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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

▲ 이희정

드라이버로 공을 내려치는 순간

골퍼는 날아가는 공에서 자기를 본다

 

공이 날아가는 거리보다

눈으로 보는 거리가 더 멀고

 

잔디 위를 굴러가는 공보다 내가 먼저

홀 속으로 들어가 공을 기다린다

 

아슬아슬 홀을 빗나간 공이 있기에

골퍼는 또다시 완벽한 내일을 꿈꾼다

 

공이 어떻게 날아가는가,

홀이 어떻게 공을 받아들이는가를 알고

 

그 공 속에서 내 혼을 볼 때

나는 비로소 명 골퍼가 된다

 

 *이희정 시인은 2003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여름밤> 등 3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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