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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출신 정갑영 연세대 총장 "지방대학, 독특한 장점 살려 경쟁력 키워야"

▲ 연세대학교 역사상 첫 전북출신 총장인 정갑영 총장이 도전의 연속이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웃고 있다.

전북 출신 정갑영 연세대총장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진다.

 

오늘날 수많은 대학이 학생수 감소와 재정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연세대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국내는 물론 외국 대학들로부터도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1학년 입학생 전원을 인천 송도에 있는 기숙사에서 1년동안 생활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국내 어느 대학도 시도하지 못했던 과감한 혁신이었는데, 이게 대성공을 거두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의 학생들이 줄지어 연세대로 몰려들고 있다.

 

전북 출신 정갑영 연세대총장을 만나 오늘날 대학이 처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지역사회에서 대학이 갈 방향을 들어봤다.

 

-대학총장 부임 이후 달라진 모습과 지금까지 총장으로 재임하시면서 느낀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가 취임하던 2012년은 대선을 앞두고 반값등록금과 입학제도 등 대학정책과 관련된 논란이 격화됐고, 사립대학들은 자율성과 정체성 위기를 겪던 때 였습니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내 18만평의 간척지위에 신설 중이던 국제캠퍼스가 자칫하면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컸던게 사실입니다. 저는 이 국제캠퍼스가 영미권 명문대학들이 채택하고 있는 주거대학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어서 성공하리라 확신했는데 결과적으로 최고의 대박을 터뜨리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아시아 대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죠. 지난해 연세대는 THE(Times Higher Education) 평가에서 역사상 첫 80위권의 저명한 대학으로 선정됐고, 무려 103개국 학생들이 입학하는 곳으로 성장했습니다.”

 

-인천 송도에 운영중인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왜 1학년 전원이 1년동안 머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예일대나 옥스퍼드대 등 중세유럽의 전통을 이어받은 영미권의 유수 대학들은 기숙사 단위의 컬리지에 더 큰 소속감을 갖습니다. 우리나라 서원도 유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가 있어서 밤낮없이 학문을 연구하고, 스승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인품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은 단순히 취업을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에 불과한 경우가 많고 지식전달 기능만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송도캠퍼스를 마련해서 기숙사 대학을 실현했습니다. 서울 신촌캠퍼스가 약 30만평 가량되는데, 송도는 32만평이나 됩니다. 국제캠퍼스에는 약 5500명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생활공간과 첨단 교육시설이 갖춰져 있어 연세대 신입생 전원이 지성은 물론 강한 체력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문화예술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며 전인적인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꿈에 불과했지만, 국내 대학 중 맨 먼저 도전해서 성공하자 다른 대학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사고 있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윗의 경우를 볼까요. 양을 지키기위해 매일 사자나 곰과 싸우면서 갈고닦은 실력이 없었다면, 엘라 골짜기에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릴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정적인 기로에서 혼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연마하는 것이 우리 젊은이들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저 역시 첫번째 대학입시에서 실패했던 경험, 대학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장래가 불투명한 연구소로 이직했던 일, 아는 사람 한 명없는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경험이 있습니다. 각종 고비와 기로에서 좌절하거나 안전한 선택만 했더라면 저는 지금과 많이 달라진 삶을 살았겠죠. 도전과 실패, 고생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지방을 떠나려하고, 전국 지방대학은 앞다퉈서 수도권과 가까운 곳으로 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발전과 지역대학의 발전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유수의 대학에 뒤지지 않는 지방대학들이 많았으나 경제체제가 서울중심, 대기업 중심으로 옮겨지면서 우수 학생들도 지방대학을 외면하고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세계 100대 대학이 10개는 있어야 하는데 국내 종합대학 중 세계 100대 대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곳은 서울대 정도밖에 없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들이 더 관심을 가져줘야 합니다. 정부는 지역대학 중 경쟁력 있는 곳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지방대학을 육성한다고 화단에 물 주듯이 모든 대학에 공평하게 지원하면 효과가 없습니다. 지방대학 역시 독특한 장점을 살려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정부재정지원 평가에 따라 교육중심-연구중심-산학협력 중심을 시계추처럼 오갈 것이 아니라 자기 대학의 특성을 살려나가야 합니다.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의 색깔이 분명한 독특한 커리큘럼으로 승부해야 지역대학이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불우한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도와 지원이 필요하겠죠.”

 

● 정갑영 총장은 연세대 전북인 첫 총장, 삶도 대학경영도 '도전'

 

3선의 최규성 국회의원(김제-완주)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제가 배출한 사람 중 가장 성공한 사람 한명을 꼽는다면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라고 할수 있다”고 말했다.

 

130년의 연세대 역사상 전북 출신 첫 총장인 정갑영 총장(64)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지난해말 감사원은 혁신을 이끌어갈 감사혁신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정갑영 연세대 총장을 선임했다. 감사혁신위원회는 혁신과제를 발굴·제안하고 감사혁신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을 최종 심의·의결해 감사원장에게 건의하는 등 실질적으로 감사원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 수많은 대학총장 중 한 명에 불과할 텐데 왜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주목 받는 것일까.

 

호남 인맥이 취약한 연세대에서 정 총장은 일반의 예상을 깨고 첫 호남출신 총장이 됐다. 김제시 청하면 관상리에서 태어난 그는 전주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편안한 삶이 보장됐던 한국은행에 취직이 됐지만, 2년만에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전국에서 5명을 선발하는 경제학 분야 국비장학생에 뽑혔고, 곧바로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코넬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35세의 나이에 교수가 된 그는 경제학자로서 만족했으나, 2004년 교무처장에 발탁되면서 교육행정가로서 빼어난 수완을 발휘하게 된다. 2006년부터 강원도 원주캠퍼스 부총장을 맡은 그는 CEO로서의 자질을 맘껏 발휘했다. 그가 책임진 원주캠퍼스는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재단 이사회에서 선출해 전체 교직원들이 동의투표를 하는 총장 선출과정에서 정갑영 총장후보는 무려 87%의 득표력을 보였다. 연세대 역사상 총장 신임 투표로서는 최고의 득표율이었다.

 

고교시절 그는 문예반으로 활동했다. 전주고 동창인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을 만난 것도 바로 그 때였다. 쉽게 되리라 생각했던 연세대 시험에 떨어진 그는 재수를 해서 연세대에 들어갔다. 아내와 딸 셋도 모두 연세대 출신인데, 그것 하나만 봐도 가족들의 학교사랑을 짐작할만하다.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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