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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느낌

▲ 이승수 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봄꽃 잔치가 한창이다. 찰칵찰칵 꽃망울 터지는 소리에 마음이 절로 열린다. 익산 숭림사 앞 꽃길을 한 바퀴 돌고 나니 꽃보다 사진이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한 장씩 넘겨본다. 내가 찍은 사진, 내 사진, 내가 찍은 내 사진……. 사진은 느낌을 찍는 것이라는데, 찍을 때 느낌이 아니다.

 

정녕 눈에 보이는대로 찍힐까

 

지우고 말리라. 마음에 안 드는 순서대로. 가만있자, 기준을 어떻게 정할까? 한 장 한 장이 한순간의 증거이고,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인데. 다시 살펴보게 된다. 사진치료자 ‘주디 와이저’는 심리적 도구로서 사진을 정의한다. ‘사진은 우리 마음의 발자국이고, 우리 삶의 거울이며, 우리 영혼의 반영이고, 적막한 한순간 우리 손안에 쥘 수 있는 응고된 기억이다.’

 

셔터(Shutter)는 세상을 여닫는 장치다. 건물 셔터나 카메라의 그것이나 뜻이 같다. 한번 열었다 닫는 일이 그저 단순히 들어오고 나가는 일 같지만, 따지고 보면 이처럼 거창한 심리적 기제를 담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은 찍기보다 보기가 더 어렵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진치료(Photo Therapy)에서는 사진 지각의 주관성을 강조한다. 영화 〈클로저〉에 이에 관한 장면이 나온다. 실연당한 여인 엘리스는 사진작가 안나의 전시회에 걸린 울고 있는 자기 사진을 보며 말한다.

 

“거짓투성이죠. 남의 슬픔을 너무 아름답게 찍었어요. 사진은 세상을 아름답게 왜곡시키죠. 전시회는 말짱 사기극인데, 사람들은 거짓에 열광하죠.”

 

앨리스는 자기가 눈에 보이는 대로 찍힐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착각이라면, 자기중심의 지각이라면 저 말은 푸념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시간과 공간은 고정되지 않는다. 상황도 마찬가지다. 박제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봄꽃 마당을 일전하고 나서 꺼내본 내 자취가 그것을 증명한다. 기분이 좋았다면 좋은 대로 사진도 그렇게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영화에서 안나가 인물사진을 찍을 때 하는 말이 있다.

 

“등 곧게 펴세요. 눈썹 올리지 말아요. 뻔질해 보여요.”

 

눈썹 내린다고 뻔질하지 않으리란 보장 있을까. 저 뻔질은 누가 느끼는 것일까. 느낌에 다양한 관점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요즈음 직장인들 단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 공허한 느낌이 앞선다.

 

“하나, 둘, 셋 파이팅!”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저 풍경. 선전을 기원하는 일종의 풍속도 같다. 일전을 불사할 태세로 사진을 찍는대서야. 저 사진 게시판에 보름쯤 걸릴 것이라는, 사진 뽑아서 모두에게 나눠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느낌이 있다. 한때는 사진 찍기 전에 사진사가 입술에 침을 바르라고 했다.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하나 더 있다. “김치!”하는 것 말이다. “치~” 하면 입꼬리가 올라가 예쁘고 편한 얼굴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있는 그대로 찍고, 찍히고

 

있는 그대로 찍으면 안 될까? 파이팅 하지 말고, 입술에 침 바르지 말고. 무엇을 찍는가. 왜 찍는가를 생각하다 보면 느낌도 찍히지 않을까. 가족사진, 행사 사진, 여행 사진, 꽃 아래 독사진……. 위장된 평화 연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찍고 찍히자. 요즈음 무보정 사진 광고가 인기를 끄는 것은 사실성(寫實性)을 중시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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