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민기자가 뛴다, 참여&소통’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간이다. 올해는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문주현 자유기고가, 장윤영 전주 천년누리 제과 대표, 강소영 전주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이 참여해 복지, 청년, 생태, 교육현장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조명한다.‘참여&소통’은 오는 8월까지 매주 화요일자에 게재된다.
지난 1월 31일 교육부가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현장실습 선도기업을 지금의 8000개에서 2022년까지 3만개 이상으로 확보하며, 현장실습 운영의 효율화와 기업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선도기업 선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직업계고 3학년 2학기를 전환학기로 운영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학생의 안전과 권익보장이 강화되고 현장실습의 전공적합도와 만족도도 높아졌지만 현장실습 참여절차가 복잡하고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은 등 현장의 부담이 증가해 기업의 현장실습 참여가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현장실습을 통한 학생들의 사회진출 기회도 줄어들었다고 보고 이번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제주 생수 생산업체에서 실습을 하던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사망 사고 발생 후, 교육부가 실습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고, 4회 이상의 현장실사 등을 거친 기업에만 현장실습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발표했었다. 이것은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에 의해서 안전기준을 강화한 내용이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학습과 무관한 저임금 일자리에 고등학생들이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일자 교육부는 바로 안전기준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가, 시행 1년도 안되어 기업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선도기업 선정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뒤집는 것은 학생의 안전과 인권을 등한시하는 행태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현재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조차, 학생들에게 제대로 실습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는 더 의문스러운 상황에서의 이러한 결정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전국 청소년 인권단체 반발 “자격되지 않는 업체를 선도기업으로”
교육부의 이런 결정에 대해서 전국청소년노동인권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교육부 보완방안 발표 며칠 전인, 1월 24일 전국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현장실습대책회의가 주최한 간담회 자료의 충남도교육청의 현장실습 선도기업 평가 기준표에는 전공불일치에도 높은 배점을 부여하고 기업복지가 없음에도 0점이 아닌 9점의 점수를 부여하고 있는 등 각 배점 항목별로 결격사유를 제외하고 최하점을 합산해도 100점 만점에 67.5점이 나옴으로써 12.5점만 더하면 선정기준 점수(80점)에 무난히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지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자격도 되지 않는 업체에 선도기업이라는 자격을 부여해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평가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선도기업에서 진행되는 현장실습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사에 참여했던 상황을 기록한 간담회 자료의 전북의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이와 같은 상황을 엿볼 수 있다.
특장차 생산업체에서 도장파트를 담당하는 한 하청업체의 경우, 사내 지게차가 신호수 없이 운행하고 있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례가 바로 확인되는 현장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업체는 자동차 부품 납품 및 자체 개발 제품 생산을 하는 곳으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는 비치되어 있지 않았고, 조기 취업한 학생은 마스크를 사비로 구입해서 착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두 업체 모두 중소기업 인력양성 참여기업으로 별도 심사절차 없이 선도기업으로 인정되고 학생이 조기 취업한 사례다.
실제 중소기업 인력양성사업 참여 기업의 경우 별도 심의 없이 선도기업으로 인정되며, 그 기업 신청기준은 ‘종업원 수 10명이상의 중소기업’이고 ‘특성화고·마이스터고와 산학연계 3자 취업 협약한 벤처기업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이다.
또한 교육부의 <현장실습 선도기업 선정기준(안)> 에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에 참여중인 기업은 별도 심사없이 선도기업으로 인정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모든 시·도교육청들이 그 기준을 따르고 있다. 현장실습>
도제학교 사업선정 기업은 2014년 9개에서 2015년 66개, 2016년 198개, 2018년 2948개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중소기업 인력양성사업 참여기업현황은 아예 파악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가 17개 시도교육청의 선도기업 선정현황을 정보공개청구해 살펴본 결과 실제 한 교육청의 경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가 54곳이고 교육청의 기준과 절차에 의해 자체 선정된 선도기업은 6곳뿐이었다
사실상 거의 모든 기업이 선도기업으로 인정돼 실습 및 조기취업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정부가 오히려 선도기업 선정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하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실제 현장실습을 경험한 직업계고 졸업생은 “사실 저는 실습기업이 전공과도 일치하던 곳이었고, 실습환경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으로 실습을 나갔다가 다시 복귀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후배들이 실습하게 되는 기업들 선정이 더 간소화된다고 하니 조금은 걱정이 된다”는 말을 전했다.
도내 직업계고 교사 또한 “이번 교육부가 발표한 보완방안 전체를 우려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선도기업 등의 선정절차를 더 간소화하는 부분에 있어서 실습생들의 안전의 문제를 걱정하는 건 사실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 안전과 인권보호를 기본 전제로
교육부는 기업 입장 중심의 선도기업선정 절차의 간소화를 말하기보다는 기업들을 독려하고 설득해 교육부가 학생의 안전과 인권에 대해 깐깐한 기준을 제시하더라도 현장실습을 진행할 수 있는 기업들 선정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서 어느 선도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든 학생들의 안전과 인권보호는 기본전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2017년 전주의 한 콜센터 ‘욕받이’부서라 불리는 곳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유명을 달리한 홍모 학생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점과 대안 모색 토론회의 자료에 의하면 애완동물과가 전공인 그 학생은 콜센터 해지 방어 상담이라는 전공과 전혀 무관한 업무로 실습을 하고 있었고, 해당 고객센터로 2016년에 파견나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은 33명이었지만, 2017년 2월 기준 10명만 남아있었다.
취업계고의 입학의 가장 근본취지가 취업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취업률이라는 목표치를 내세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곳으로 학생들을 내모는 상황을 재현해서는 안된다.
보완 방안 발표 이후 교육부는 권역을 순회하며 고졸취업 활성화 및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것이 단순히 절차의 수순이 아니라 의견수렴을 위한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며,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학생들 전공과 연관된 실제 교육실습이 이뤄질 수 있는 내용의 후속 보완대책이 발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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