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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대학경영을 생각할 때

대학도 성장서 성숙으로, 빠른 변화서 바른 변화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 이남호 전북대 교수
전라북도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라북도의 인구는 1960년대 이래로 계속 줄어 2014년 현재 187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경제성장률도 2012년에는 마이너스(-0.6%)를 기록했고 통계청 자료에 의거한 2013년도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25.7%로 전국평균 51.1%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개인소득에서도 1315만 원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식동력의 기반이 되는 대학의 사정도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다. 우선 학령인구의 전국적인 감소에 따라서 2018년에는 고교 졸업자수가 대학의 정원보다 적은 역전 현상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대학의 재정확보와 관련된 국가의 지원은 선별적으로 이루어지고 등록금의 충원도 반값등록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그 어려움은 배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빛은 분명히 있다. 우리 지역의 긍정적인 인프라 자원으로 흔히 수려하고 청정한 경관생태자원,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고유의 문화자산을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밝은 미래의 시작은 숨겨져 있는 지식기반 사업의 확충에서 그 빛을 밝힐 수 있다. 본인이 속한 전북대학교의 경우 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해 무려 3만 가족이 상주하고 있고, 캠퍼스 또한 전주를 비롯하여 익산, 군산 오식도, 완주 봉동과 이서, 고창, 정읍 등 거의 전라북도 전역에 분포해 있는 등 우리 지역의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대학에 대한 생각은 교육과 연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잘 가르치고 열심히 연구하는 것이 대학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옳은 말이고 이 가치의 중요성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이 하나 더 생각해야 될 부분은 ‘경영’이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경영’ 운운하는 것에 대하여 폄하하거나 부적절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성의 최고상이라고 할 수 있는 노벨상을 수 없이 배출하는 미국의 아이비리그(IVY League), 영국의 옥스브리지(Oxbridge)의 경우에도 경영은 대학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물론 대학의 경영과 일반 기업의 경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은 학생과 교수와 직원이 있고, 교육과 연구와 봉사가 있으며, 자연과 공학, 인문과 사회,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고 있는 점이다. 그래서 보다 넓게 받아들이고, 보다 멀리 바라보는 긴 호흡이 필요한 곳이고,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갓 입학한 대학생이 짧게는 4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공부하여 사회인이 되기까지엔 당장의 이익에 연연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기다리고 모색하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고 이를 보호해야 한다. 애초에 인간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실패도 성공도 골고루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주어진 틀로 교육을 하고 방향을 제시하면 결국은 그 이상의 인간을 기대할 수 없다.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혼불’의 가치를 알려주고 ‘백정기‘ 의사의 뜻에 감동을 받게 하고, 다문화의 가치와 이웃과의 나눔을 가르치는 것이 긴 호홉의 경영이다.

 

또한 대학은 섬처럼 고립되어 과거의 성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사람과 사람 기관과 기관을 소통하게 해주는 경영을 해야 한다. 전라북도의 무궁한 가치를 가진 녹색의 자연을 아름답게 그려주고 불러주는 이가 없다면 그것은 이질적인 아름다움으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지역에 기반을 둔 이른바 지역 기반형 사업은 전라북도와 대학이 공생과 공영 그리고 소통의 길을 가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경영은 하나가 이롭고 다른 하나는 이롭지 않은 것이 아니고 모두가 이로운 것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에 기반을 둔 대학의 경영은 일반적인 경영과는 다르다. 긴 호홉으로 숨겨진 미래의 보물을 발견하고 긴 호흡으로 막혀 있는 부분을 소통시켜주는 일을 하는 것이 지역과 사회를 위한 성숙한 대학경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도 이제 성장에서 성숙으로, 빠른 변화에서 바른 변화로, 그렇게 미래를 맞이할 새로운 준비를 할 때이다. 성장에는 멈춤이 있지만 성숙에는 멈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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