활체육시설 및 공원에 노인보호구역이 지정된 곳은 광주와 충남 등 10곳이다.

 

전북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도내에 '실버존'을 현재까지 지정한 곳은 22곳으로 이 중 설치가 완료된 곳은 전주 덕진노인복지관 등 6개소로 파악됐다. 그나마 설치된 곳마저 시설 미비, 규정 미준수, 홍보부족으로 실버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인보호구역 설치도 극히 부진하다. 그 이유는 지자체에서 국비와 지방비를 각각 50%씩 부담해서 설치하려고 하는데 국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이를 핑계로 노인보호구역설치를 아예 방치하거나 설치를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노인보호구역 통합표지판의 크기와 내용도 제각각이고 노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문제다.

 

△노인보호구역 대책은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하고 교통안전표지판을 설치한다고 해서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현재 노인보호구역 위반 운전자는 일반 지역과 동일한 범칙금,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어린이보호구역 위반 경우처럼 가중처벌 등 법적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 시행규칙은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이 통합돼 있는데, 어린이보호구역 위반자에게만 범칙금 가중처벌 규정을 둔 것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노인교통사고 사망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인보호구역 설치 목적과 운전자 주의사항에 대한 교통안전교육 강화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예산타령만 하지 말고 노인보호구역을 필요한 곳 모두 지정·설치해서 교통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 및 공무원 인력부족으로 노인보호구역 위반차량 단속이 어렵다면 속도 및 주정차 단속 무인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시설책임자가 보호지역 관리나 주정차 공간 부족 등 제약요인이 뒤따른다는 이유로 보호구역 신청을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면 국민권익위의 권고안처럼 일정 수 이상의 주민이나 학부모, 시설 이용자도 노인보호구역 설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실버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 지역별로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드는 설치비를 안전행정부에 예산요구를 강력하게 했다"며"연차적으로 안전시설물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이정상 부장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 실시, 안전한 노인보행환경 갖춰야"

"노인보호구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인 만큼 노인교통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고 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처럼 교통통합표지판과 안전시설,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접 단속을 강화함은 물론 홍보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죠. 노인교통사고가 없어질 때 교통문화의 선진화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늦가을 햇살이 창살 틈새까지 스며든 이달 15일 오후 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지부장 이건호) 이정상 부장을 만났다. 마침 외부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부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통사고율이 내려가고 있는데 유독 노인교통사고율이 높아지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부장은 "자동차생활이 대중화된 지 얼마 안돼서 운전자나 보행자나 자동차 통행의 위험 행동을 위험한지 모르는데서 오는 결과"라며"노인 활동 인구의 증가와 노인의 신체기능저하로 신속한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부장은 "노인의 특성과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위해 노인명예교사를 위촉, 노인정 등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과 어르신 전자교육을 실시한다"며"3시간의 교육 이수시 자동차보험료 5%할인 혜택을 받도록 추진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노인교통사고의 70% 정도가 보행 중 사고라고 지적한 이 부장은 "노인보호구역 및 보행우선구역의 확대와 더불어 노인보호구역 등 노인보행자가 많은 곳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노인을 보호하는 운전을 해야 한다"며"노인들은 꼭 횡단보도를 이용하고 도로 중앙에 서 있지 말아야 하며, 밤에는 밝은 색 옷을 입고 야광지팡이나 모자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의 도로사정과 관련 법 규정도 선진국 수준이지만 이웃나라처럼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특별 교육과 검사 실시, 노인운전자 차량 위협 또는 부당 추월자에게 벌점 및 벌금 부과 등 의 시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 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노인보행속도를 고려한 녹색신호주기 조정, 교통섬 설치 확대 등 보행자 우선 교통안전시설과 시책 추진, 교통안전 사회교육과 대국민 홍보활동을 꾸준히 강화하는 관련 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노인, 어린이, 장애인을 교통 약자라고 하는데 성숙한 사회일수록 약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이 높다"며"노인보호구역 지정, 교통안전표지시설의 완비와 함께 노인보행자가 나의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어르신들이 도로를 걷거나 횡단할 때 안전한 노인보행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정모(전북실버뉴스센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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