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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대, 예술가의 도전과 응전

▲ 박재천 전주소리축제 집행위원장

요 근래 음악관련 심사와 예산을 배정하는 일, 축제 전체 예산을 편성하고 출연료를 정하는 일들을 하며 느끼는 것은 기획자, 음악가들이 ‘음악’을 이야기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화의 80퍼센트 이상은 ‘돈’에 관한 이야기다.

 

축제 준비 때‘음악’ 보다 ‘돈’만 얘기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는 ‘자본주의는 적극적인 자유를 증대시켜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아를 성장시키는데 막대한 공헌을 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본주의 시대는 스스로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과거 어느 시절에도 음악가는 돈을 움켜쥐고 예술 행위를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이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예술가가 준비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통음악은 ‘전통’이 지닌 수많은 패러다임들로부터 발목을 잡혀 발전하려하지 않았다. 곳곳에서 애를 쓰고 있지만 이 시대의 판을 바꿀만한 혁신적인 무언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비슷비슷한, ‘누구와 같은 것’들만 난무하는 가운데 방향을 잡지 못했다.

 

판소리를 이야기할 때 나는 ‘동편제의 송홍록’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송홍록의 동편제’, ‘박유전의 서편제’, ‘염계달의 중고제’ 또는 ‘동초 김연수 바디’라고 표현한다. 산조에서도 정남희, 최옥삼, 강태홍, 김병호, 김주파, 김윤덕 외에 많은 선조들이 ‘자기만의 류’를 개척했다.

 

쿠바의 전통 룸바리듬은 1940년대 뉴욕의 영향과 많은 여타 장르와 만나 맘보와 차차차라는 새로운 장르로 탄생했다. 미국의 재즈는 통상적으로 ‘루이 암스트롱부터’라고 이야기하지만 수많은 개성시대, 명인시대를 거치며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퓨전 재즈 창시했다. 일본은 ‘노’와 ‘가부끼’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지만 2차 대전 후 ‘히지기타 아쓰미’, ‘오노 가즈오’에 의해 ‘부또’라는 새로운 예술장르를 탄생시켰다. 300년간 지속된 유럽의 평균율 음악은 베토벤, 모차르트의 소나타 형식이 너무나도 완벽해 인류의 음악이 150년 동안 발달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작곡가들이 애를 쓴 결과 쉔베르크는 12음 기법을 탄생시켜 평균율의 음계를 깨뜨렸다. 한국에서는 1978년 남사당의 후예들-김용배, 이광수, 김덕수, 최종실 이 네 젊은이들이 풍물을 넘어 사물놀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예술은 늘 고통 속에서, 전통의 장르를 뛰어넘어 또 다른 장르를 개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음악 행위란 창작 행위다. 한나라와 민족의 음악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유지, 보존되는 것은, 그 시대에 피 끓는 노력을 했던 선조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 힘을 이어받아 더 큰 짐을 지고 선조들보다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주저하지 마라. 스스로의 음악이 ‘전통’인가 ‘민속’인가 ‘국악’인 것인가는 염두에 두지 마라. 새로운 창작의 음악들, 그것은 원근법의 문제다. 시간과 작품이 스스로 증명해 낼 것이다. 누구도 당신의 음악에 대해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창작 위해 조금 더 애쓰기를

 

현 시대 다수의 예술가들은 봉건주의를 타파한 자본주의 시대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술가들이 봉건적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본다.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우리 선조들처럼 자신만의 ‘제’와 ‘류’를 만들겠다는 정도의 각오로 임해 달라는 부탁이다. 이것이 선조들에 대한 보답이자 경제적인 어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오직 단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애쓰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축제에서도 여러분들의 새로운 음악을 기다리며 더 창의적인, 더 농도 깊은 연주를 기다리고 있겠다. 이 시대를 같이 넘자.

 

△박재천 위원장은 중앙대 작곡과를 졸업했고 한국장단 드럼 연주법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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