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몸 망쳐가며 노는 모임은 그만
원래 우리에게는 망년회라는 말이 다른 뜻으로 쓰였다. ‘망년(忘年)이란 ‘나이(歲)를 잊는다.’는 뜻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그 사람의 재주나 인품을 보고 사람 사귀는 것을 ‘망년지교(忘年之交)’라 했다. 언제부턴가 정확한 시작인지 모를 이 망년회는 명백하게 일본 식민지 시대 산물이다. 일본에서는 천여 년 전부터 망년 또는 연망(年忘)이라 하여 섣달 그믐날 즈음에 친족, 친지들이 모여 술과 춤으로 흥청대는 세시 풍속이 있었으며 이것이 망년회의 뿌리가 됐다고 한다. 그들의 풍습이 자연히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풍습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수세(守歲)라 하여 섣달 그믐날이면 온 집안에 불을 켜놓고 조상신의 하강을 경건하게 기다리는 성스러운 밤이었다. 조상신이 일 년 내내 집안사람들의 행실을 지켜보았다가 섣달 스무 나흗날 승천해 옥황상제에게 고하고 이날 밤에 하강하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따라서 연말은 일 년 동안 자신의 처신에 대한 심판을 두려워하며 그 처분을 기다리는 엄숙한 시간였으며 경건한 가운데 한 해를 돌아보며 자기 반성을 하는 흥청거림과는 거리가 먼 시간였던 것이다.
힘겹게 이끌어왔던 한해를 같이 돌아보며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다음해를 다짐하는 의미로 변화된 송년회는 그 이름의 변화로 인해 일제시대 잔물을 떨쳐내었고, 새로 부여되거나 우리 고유의식이 지녔던 의미를 되새기는 변화를 보여 이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긍정요소를 품게 됐었다 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술집에서 시작해 망년에만 치중하는 모임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이에 새로운 송년회 모델을 제시하고 한다. 영화관이나 공연장, 전시장, 실내 골프장, 볼링장, 탁구장 등의 티켓을 끊고 그 시간 전·후로 주변의 음식점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문화나 레저 활동을 하고 나서 그 소감을 피력하는 자리로 이어가자. 그것이 술집이어도 좋고 찻집이어도 좋을 것이다. 이어서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설계하고 다짐하는 귀한 자리를 이어간다면 충만한 감동과 자기만족을 얻고 오늘과 내일을 돌아보고 계획하는 일석삼조의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문화·레저 활동하며 송년·신년 맞이
많은 사람들이 한숨을 쉬는 연말이다. 택시와 대리운전자는 손님이 없다 하고 음식점도, 심지어 술집마저 연말 대목과는 상관없는 오늘의 송년 분위기에 우울해 한다. 절제 속에 건전하게, 하지만 소비가 이루어지는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치르는 송년모임으로 이들의 한숨이 바쁜 손님맞이에 가쁜 숨으로 바뀌게 하고, 본인들도 뿌듯한 새로운 송년 문화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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