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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의 역사·문화정책으로

▲ 함한희 전북대 교수

문화나 역사에서 사람이 빠지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사람들의 움직임과 정신이 포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 지역의 문화정책에서는 혹시 ‘사람’ 대신 역사의 유적·유물만을 중시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문화 대신에 보여주기 좋은 명품이나 공연, 관 주도 축제나 문화공간 만들기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본다.

 

기능·실리 추구하는 이들의 무지함

 

전주에는 자만동, 옥류동이라고 부르던 유서 깊은 동네가 있다. 승암산을 뒤로 하고 전주 천을 끼고 발달한 이곳은 전주의 탯자리나 다름없다. 후백제 이래 治者들의 흔적으로부터 근세를 힘겹게 산 사람들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래서 일제가 이곳을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이다. 이곳에는 일제에 맞서 목숨을 내놓고 싸운 결연한 정신의 지도자였던 최병심 선생을 비롯한 많은 유학자들의 얼이 아직도 곳곳에 서려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복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은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최근에는 이 마을 곳곳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선조들의 얼을 기리기는커녕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어느 도시에서라도 만날 수 있는 요란한 벽화로 덮여 버렸다. 그 벽화를 그린 이들이나 주민들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역사와 문화 보다는 기능과 실리를 추구하는 이들의 무지함, 행정부처의 무심함을 탓하고 싶다.

 

안동은 전주와 자매도시이며, 전통문화를 내세워서 문화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다른 점은 사람에 초점을 둔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안동시의 홈페이지를 가면 60명 선인들의 행적을 문화·관광 란에 올려 두었다. 경상북도청에는 1,692명이 역사 인물로 올라와 있다. 그런데, 전주시와 전라북도 홈페이지에는 역사인물란이 없다.

 

지역 곳곳에 숨어 있는 자랑스러운 선조들을 기리는 일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몫이다. 높은 관직에 올랐던 이들, 위대한 학자만을 내세우는 역사 인물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지평을 넓혀서 지역을 위해 몸 바친 선조들을 하루 속히 발굴해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연간 오백만명이 다녀간다는 한옥마을 안에도 숭고한 정신을 가지고 나라와 지역을 위해 살았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난진이퇴(難進易退)의 청백리 목산으로부터 일제시기 서슬 퍼런 기개로 오목대를 지킨 남강, 왜경이 놓은 화염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금재, 향교를 사수한 고재와 면와, 한묵회를 이끌고 서예의 산실이 된 효산 등이 남긴 이야기는 대대손손 이어가야할 소중한 역사이다. 이들의 행적과 정신을 후손들에게 교육시켜서 지역사를 일깨우게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젊은 청소년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구체적인 역사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한다.

 

자랑스러운 선조들 기리는 일 우리 몫

 

최근에 영남이나 안동이 양반문화의 산실로 비추어지고 있는 바 이는 현대의 역사가 및 정치·행정가들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을 빛낸 인물 1,700여명을 발굴해서 도청 홈페이지에까지 올려두고 주민들, 관광객들, 어린 학생들에게 알리는 그런 노력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과거에 아무리 유력한 고장이나 집안이었다고 하더라도 현대를 사는 후손들이 그러한 의식이나 노력이 없으면 역사와 문화는 쉽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마련이다.

 

사람 중심의 역사와 문화가 발굴되고, 기록되며, 그것을 바탕으로 후세들을 교육시키는 그런 역사문화 정책이 세워지기를 정유년 새해 소망으로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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