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막동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달 21∼22일 전북도청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한국과 중국학자들이 참석해 변산반도 해양제사 유적에 대한 의미와 세계유산적 가치에 대해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1992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수성당 일대에서 발굴된 이 유적은 한반도 최대의 제사유적으로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백제는 물론 중국과 일본, 가야지역 토기와 제기(祭器)들이 다량으로 출토돼 백제시대 이후 동아시아 해상문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더구나 이곳은 오늘날까지 제사의식이 행해지는 등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해양문화 경관을 간직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로 꼽힌다.
부안 죽막동 유적 세계유산적 가치
하지만 일반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역할을 했던 일본의 무나카타(宗像)·오키노시마(沖ノ島) 관련 유산군(遺産群)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고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된 것과 퍽 대조적이다. 이곳은 국책사업이자 전북도민들의 숙원인 새만금사업과 연계될 수 있는 보물 같은 자원인데도 너무 내방치다 시피했다. 전북은 이러한 유적을 널리 알리고 활용하는데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산업화에 뒤진데다 문화 발굴 및 활용에서도 뒤쳐져 안타깝다.
세계는 지금 문화전쟁 중이다. 세계적 권위를 가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등재될 경우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증가 등 경제적 이득과 교육적 사회적 환경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 못지않다.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역량을 총동원해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2014년 12월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은 161개국이 보유하고 있는 1007점이다. 이 중 이탈리아가 50점으로 가장 많고, 중국 47점, 스페인 44점, 독일 40점, 프랑스 39점 등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해인사장경판전을 시작으로 올해 등재된 남한산성까지 11점이다. 이와 함께 인류무형유산 17점, 세계기록유산 11점 등 모두 39점이 등재돼 있다. 국토면적이나 인구로 보면 우리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세계유산은 그 동안 유럽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었고, 최근 중국이 치고 올라가는 형세다. 반면 무형유산은 아시아국가가 초강세다. 특히 유네스코 유산의 세계적 가치에 뒤늦게 눈을 뜬 한국과 중국 일본 간 경쟁이 어느 나라보다 뜨겁다.
국가 간 경쟁 뿐 아니라 자치단체 간 경쟁도 마찬가지다. 등재로 인한 이익을 피부로 실감했기 때문에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다. 2000년 세계유산에 올린 고창 고인돌 유적의 경우 등재 당시 5만 명이던 관광객이 지난 해 4배가 넘는 21만 명으로 뛰어 올랐다. 창덕궁은 1997년 등재 당시 28만 명에서 올해 130만 명이 찾았다.
도내 문화유산 연구 지원·관심 절실
현재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14점, 자연유산 3점 등 17점이다. 이 가운데 전북과 관련된 유산은 익산역사유적지구와 서원(무성서원 등), 서남해안갯벌(고창 부안 등) 3점이다. 이와 함께 전북도에서 2007년부터 김제 벽골제와 부안 유천리도요지를 올렸으나 진전이 없고, 최근에 한옥 교회군을 추가했다. 지리산의 경우도 복합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 소설 춘향전, 태인 고현동향약, 무형유산으로 한지 등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전북이 추진하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경북의 동학기념물과 겹치거나 선수를 빼앗긴 느낌이다.
문제는 전북지역의 경우 기초연구가 전반적으로 미흡하고, 자치단체의 의지와 주민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전북도와 시군이 좀 더 전투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죽막동을 비롯한 전북의 유산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문화 전북’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