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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청년당의 젊은 그들을 보고 싶다

윤승용 남서울대학교 총장
윤승용 남서울대학교 총장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이던 1918년. 그해 8월 20일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의 협화서국(協和書局)이라는 서점에 여운형, 선우혁, 장덕수 등 조선 열혈 청년 6명이 은밀히 모여들었다. 일본 유학 등을 통해 국제정세에 밝았던 이들은 조만간 동아시아에서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그해 초 주창한 ‘민족자결주의’라는 신국제질서가 도래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비밀결사체를 조직하기로 결의하고 그 첫 모임을 가진 것이었다.

이 모임의 리더는 32세의 헌헌장부 몽양 여운형이었다. 그는 1914년 중국에 망명, 금릉대학을 졸업하고 이 서점에서 근무 중이었다. 그는 상하이에서 조선독립을 염원하던 청년들과 논의 끝에 청년독립운동 단체를 결성하기로 결의하고 당시 상하이에 유학중이던 터키 청년들이 ‘터키청년당’을 창당해 활동하고 있는 점을 본 따 ‘신한청년당(이하 신청당)’이란 청년결사체를 발족했다.

바로 이 신청당이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기념 행사를 앞두고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그간 신청당의 활약상은 일부 독립운동사 전공학자와 관련 유족들 외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신청당의 활동이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수립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음이 알려지면서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1918년 11월 종결되자, 윌슨 미국 대통령은 찰스 크레인을 중국에 특사로 파견하여 종전 후의 미국의 입장을 중국에 설명하도록 했다. 크레인으로부터 ‘파리강화회의에서 민족자결주의 원칙이 논의될 것이다’는 소식을 들은 여운형은 그에게 파리평화회의에 한민족 대표 파견 가능성을 타진했고, 지원약속을 받아냈다. 신청당은 천신만고 끝에 김규식을 대표로 파견했다. 이 사실은 밀사 등을 통해 국내와 재일본 유학생들에게도 전해졌다. 2·8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춘원 이광수도 신청당의 밀사였다.

국내에 파견된 밀사들은 비밀리에 서울은 물론 전국을 돌며 열성적으로 독립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바로 이들의 헌신적인 암약에 힘입어 그해 3·1운동의 횃불이 요원의 들불처럼 번졌다.

신청당은 3·1 운동 직후인 4월10일 상하이에서 조직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3·1 운동을 일으키기 위해 국내로 잠입했던 당원들이 3월 하순에 모두 상하이로 돌아오자 신청당은 프랑스 조계 안에 임시 독립사무소를 차리고 4월1일 임시정부 수립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이 결과 상하이 임정 초대 임시의정원 회의 멤버 29인 가운데 9명이 신청당원일 정도로 중심역할을 했다.

당시 신청당원들은 모두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이 ‘젊은 그들’의 가슴에는 초개같이 스러져간 구한말 의병들의 기개와 1909년 침략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청년 안중근의 단심이 서려있었을 것이다. 최근 ‘암살’, ‘밀정’, ‘미스터 션샤인’ 등 근대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 등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신한청년당의 혁혁한 활약은 일반인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3·1운동 백주년을 앞두고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등이 이들의 활동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 애쓰고 있으나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애국선혈들의 헌신에 힘입어 독립에 성공, 세계 10위권대의 경제대국을 이루었음에도 자금부족으로 1세기가 지나도록 이들의 활약을 재조명하는 영상물하나 내놓지 못한다는 사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일이면 109주년을 맞는 안중근 의사 의거기념일을 앞두고 떠오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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