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경칩무렵

안성덕

산수유나무 가지 끝에

 

콕콕 쪼아놓은 부리 자국이 나 있다

 

연이틀 내리던 비 그치자

 

졸졸졸 개울물 소리가 가려운지

 

버들개지도 귀이개를 부풀린다

 

촐랑대는 검둥개를 앞세워

 

어머니는 뒤꼍 무구덩이를 헤치고

 

겨우내 마른기침이 잦던 텃밭의 늙은 아버지

 

모처럼 환하다

 

자가웃 소낙눈에 발목 잡혔다는 대관령 너머로

 

고춧대 콩대 호박넝쿨 그러모아, 한나절

 

봉홧불을 피워 올린다

 

바람 편에 들은 아랫녘 꽃사태를 전한다

 

논두렁 검불 속에서 어머니

 

한 움큼 냉이를 캔다

 

 

△시가 봄을 초대한다. 아직 꽃사태를 전하는 봄바람은 아니어도 목을 감싸던 털목도리를 잊고 외출한다. 콕콕 쪼아놓은 부리 자국에서 연둣빛 생명이 바깥세상을 염탐하는 걸 보니 산수유나무가 일을 낼 것 같다.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도 봄꽃이다.

 

작품 감상=이소애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 합동 연설회..."내가 적임자" 주말 대격돌

장수장수군정 ‘성과 vs 변화’ 맞대결…최훈식·양성빈 ‘비전 격돌’

경제일반[주간 증시전망] 전쟁여파로 국방수요 확대될 듯

오피니언[사설] 웅치전적지 성역화 사업 ‘적극행정’을

오피니언[사설] 복잡한 선관위 후보조회시스템 개편 ‘마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