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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신적 함정, 문화제국주의와 탐욕

▲ 정정숙 한국문화기획평가연구소장

문화영역도 공적개발원조(ODA)사업에서 비록 적은 건수와 적은 예산이긴 하지만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2017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할 ODA 사업 건수는 우리나라 전체 무상원조 사업 건수인 1166건 중 23건으로 1.97%를 차지한다. 아쉽게도 2%가 채 안 된다. 사업예산은 무상원조 총액 1조 6005억 중 212억으로 1.3%에 해당한다. 눈치채셨겠지만 사업 건수보다 예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소액 다건 방식으로 사업이 수행될 예정이다.

 

공적개발원조 중 문화사업도 한몫

 

문화영역의 ODA는 개도국 주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농업용 기계를 보급하듯이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민속공예품을 생산하여 유통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한 우물을 파서 식수를 공급하고, 도로를 건설해주고, 보건소를 지어 위생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처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관심을 끌게 해주며, 책을 읽을 작은 도서관도 건립해준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문화계 내·외부 인사들은 머뭇거림 없이 으레 두 가지 질문한다.

첫째,

“개도국 주민들도 그들 고유의 생활양식과 문화가 있다. 따라서 우리의 문화를 보급하는 것은 문화제국주의적 침투가 아닐까?” 라는 염려이다.

둘째,

“우리의 문화 수준이 아직 높지 않고, 우리 국민도 문화 향유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형편에 개도국에 제공할 문화가 과연 있는가? 우리 내부의 문화권 향유 격차를 줄이는데 오히려 공공예산을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개도국 주민들의 문화권 향유를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격에 안 맞는 위선적 활동이 아닐까?”라는 비판적 문제 제기다.

문화제국주의적 침투는 19세기부터 식민지 지배를 해 온 공여국들이 문화진화론을 앞세워 문화 지배적 식민동화정책으로 식민지국 주민들을 억압하던 시대에 본격화되었다. 문화제국주의라는 쓰나미가 지구 곳곳을 강타했다. 우리도 우리 언어와 문화를 강제로 잃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 언어와 문화를 되찾기 위하여 죽음도 불사했었다. 타 국가의 문화를 찬탈했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역사적 행태들은 오늘날 새로운 형태로 스멀스멀 우리 주변을 맴돈다. 우리가 이런 문화제국주의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을까? 문화찬탈을 당할 때의 고통을 아는 우리는 문화찬탈을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

문화 ODA는 그들의 문화 고유성을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이 있다.

 

상대 문화고유성 보존 활용할 수 있게

 

한편 우리 문화 수준이 절대적 수준의 최고조에 달할 때까지 개도국을 돕는 일을 미루는 것이 합리적인가? 문화적으로 최고 수준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문화권을 누리고 있다면, 또한 공여국의 지원으로 최빈국을 탈피하고 신생 공여국이 된 우리라면,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문화적, 물질적으로 최고 수준을 누릴 때까지 지구촌 형제자매들의 문화권 지원에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주변의 약자들과 정신·물질적으로 나누기보다 자신만의 더 큰 만족을 위해 주변에 무관심한 탐욕의 함정은 문화제국주의만큼 위험하다. 적어도 위선은 아니지만 인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개도국 주민들이 고유한 문화를 보존하고 활용하여 정신·경제적 풍요를 맛보도록 우리의 문화영역 ODA 사업을 지지하면서, 일상적으로 감사와 나눔의 우물을 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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