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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의 전통문화예술

▲ 함한희 전북대 교수

지난 해 1월 세계경제포럼의 막이 내리던 시간 스위스 휴양도시인 다보스에 때 아닌 아프카니스탄 민속음악단이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전쟁으로 얼룩진 아프카니스탄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 연주하는 전통민속음악이 잔잔하게 울려 펴지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긴장과 열기를 식혀 주는 듯 했다. 소박하면서 진솔한 전통민속음악이 초과학시대를 사는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될 귀중한 유산으로 재인식시키는 순간이었다.

 

인간을 중심에 둔 융합이 먼저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은 전 세계의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지도자들이 모여서 당면한 의제를 가지고 논의하는 자리다. 이 연례회의에서 채택된 포럼의 논제는 당해 연도 경제, 정치, 사회, 환경 분야의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첨단 과학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천명하는 그 자리에서 제3세계의 전통민속 음악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과학과 민속예술, 산업혁명과 오래된 전통. 이 개념의 짝을 우리는 상반되는 것이라고만 본다. 얼핏 보면 대조의 짝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호 교류와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초현대적 과학만 가지고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전통 속에서 이어져 온 문화와 예술을 아끼는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4차 산업혁명도 성공할 수 있다. 오로지 기술과 과학, 권력과 돈만 추종하면서 신산업을 개발해 간다면, 이 나라는 물론이고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지도 모른다. 아프카니스탄의 여성들이 들려준 전통 민속음악은 이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요즘 이곳 저곳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첨단 과학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려야 하고, 청년 일자리도 늘려야 하고, 국력을 더 키우고 발전시켜가야 한다는 내용들이다. 이러한 경제와 정치 일변도의 주장을 가지고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승자가 되기 힘들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휴머니즘 정신, 더불어 살아야 하는 배려의 정신, 그리고 나눔을 실천하는 공유의 정신이 앞서야만 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

 

그래서 문화와 예술을 아끼는 나라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해 갈 수 있다. 로봇, 사물인터넷, 바이오산업, 빅데이터 등 오늘날 산업의 특징은 인간을 중심에 둔 융합에 있고, 이 융합에 성공 모델을 세워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적 가치를 잃지 않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통문화와 예술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법고창신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발전모델 전북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문화와 예술을 유독 사랑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적은 급료로 근근이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음악회, 전시회를 가기 위한 비용은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주말에 열리는 문화예술에 흠뻑 취하기 위해서 라고 할 정도다. 우리 고장이 예향이었던 이유도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전의 그 명성을 우리는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문화와 예술이 과학에 시녀노릇을 하거나, 정치와 경제를 위해서만 복무한다면, 우리의 앞날은 암울하다. 그러나 다른 어떤 고장보다도 아직은 전통문화와 예술을 아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이 중심에 선 4차 산업혁명시대의 발전모델을 바로 우리 고장에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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