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호사수구, 그리고 고향세

농촌지역 고향세 도입 논의 / 지역경제 마중물 역할 기대 / 수도권 지자체 공감대 필요

▲ 최용구 NH농협은행 전북본부장

호사수구. 여우는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고향세 도입 논의가 뜨겁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고향사랑기부제가 포함되면서 전북을 비롯해 지방재정이 열악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

 

고향세는 고향이나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기부대상 지자체의 범위나 기부금 한도 등 주요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어 공론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겠으나 재정자립도 20% 미만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기부금중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국세와 지방세에서 공제해 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전북의 경우 전주, 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전 시군이 재정자립도 20% 미만이어서 열악한 살림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향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보다 앞서 같은 고민에 빠졌던 일본은 도시와 농촌간 균형발전을 위해 지난 2008년 고향세 제도를 도입했다.

 

도입 첫해 81억엔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그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5년에 1653억엔(1조6500억원), 2016년에는 2844억엔(2조8500억원)을 거두어 들였다.

 

일본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기부자에게 제공하는 답례품 혜택이다. 지자체의 답례품 제공은 고향세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고품질 쇠고기, 친환경 쌀, 해산물 등 지역 농특산물이 주를 이루고 있고, 답례품 수요가 늘면서 농특산물의 판로확대로 연결되어 침체된 농촌경제가 살아나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실제 고향세 유치 상위 10위 안에 오른 지자체 대부분이 지역의 농특산물 답례품을 전면에 내세워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기부자가 기부금 용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고향세를 내는 도시민은 농촌 주민의 건강·복지사업, 인재육성사업, 환경보전사업 등 자신이 원하는 사업을 선택하고 각 지자체는 기부자들이 원하는 사업에 고향세를 투입한다. 보통의 세금은 납세자가 납세시기와 지역·목적 등을 결정할 수 없고,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고향세는 납세자가 스스로 이를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서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 도시민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셋째, 납세 편의성을 높이는 제도개선 및 대대적인 홍보활동이다. 일본정부는 2015년부터 주민세특례 공제한도를 연간 10%에서 20%로 확대하는 한편, 자동으로 세금납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고향세 포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용카드 등으로 전자납부도 가능하게 했다. 지자체별로는 고향세 전담팀을 운영하고 민간기업과 손잡고 답례품 개발과 홍보활동에 집중하는 등 고향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업계의 숙원사업이기도 한 고향세 도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고향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수도권 지자체에 대한 설득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AI와 쌀값하락, 극심한 가뭄 끝에 폭우 피해까지 가뜩이나 우울한 요즈음, 침체된 농촌지역경제를 살리는데 ‘고향세’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