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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축구 건강 노년 '새만금장수축구진흥회'

선수·교사·사업가 출신 등 70·80대 회원 31명 / 매주 2일 2시간씩 연습…다른 팀과 친선경기도 / 젊은이 못지않은 승부욕, 전국대회 준우승 기염

▲ 지난 4일 전주덕진체련공원 축구장에서 새만금장수축구진흥회 소속 회원들이 둥글게 모여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간다 간다”, “빨리 빨리”, “주고~ 주고~”, “놔놔놔놔놔!”, “나와서 받아라~”

 

입춘을 맞은 지난 4일 오후 전주덕진체련공원 축구장. 수은주는 영하 2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찬바람이 넘나드는 운동장의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10도에 달했다. 모처럼만의 추위다. 그러나 피끓는 70, 80대 청춘들에게 이정도 날씨는 추위도 아니었다.

 

새만금장수축구진흥회(회장 김대원) 회원들이다. 중앙에 있는 (사)장수축구진흥회 산하의 전북 전주팀이다. 만70세 이상의 회원 3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80대도 3명이 끼어 있다.

 

과거 경력과 직업은 다양하다. 중고등학교부터 축구선수를 한 엘리트 체육 출신도 있고, 교사나 사업가, 언론인 등 생활체육으로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엘리트 체육 출신과 생활체육 출신이 절반씩 정도라고 보면 된다.

▲ 회원들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습.

백정기 부회장(74)은 전주공고에서 10년 등 20여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으며, 전주공고 감독 시절에는 82년 KBS배 우승, 87년 청룡기 준우승, 88년 부산일보배 준우승을 일궈낸 경력이 있다. 현재 한국OB중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60대 OB팀과도 함께 자주 운동을 즐긴다. 60대 OB팀 소속 시절인 2005년에는 한국OB 전국 지회대회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는 그는 “운동장에서 과거의 제자들을 가끔 만난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며 “이제는 제자라고 할 수는 없으며 후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송태씨(74)는 64년 육군축구단에서 제대한 뒤 현재 수원삼성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실업팀 제일모직에서 10여년 활약했다. 전북대 감독을 거쳐 은퇴한 뒤 현재까지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지도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축구를 즐기는 가운데 소질이 개발되고, 그 중에서 엘리트 선수들이 발굴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엘리트와 생활체육 출신들이 이처럼 함께 운동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둥근 축구공에 대한 열정이 모두 똑같기 때문이다. 단지 공이 좋아서 함께 모였고, 함께 운동하다보니 보약이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 2시간씩 운동을 해도 지치는 줄 모른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나와서 과격한 운동을 하면 가족들이 부상 등을 걱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대원 회장은 “오랫동안 함께 운동해왔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 다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운동이 시작되자 승부욕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반바지 차림으로 운동에 나서는가 하면 거센 입김을 내뿜으며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60대 OB팀 김종수씨(전 전주시축구협회 전무)는 “연세가 드셨어도 운동 욕심들은 대단히 많으시다. 나오시는 분들은 한분도 빠짐없이 모두 운동을 하고 가신다. 한 분이라도 빠지면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이 팀의 운동시간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3시부터(여름철에는 5시부터) 2시간 동안이다. 그러나 시간에 맞춰 운동장에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30분 일찍 나와서 준비를 한다. 함께 러닝도 하고 스트레칭을 한 뒤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은 25분씩 3개 쿼터로 나눠서 한다. 그래야 모든 사람이 빠짐없이 참여할 수 있다. 때로는 여성축구팀인 온고을이나 교차로 등과 친선경기를 갖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회원들이 빠짐없이 1년 365일을 쉬지 않고 노력한 결과 2012년에는 장수축구진흥회가 주최한 전국 대회에서 준우승도 차지하기도 했다.

▲ 경기에 앞서 악수를 하는 모습. 입춘 한파 속에서도 반바지를 입은 회원들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이다. 정송태씨는 “이제는 승부보다는 몸에 맞는 축구, 즐기는 축구, 흥미위주의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이날 운동에 앞서 돼지머리와 시루떡을 놓고 정성을 다해 안전기원제를 지낸 것도 바로 건강과 안녕에 대한 바람 때문일 것이다.

 

반짝 추위로 온 대지가 움츠러든 입춘일, 추위를 모르는 70~80대 청년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봄이 와있었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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