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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기 위해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이동훈 코끼리 가는 길 대표
이동훈 코끼리 가는 길 대표

45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등장으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약 400만년 정도는 원시 인류의 시대였고, 산업화와 함께 지금 모습의 학교가 나타난 것은 고작 100여년 안팎에 일어난 일입니다. 추측컨대, 우리는 450만년의 세월동안 야생의 새끼동물들처럼 어린 시절 몸 안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생명 에너지를 내뿜으며 친구들과 뛰고 달리고 구르며 자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회가 급격히 바뀌더니 좁은 학교에 새끼 인간들을 가두고, 가르치고, 강제하기 시작한 세월이 100년. 아직 새끼 인간들은 그렇게 빨리 진화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새끼 인간들이 갇혀 버렸습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놀이를 통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모방하고, 싸우고, 양보하고, 뭉치고, 흩어지며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의 힘, 신체의 힘, 관계의 힘’을 기릅니다. 노는 게 아니라 서로 배우고 있는 것이죠. 본능에 따른 놀이를 통해 자기도 모르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동물원의 좁은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정형행동’이라는 것을 합니다. 드넓은 활동반경을 가지고 살던 동물들이 좁은 우리의 한쪽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반복하거나, 같은 위치의 벽을 계속 긁는 등의 이상행동을 이르는 말이지요. 사람으로 치자면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것입니다. 본능과 자유가 억압당했을 때 동물들은 그 상황을 견뎌내기 위해 이렇게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그동안에는 우리에게 없었던 ‘왕따’, ‘청소년 자살’, ‘중2병’ 등을 어린 인간의 정형행동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요? 에너지는 한 곳에 고여 있을 수 없습니다. 에너지가 모여 담긴 그릇보다 더 커지게 되면 반드시 분출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니까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새끼들은 어른들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작은 몸에 담기게 됩니다. 놀이를 통해 이를 건강하고 건전한 방법으로 해소해야 하는데 그 에너지를 작은 책상 앞에 가두고, 작은 교실 안에 가두니 아이들은 살기 위해 그 에너지를 나보다 약한 친구에게, 애꿎은 대상에게 폭발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가슴 아픈 일들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놀지 못하게 하고, 배우지 못하게 하고, 자라지 못하게 한 우리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미래학자 앨빈토플러는 한국에 다녀가며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시작해 밤늦게 끝나는 지금 한국의 교육 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지금,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를 아이들이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만 준비해주면 됩니다.

어린 시절의 놀이는 곧 학습이며, 놀이를 통한 즐거운 기억은 아이가 다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의 원동력이 됩니다. ‘드론조종사’가 유망직종이 될 줄 알았던 사람은 20년 전 지구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을 우리 어른들은 다시 태어나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잘 헤쳐갈 수 있도록 우리는 ‘기본’만 준비해주면 됩니다.

지금, 귀한 당신의 아이를 놀게 하세요!

/이동훈 코끼리 가는 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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