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서 볼 것은 출판인쇄문화의 정수인 ‘목판 10만장 수집 운동’을 2003년에 시작하여 작년 기준으로 6만5000여 책판을 모았다. 전국의 문중이나 서원에서 관리가 부실하거나 도난 염려 등 보관하기가 어려워 기탁 받은 국학 자료들이다. 안동에 있는 것도 아니고 각 처 문중이나 서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유교 관련 목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안동 답사 때 한국국학진흥원에 들러 관람하면서 전주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완판본 책들 다른 지역으로 유출
전주는 전라감영에서 판각했던 목판이 보존되어 있고 완판본을 만들었던 고장이 아니던가?
전주라는 지명의 브랜드로 만들어진 문화콘텐츠가 존재하고 기록문화로서 더 가치가 있는데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생각해 본다.
기록은 시간과 함께 퇴적되고 화석이 되어 역사로 만들어진다. 종이에 남겨진 기록과 금석에 새겨진 문자는 역사의 정사로서 증명이 되는 징표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화되어가는 추세에 기록문화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필자의 주변에도 개인이 수집한 고문서, 사진첩, 희귀본 등 지역문화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얼마 전에 퇴임한 지인과 담소를 나눈 적이 있었다. 지인께서 평생 동안 모은 지역문화 자료를 서울 모 박물관에서 구입하려고 의사타진을 했었다고 한다.
선배는 “돈의 가치를 떠나 우리지역 문화재가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면서 “소장 자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누구든지 자료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지불하면 넘겨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주를 중심으로 전라도 지방에서 출판한 완판본의 경우 많은 책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었다. 국내에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조사에 의하면 해방 후 전주에서 유출된 다량의 완판본이 서울 김삼불 교수 집에 보관 되어 있었는데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소실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아픈 사건이다. 종이책은 개인이 보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고인의 유품을 자식들이 보존하는 경우도 있지만 멸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도 우리지역의 많은 자료들이 없어지면서 역사도 지워지고 있다.
최근 서울에도 기록문화전시관을 준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지역도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자료 수집 등 우리 것 찾기에 나설 때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주는 한국의 기록문화를 대표하는 성지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기록문화전시관이 전주에 세워진다면 개인 소장본은 기탁을 하여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고 관에서는 소장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남아있는 기록 없어지기 전에 대책을
관에서는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분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다하여 더 이상 자료가 외부로 유출 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록문화전시관에는 책, 문서, 사진, 영상 등 우리 지역의 총체적인 기록이 담겨져야 한다. 마을의 역사는 대를 이어 터를 잡고 살았던 노인이 잘 안다. 노인의 구술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마을의 역사가 되고 설화가 되는 것이다. 기록으로 남겨 놓지 않고 노인이 돌아가시면 역사도 묻혀버린다.
생존해 있을 때 기록을 남겨 놓는 작업은 여러 분야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지금도 대학이나 연구 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병행해서 그 기록된 자료를 모아 전시할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지역의 자료는 우리가 챙겨야한다. 기록의 보존은 절실한 문제이다. 남아 있는 기록마저 없어지기 전에 대책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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